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리웃 칸틴(Hollywood Canteen)

2005-04-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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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 즐길‘숨겨진 보석’

런치 위주에 주 4일만 디너 서브 특이
왕년의 영화인들의 아지트로 날리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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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틴(Canteen)의 의미는 군대의 매점, 간이식당 등. 말 그대로 건빵이나 초코파이 정도가 진열된 곳이다. 숨겨진 보석 같은 레스토랑 할리웃 칸틴(Hollywood Canteen)에 대한 이름으로는 지나치게 겸손한 것 아냐? 싶다. 마치 조상님들이 귀한 아들일수록 ‘개똥아!’라며 낮춰 부르던 것처럼. 브로드웨이의 “Stage Door Canteen”에서 그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 이렇게 ‘낮은 데로 임하소서’ 식의 이름은 갖게 됐다.
1942년 10월3일, 할리웃 칸틴의 문을 열었던 이는 할리웃 고전영화 시대의 전설적 배우 베티 데이비스와 존 가필드였다. 전형적 미인은 아니지만 킴 칸스의 ‘베티 데이비스 아이즈’라는 노래에 묘사될 만큼 매력적인 눈을 가졌던 베티 데이비스. 남성이 지배하는 30년대의 할리웃에서 스튜디오라는 거대한 권력과 홀로 싸웠던 그녀는 진정한 배우의 인생을 살아갔던 용기 있는 여자이기도 했다.
60년이 넘은 할리웃 칸틴에서는 베티 데이비스가 드레스 자락을 끌고 다니며 테이블 사이를 오가던 시절이 회상된다. 할리웃의 전설적인 제작자, 감독, 배우들이 이곳에서 와인 잔을 기울이며 식사를 했을 것에 생각이 이르면 영화팬이 아니더라도 왠지 특별한 감흥에 젖어들게 될 것이다. 오픈 때부터 전해져 오는 오래된 트레일러는 러브 덴(Love Den)이라 불리는데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옛 영화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 신화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데이비스의 오랜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는 40년대 아르데코 풍의 다이닝룸에는 오래된 샹들리에가 낮은 조명을 밝히고 있다. 뒤뜰의 패티오는 낮은 소파, 커다란 쿠션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꼬마전구가 별처럼 영롱한 빛을 밝히는 밤이 되면 패티오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로맨틱한 분위기가 된다.
할리웃 칸틴은 런치 위주에 주 4일 디너 서브, 오픈 시간이 조금 특이하다. 온통 스튜디오뿐인 지역에 있어 고객 가운데는 스튜디오 제작자들이 많다. 자기 마음대로 엿가락 늘리듯 점심시간을 가질 수 있는 영화사 간부들은 이곳에서 와인까지 한 잔 걸쳐가며 여유 있는 런치를 즐긴다. 앞으로는 디너 시간도 늘릴 계획이지만 아직까지는 수요일부터 주말까지만 디너를 서브한다. 그래서 메뉴도 런치 때가 훨씬 다양하다.
아시안 레스토랑에서나 대할 수 있는 크랩 스프링 롤(Crab Spring Rolls)은 카레 마늘 디핑 소스를 곁들여 훨씬 이국적인 맛. 동네 중국집에서나 시켜먹던 야끼만두와 똑 같은 닭고기 만두(Soy Glazed Chicken Potstickers)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전채다. 호이진 랜치 소스를 곁들여 낸다. 요즘 미국 주류사회에서 레스토랑 깨나 다닌다는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채 가운데 하나는 튜나 타르타르. 할리웃 칸틴의 와사비 아히 튜나 타르타르(Wasabi Ahi Tuna Tartar)는 바삭한 완탕 껍데기 튀김, 부드러운 아보카도, 맵고 달달한 소스를 곁들인 것이 다른 곳과 많은 차별을 보인다. 프라이드 칼라마리(Crispy Fried Calamari)는 호이진 랜치, 스위트 소이, 칠리 갈릭 소스 3가지를 곁들여 내 훨씬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양도 엄청 많다.
부담 없는 런치로 좋은 샐러드도 시저, 바비큐 치킨, 오리엔탈, 니소아즈 등 다양하게 갖추고 있으며 한참 업그레이드된 샌드위치도 몬테크리스토, 지중해식 튜나 멜트 등 여럿 된다. 런치와 디너 때 모두 즐길 수 있는 메인 디시는 몇 안 되는 가짓수지만 부재료까지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했다.
실란트로 코코넛 라이스를 곁들인 연어구이(Sake Caramelized Salmon)는 물기가 촉촉하도록 적당히 익혀 아주 좋고 망고 살사와 블랙빈 퓨레 위에 얹은 황새치 구이(Blackened Swordfish)는 뉴올리언스 스타일로 겉을 까맣게 그슬렸다.
겉만 살짝 익힌 스테이크(Steak Fries)는 숙성 잘된 고기를 이용해 스테이크의 참 맛을 즐길 수 있다. 할리웃 칸틴은 좋은 음식과 함께 참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숨겨진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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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칼라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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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이 아히 튜나 타르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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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조리한 화이트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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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께로 요리한 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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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와 프렌치프라이


Tips

▲종류: 캘리포니아 쿠진. ▲오픈 시간: 월-금 오전 11시30분-오후 3시30분. 디너는 금요일은 오후 8시-11시. 토요일은 오후 7시-11시.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수, 목요일 오후 10시-새벽 2시, 금, 토요일 저녁 11시-새벽 2시는 바 운영, 드링크와 전채를 즐길 수 있다. ▲가격: 런치 7-12달러, 샌드위치는 9-12달러. 메인 디시는 14-18달러. 디너는 그때마다 바뀐다. 전채는 7-8달러, 메인 디시는 19-29달러. ▲주차: 런치 때는 무료, 디너 때는 발레 파킹 6달러. ▲주소: 1006 Seward Ave. Hollywood, CA 90038. Santa Monica Blvd.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남쪽. Highland에서 3블럭 동쪽인 Seward Ave.를 만나 좌회전해 내려가다 보면 왼쪽으로 나온다. ▲예약 전화: (323) 465-0961.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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