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복 3대 ‘건강한 새해맞이’

2005-01-0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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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조인세·옥영씨 가족이 을유년 새해를 맞아 본보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아들 조동선씨와 손자 성열, 수열군, 앞줄 왼쪽부터 조인세씨와 손녀 수진양, 조옥영씨. 며느리 혜순씨는 독감으로 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민온지 30년 지나도 한국 세시풍속 지키는 조인세·옥영부부 가정

“할아버지,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너희들도 건강하고 공부 잘하거라”


을유년 새해 첫 아침 조인세·옥영씨 부부가 손자손녀에게 건네는 덕담이다.

이민 온지 30년이 지났건만 정월 초하루만 되면 30명 이상의 대가족이 모여 새해인사를 드린다. 세시풍속을 고수하자는 할아버지 조인세씨의 엄명으로 인해 이날은 가족 모두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세배를 드린 후 떡국을 먹어야한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맏아들 조동선·혜순씨 가족이 가장 먼저 세배를 드리고, 샌디에고에서 올라온 막내아들네, 딸네 가족이 연이어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4살 짜리 손녀딸의 큰절하는 모습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는 할아버지가 쌈짓돈을 꺼내 세뱃돈을 듬뿍 건네주니 아이들은 너도나도 경쟁하듯 예를 갖춰 세배를 드린다. 충청도 양반의 넉넉함과 느긋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집안 풍경이다.
조인세(71)씨는 조선중기의 유학자 중봉 조헌 선생의 13대 자손이다. 본관이 백천인 조헌 선생은 임진왜란 때의 의병승장 영규대사와 함께 충혼을 기리는 의병승장비가 충남 금산군에 세워졌을 정도로 유명한 의병장으로, 지난해 9월에는 문화관광부가 조헌 선생을 이달의 문화인물로 지정했다.
“해마다 9월이면 고향집을 방문해 선현의 생애와 업적을 기린다”는 조씨는 “이민자로 미국에 살더라도 한민족의 뿌리의식과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자손들에게 심어주고 싶어 새해 첫날만큼은 온 가족이 모여 세시풍속을 즐긴다”고 밝혔다.
조씨는 또한 “올해도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이 집안 가득 퍼지길 바라고, 무엇보다도 가슴 놀라는 일없이 평온한 한해가 되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품고 새해 첫날을 맞길 바란다”는 덕담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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