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과 관계 이야기

2005-04-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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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직장상사의 편애

30대 말의 김씨는 장녀로 태어났다. 아들이 귀한 집안이어서 였는지 엄마 아버지 모두 아들을 원했었다. 일년 후에 남동생이 태어나며 온 가족은 기뻐했고, 막내로 태어난 여동생 또한 귀여움을 듬뿍 받으며 성장했다.
김씨가 엄마로부터 꾸지람을 받을 때는 아버지를 닮아서 그렇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렇다고 아버지의 사랑을 특별히 더 많이 받은 것 또한 아니었다. 학교성적표는 물론 운동과 예능, 심지어는 집안 심부름까지도 늘 동생들과 비교되었다.
결혼 또한 여동생에게 쳐지고 말았다. 능력있는 남자 만나 결혼하는 여동생을 보며 이제 더 이상은 동생들과 비교당하지 않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다. 편애가 난무했지만 종교집안이었기에 화를 내는 일이 허락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찾아서 미국으로 왔다.
김씨에게 미국생활은 한동안 좋은 도피처로서 기능을 잘 해오는 것 같았다. 한국사람들과 일하다보니까 직장 분위기가 가족 같다는 말을 많이 주고받았다. 김씨가 입사한 이후로 얼마 안되어서 동생과 비슷한 나이의 남자와 여자 몇 명이 입사하였다. 자신의 상사가 새로 들어온 동료들을 편애하는 것이 명약관화라고 표현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지경이었다. 늦게 들어온 동료들에게 승진의 기회를 먼저 부여했다.
김씨는 내부에서 솟구쳐 오르는 분노 때문에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겪기도 했다. 공식회의나 업무 후 갖는 모임에서도 김씨 자신은 늘 소외된 느낌이었다. 다른 동료들이 무슨 이유로 직장상사의 특별한 관심과 애정과 인정을 받는지 자세히 관찰도 했고 직접 물어보기 또한 했다. 상처받은 자존심을 제쳐두고 기회만 되면 그들과 같이 어울리곤 하였다. 하지만 상사의 편애를 받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김씨는 내부에서 화가 치밀어 오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 자유롭게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수도 없었다.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동료들에 대한 험담을 퍼뜨렸다. 상사에게 직접 허위사실을 보고하여 동료들을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도 해보았다. 하지만 김씨의 분노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여름에 남동생의 결혼관계로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이 계획되어 있다. 결혼식에 관하여 생각하고 계획하노라면 자꾸 불안해지고 짜증나고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또한 직장동료들에게 김씨가 느끼는 질투심과 분노 등이 자신의 동생들에게 느껴왔던 질투심과 분노 등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씨는 동생들과 다시 만나게 될 이번 여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 동생들과 엄마와 다른 가족들에게 감정표현을 좀 더 건강하게 하고 싶다. 질투와 분노에서 이제는 해방되고 싶다. 김씨는 자신에게 위의 목표들을 자꾸 상기시킨다.

이 은 희
<결혼가족상담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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