한국일보

돈과 행복

2005-05-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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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이다. “산 넘어 행복이 있다기에 찾아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네” 그런데 문명의 이기와 물질주의에 젖은 현대인들은 행복이 어디 있는지 찾아냈다. 행복은 돈이 있는 곳에 있다. 돈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모든 편리함, 쾌적함, 유쾌함 등을 생각하면 돈은 거의 모든 것을 가능케 해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인간의 비극 중 하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찾아 헤매는 바로 그것 때문에 행복으로부터 더 멀어지는 것인데 돈이 그런 경우이다. 영원한 애증의 관계라고나 할까? 돈은 사람들로 하여금 언제나 조금 더 있었으면 하고 안달하게 만들고 돈이 주는 편리함과 유쾌함을 누리면서도 돈에 조바심하게 한다. 그래서 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 하나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돈은 사람들에게 긴장감과 걱정을 가져다준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의 평균 인컴이 4만3,000달러인데, 5만달러까지는 행복수치가 돈에 비례하여 올라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부터는 더 많은 돈이 더 행복하게 하는데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약하다고 한다. 일리노이대학 심리학자 다이너는 포브스(Forbes) 400의 멤버인 부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하였는데, 그들의 행복의 정도는 보통 사람들보다 아주 조금 더 행복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 나름대로 자신이 갖지 못한 다른 사람의 소유나 특권, 지위 등을 부러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판단한다. “나의 집이 나의 필요에 맞는가”라고 묻지 않고 “나의 집이 나의 이웃집보다 더 좋은가”라고 묻는다. 이러한 심리현상을 참고적 긴장(reference anxiety)이라고 한다.
돈이 많을수록 불만감이 팽배해진다는 것은 돈과 행복의 파라독스이다. 사람들은 경제 상승 사다리를 높이 올라가자마자 올라간 위치에 대한 감사한 생각을 멈추고 자신들이 아직 갖지 않은 것에 시선을 집중시키기 시작한다.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기보다 먼저 행복이 무엇인가 물어보자. 행복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다. 행복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다른 사람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그런 상대적인 것도 아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랑, 우정, 가족, 존경과 믿음, 성취감, 관용과 용서 등은 가게에 가서 살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목적이 있다는 믿음은 캐시로 살 수 없는데 이것이야말로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의미보다 돈을 쫓는 것은 불만족을 가져다주는 필연적 공식이다.
행복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이해하면 행복이 어디 있는지 보인다. 행복은 나의 마음에 있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일해서 벌고 쓰는 물질주의의 사이클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행복을 찾아 헤매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오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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