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페라의 유령’ ★★★½(5개만점)

2004-12-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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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½(5개만점)

유령은 사랑하는 크리스틴을 포기하고 스스로 비극을 맞는다.

(The Phantom of the Opera)

유령의 삼각 비련 그린 뮤지컬 영화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1925년 론 체이니가 나온 무성영화로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유령을 맡은 배우들만 해도 체이니 외에 클로드 레인스, 허버트 롬, 맥시밀리안 쉘, 로버트 엥글런드, 찰스 댄스 및 줄리안 샌즈 등. 이번 것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히트 뮤지컬을 대형 화면에 화려하게 옮긴 것. 외형미가 찬란하고 내용도 비련의 3각 로맨스인데다 주옥같은 노래들이 많아 로이드 웨버의 팬들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즐길 수 있는 할러데이 시즌 영화다.
이 철저한 멜로 드라마의 감독은 내면보다 외형이 야단스런 조엘 슈마커. 그의 특징을 잘 살린 영화로 재미는 있지만 스타 파워가 부족하고 얘기 엮는 솜씨가 무덤덤하다. 상영시간 141분도 너무 긴데 절대로 오페라의 위치에는 못 이를 화장 잘 하고 옷 잘 차려입은 전형적인 뮤지컬.
또 다른 ‘미녀와 야수’의 얘기인 ‘오페라의 유령’은 1919년 파리 오페라의 소도구 경매 장면으로 시작된다. 매물로 그 유명한 샨들리에가 소개되면서 장면은 1870년으로 돌아간다(과거와 현재를 교차한 진행방식은 나쁜 아이디어). 파리 오페라의 프리마돈나는 성질 고약하고 희극적인 라 칼로타(미니 드라이버가 광대 같다). 오페라좌의 지하에 사는 유령(제라드 버틀러)은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예쁜 코러스 걸 크리스틴(에미 로섬)을 사모해 공갈협박으로 라 칼로타를 퇴장시키고 크리스틴을 프리마돈나로 만든다.
첫 무대에서 ‘싱크 오브 미’를 부르는 크리스틴을 바라보는 남자가 귀족 청년 라울(패트릭 윌슨). 그와 크리스틴은 어릴 적 연인으로 둘 간에 끊어졌던 로맨스가 다시 이어진다. 이에 질투하는 것이 유령. 유령은 크리스틴을 자기 거처로 유혹해 끌어들이며 사랑을 표시하는데 이때 부르는 노래가 ‘밤의 음악’. 크리스틴은 라울과 신비한 힘을 지닌 정체불명의 가면을 쓴 유령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며 삼각 로맨스를 엮는다.
사랑을 결국 포기하는 유령의 마지막 절규인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을 부르는 유령의 모습이 불쌍하기 짝이 없다. 감독은 외적 내적으로 공포요소를 가급적 제한, 영화가 맥이 없다. 컬러와 세트와 의상 등이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바 없는데 드라이버를 제외한 배우들이 실제로 노래를 불렀다. 로섬과 카리스마 없는 윌슨 사이에서 불꽃이 전연 일지 않는 반면 로섬과 버틀러간의 화학작용은 좋다.
PG-13.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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