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업 1년만에 자신의 이름딴 첫 브랜드 ‘수지 김 티셔츠’ 히트

2004-12-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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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벅 앤 선즈’운영
패션 사진작가 수지 김씨

요즘 로스펠리츠에서 영 아티스트의 ‘아지트’로 뜨는 부틱이 하나 있다. 올드타이머가 즐겨 찾는 패밀리 레스토랑 하우스 오브 파이즈(House of Pies)의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스타인벅 앤 선즈’(Steinberg & Sons)가 바로 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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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김씨와 크리스마스 트리 모형으로 전시해 놓은 아기 옷과 패션 소품들.


쇼윈도부터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이 곳은 아티스트와 보헤미안, 지식인들이 모여드는 파리의 뒷골목 같은 로스펠리츠 빌리지와 딱 어울리는 패션 중심지. 스타인벅 앤 선즈의 주인이자 패션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수지 김(31)씨의 마이더스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있는 부틱이다.
김병수·낸시씨 부부의 3녀 중 둘째딸인 김씨는 패사디나의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아츠에서 사진학을 전공하고 ‘인터뷰’(Interview) 등 유명 잡지의 프리랜스 사진작가로 일하다가 3년 전 친구 소개로 이 곳을 인수됐다. 그리고 1년도 지나지 않아, 김씨의 부틱은 독특하고 자유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개성파 패션 리더들에게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패션 명소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워낙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이발소 공간을 부틱으로 개조했기에 빈티지 느낌이 강했는데, 김씨의 모던한 감각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패션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트렌디 공간으로 변모한 것.
“옷 입는 데 뚜렷한 ‘공식’이 깨진 지 오래됐죠. 같은 청바지라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져요. 이젠 튀는 티셔츠 하나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죠”
로스펠리츠의 패션 명소로 탄생시킨 첫 번째 히트 상품은 김씨가 자신의 이름으로 출시한 ‘수지 김 셔츠’(Suzie Kim’s shirts).
자연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테마로 김씨가 직접 디자인하고 실크스크린 날염해 만든 25∼30달러의 셔츠는 배낭하나 둘러메고 도시를 탈출하고 싶어하는 보헤미안들을 사로잡았다. 패션 사진을 찍느라 이곳저곳 여행을 다녀야 했을 때 짐 꾸리기 간편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티셔츠를 즐겨 입었던 김씨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런칭한 브랜드가 수지 김 셔츠다. 물론 홀가분한 느낌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대상이었다. 나무와 숲, 새, 비행기, 버스 등 ‘여행’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실크스크린 날염한 티셔츠와 탱크, 모자 달린 스웨터가 전부지만, 나날이 인기를 누리면서 연말 선물시즌인 요즘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자신의 셔츠가 각광받자 김씨는 아트센터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 선후배들에게도 작품 발표의 장을 열어주었다. 똑같아 보이는 패션 트렌드에 도전장을 던지고 싶어서다. 그래서 스타인벅 앤 선즈에는 고가의 명품도 없고, 저가의 짝퉁은 더더욱 없다.
캥거루처럼 주머니마다 예쁜 동물인형이 들어있는 아기용 티셔츠, 화사한 파스텔 톤의 하이힐, 빈티지 청바지, 쿠션, 크리스마스 카드, 액세서리 등 자연스러우면서도 개성을 살리는 패션과 액세서리들이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주요 고객은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20∼30대 후반의 여성들.
“내년 1월17∼19일 LA 다운타운 캘리포니아 마켓 센터에서 열리는 웰빙 상품전 ‘글로우’(Glow)에 친구들과 함께 드레스와 셔츠, 모던한 생활용품 등을 출품할 예정”이라는 김씨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싶은 꿈이 있다”며 “이 곳을 예술과 자유를 만끽하는 공간, 젊은 디자이너들이 꿈을 이루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스타인벅 앤 선즈(Steinberg & Sons)는 4712 Franklin Ave. Los Feliz, CA에 위치해 있다. 전화번호는 (323)660-0294.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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