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엘리자베스 여왕과 ‘윈저’의 미래

2005-04-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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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57세가 되었는데도 왕위 물려줄 생각않는 강철심장의 어머니

영국왕실 족보 읽기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1926년 4월생이니까 올해 79세다. 직계 조상은 빅토리아 여왕이며 그의 5대 손녀이다. 원래는 왕가의 이름도 ‘윈저’가 아니라 ‘색스-코버그 고다’였다.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 ‘앨버트 색스-코버그 고다’로 독일계 왕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영국이 독일과 싸우게 되자 엘리자베스 여왕(사진)의 할아버지인 조지 5세가 국민감정을 고려해 왕가의 이름을 ‘윈저’라고 영국식으로 고쳐 버렸다. 부계의 피로 따지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독일 왕족의 후손이다. 영국인을 앵글로색슨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앵글레스’라는 덴마크 부족과 독일 색슨 지방에서 건너간 ‘색슨’족이 잉글랜드의 남부로 쳐들어가 주저앉은 데서 생겨난 이름이다. ‘앵글로색슨’이라는 명칭 자체가 독일계의 피가 섞여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영국인들은 ‘앵글로색슨’이라고 불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국 왕은 퍼스트네임을 따서 부른다, ‘노대통령’이 아니라 ‘무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셈이다. 엘리자베스의 라스트네임은 처녀 시절에는 ‘윈저’였으나 남편 필립공(그리스 왕자)의 성이 마운트배튼이기 때문에 지금의 성은 ‘마운트배튼-윈저’다. 찰스 왕자의 아들 윌리엄스가 왕위에 오르면 가문의 명칭도 ‘윈저’가 아니라 ‘마운트배튼-윈저’로 고쳐 부를 것이라고 왕실 당국이 발표한 적이 있다. 영국 왕족 중 윈저가 의 직계인가 아닌가를 알려면 이름 앞에 HRH(His or Her Royal Highness)가 붙는가 안 붙는가를 보면 된다. 왕족은 수백명에 이르지만 이름 앞에 HRH가 붙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 영국식 성골과 진골이다.
엘리자베스가 여왕이 될 줄은 정말 아무도 상상 못했던 일이다. 에드워드 8세가 이혼녀인 심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내던져 그의 동생인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조지 6세)가 하루아침에 왕위를 잇게 된 것이다. 조지 6세는 아들이 없고 엘리자베스와 마가렛 딸 둘 뿐이었다. 큰 삼촌의 여성 스캔들로 왕위에 오른 셈이다.
찰스 왕자가 카밀라 파커 보울즈와 결혼식을 올리기 보름 전 기자는 영국의 분위기를 보기 위해 런던에 잠시 들른 적이 있었다. 당시 머도크의 신문 ‘THE SUN’은 카밀라가 찰스와 결혼하면 ‘퀸’이라고 불러야 하느냐 마느냐를 매일 톱뉴스로 취급하고 있었다. 영국인들은 “결국은 카밀라를 퀸이라고 부르게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머도크는 영국 왕실의 뉴스만 집중보도 해 내리막길에 있던 ‘THE SUN’을 영국 최대 발행부수인 400만부로 끌어올린 저질 신문재벌이다. 찰스 왕자가 “상어처럼 굶주린 채 피를 찾아다니는 언론”이란 바로 이 ‘THE SUN’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다이애나가 더 이상 뉴스를 만들어 낼 수 없게 된 요즘은 카밀라의 딸 로라(전 남편 파커 보울즈와의 사이에서 출생)가 마약을 했느니 어쩌니 보도하면서 신혼인 찰스 왕자 부부를 애먹이고 있다.
영국인들은 이혼한 여성과 결혼한 찰스 왕자가 왕실 체면상 잠시 왕위에 올랐다가 아들 윌리엄스 왕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나는 것이 윈저가 를 위한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에 관한 한 부자지간에도 양보가 힘든 법이다. 찰스 왕자가 57세가 되었는데도 왕위를 물려주지 않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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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의 직계 선조는 빅토리아 여왕이다. 1837~1901년까지 64년간 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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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의 왕위 계승자 임명식(69년)-왕의 장남이라 하더라도 정식으로 계승자에 임명되어야 유사시 왕위에 오를수 있다. 왜냐하면 정신질환을 앓는 장남이나 장녀가 자동적으로 승계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앨버트 박물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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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재산목록 1호인 금마차. 순금 4톤으로 만든 것이며 왕의 대관식때만 사용 하도록 되어 있다. (앨버트 박물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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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버린 에드워드 8세. 엘리자베스 여왕의 삼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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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오른쪽)의 어린시절. 어머니 퀸매리. 아버지 조지 6세. 동생 마가렛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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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사돈. 앞줄 맨오른쪽이 새며느리 카밀라의 아버지인 쉔드소령, 그 뒤는 카밀라의 아들 톰과 딸 로라. 뒷줄 왼쪽은 해리와 윌리엄스 왕자. (영국왕실 공식발표 사진)


이 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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