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매너 이야기-세배와 덕담

2004-12-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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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 모국의 여러 가지 재래적인 생활풍습을 도외시하거나, 잊어버리게 됩니다.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보편타당성을 지니는 미풍양속은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월 초하룻날 윗사람들에게 세배를 하고 덕담을 듣는 풍습은 분명히 미풍양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양 문화권에서도 정초에는 일가친척, 친지를 방문해서 새해 인사를 나누고 서로 그 해가 최선의 해가 되기를 축수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New Year’s Well-wishing이라고 합니다.
세배나 덕담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 고래의 민속입니다. 설날이 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객지에 살던 일가 친척들이 고향에 모여들어 어른들에게 세배하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곤 했습니다.
세배는 차차로 혈족간의 인사뿐만이 아니고 동네 어른들에게, 그리고 선배나 직장의 웃어른들에게 드리는 새해 인사로 발전했습니다.
세배를 하면 세배 받는 웃어른은 반드시 덕담 한마디를 하는 것이 격식입니다. 옛날에는 “올해에는 생남하신다죠” “올해에는 승진 하신다죠” “올해에는 돈을 많이 버신다죠” 등과 같이 생자(生子), 득관(得官), 치부(致富), 소원 성취에 관한 말을 미리 함으로써 축원과 경하의 뜻을 나타내었습니다.
덕담은 원래 세배 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인데, 일상대화의 하나의 형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비교적 많습니다. 덕이 담긴 이야기를 나눈다던가, 건설적인 의견교환 등 긍정적인 화제의 대화를 덕담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덕담은 원래 원시종교의 점복(占卜)사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말에는 영적인 힘이 있어서 모든 것이 말한 대로되기 쉬우니 만치 미리 덕이 담긴 말을 하면 그것이 쉽게 이루어지게 되리라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덕담에는 새해 아침에 하는 신세(新歲) 덕담과 무당들이 노래하는 무당 덕담이 있습니다.
덕담의 유래는 이상과 갖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러한 미신적인 성격은 사라지고, 그 뜻이 “세배 때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갖는 희망의 표현, 격려”로 변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 표현도 주문을 외우듯이 하지 않고 평범한 대화식으로 하는 것으로 변한 것입니다.
“올해에는 돈을 많이 버신다죠”가 아니고 “올해에는 돈을 많이 벌기를 바라네”라고 한다던가 “올해에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믿네” 등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세배는 절하는 그 자체가 인사이니 만치 세배를 하면서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던가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십시오”와 같은 인사말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웃어른의 덕담이 끝나면 그때 그러한 인사말을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때에 “체중을 더 줄이셔야 되겠습니다” 등 분수에 맞지 않는 언사는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덕담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소원 성취를 희망하고 격려하는 언사이니 만치 그 취지에 알 맞는 표현을 하여야 하며, 가능한 한 교훈적인 말은 삼가는 것이 매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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