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잃어버린‘동심’에 사랑의 장난감 선물

2004-12-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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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러데이 토이 드라이브 Holiday Toy Drive

HSPACE=5

서든 미스 시비탄 클럽의 ‘양말 채우기(Fill the Stocking)’ 토이 드라이브에 참여한 한 학생이 장난감을 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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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본보 후원으로 한인청소년회관(KYCC)이 개최한 할러데이 카니발에서 산타로 분장한 KYCC관계자들이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주고 있다.
<서준영 기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곳곳에서 ‘34번 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이 일어나길 바란다. 아빠 없이 자라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꼬마 소녀가 백화점에 고용된 진짜(?) 산타를 통해 동심을 되찾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흰 수염에 빨간 옷을 입고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를 의심하는 동심은 산타가 부모라는 사실을 알고 상처받는 동심과는 차원이 달라 가슴 한 구석이 아프다. 산타 복장을 하고 보육원을 찾는 미담 속 주인공을 보고 흐뭇함을 감출 수 없는 것도 외로운 어린이들이 동심을 잃지 않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서 아닐까. 어려운 환경 탓에 산타의 존재를 잃어버린 어린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자는 취지로 사회전반에서 실시되는 이벤트가 ‘할러데이 토이 드라이브(Holiday Toy Drive)’다. 10달러 안팎의 장난감을 하나 기부하는 걸로 산타의 선물을 대신해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동자에 기쁨의 꽃을 피워 보는 게 어떨까.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은 모두 OK… 중고품은 삼가해주세요

준비해온 장난감은 이 통에 넣어주시고, 빈손으로 오신 분은 10달러 내주세요”
지난 수요일 오후7시 아시안 전문직 젊은이들의 네트웍 ‘아시안 전문인협회(APEX)’가 주최하는 송년파티에 젊은 남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여느 송년파티와 다름없는 분위기지만 모두가 장난감을 하나씩 가슴에 안고 있는 모습이 색다르다.
올해 들어 한인 임원들이 대거 영입돼 한인 젊은이들이 많이 참가한 ‘제6회 APEX 할러데이 토이 드라이브 믹서(Holiday Toy Drive Mixer)’는 10달러 이상의 장난감을 지참하면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
초대장에 명시한 입장료는 3∼5세 아이가 갖고 놀기 적당한 폭력적이지 않은 장난감.
선물용이긴 하지만 애써 장난감을 포장할 필요는 없다.
내용물을 볼 수 있어야 산타에게 보낸 엽서에 적힌 대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줄 수 있어서다. 물론 아무리 새것 같아 보여도 중고 장난감을 지참하는 건 예의에 벗어나는 행위.
커뮤니티 담당 홍지원씨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인 장난감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펼치자는 행사로, 올해 수집된 장난감은 아태고용협회(PACE)의 연방보조프로그램 ‘헤드 스타트(Head Start)’를 통해 LA와 가디나, 론데일, 레돈도비치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전달된다”고 밝혔다.
또 지난 8일에는 아태법률보조센터(APALC)가 주최하는 연례 할러데이 토이 드라이브가 칵테일 파티 형식으로 열렸다.
5년 째 행사를 담당해온 다이앤 탕씨는 “올해는 12세 이하의 어린이를 위한 15달러 상당의 장난감으로 못을 박았더니, 테디 베어, 보드게임, 동화책, 로봇인형 등 다양한 종류의 장난감이 모였다”고 기뻐했다.
이렇게 수집된 장난감들은 리셉션이 끝난 후 한인청소년회관(KYCC)를 비롯해 아태여성센터(APWC), 아태패밀리센터(CPAF) 등 10개 단체에 전달됐다.
‘할러데이 토이 드라이브’는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펴보면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미국사회의 크리스마스 기부 문화다.
가장 가깝게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Starbucks)가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전개하는 할러데이 에인젤스 토이 드라이브가 있고, LA인근에서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LA소방국(LAFD)과 LA경찰국(LAPD) 주최 토이 드라이브가 유명하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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