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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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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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제 168회. 과거 시제 5. “아마 자바에서는 제가 제일 잘 나갈걸요”
스페인어 과거 시제의 불규칙 동사는, 규칙 동사의 불규칙이 50개가 넘는데 비하여 중요한 불규칙은 단 10개 뿐이다. 즉, 동사 4,000여개중 10개의 과거 시제 불규칙만 익숙하게 쓸 수 있으면 생활 회화를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문제는 10개의 불규칙 동사의 변화가, 지금까지 모든 불규칙 동사 변화와는 달리 어간에 있는 모음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간의 자음까지 변한 다는 것이다. 모음만 변하면 눈치로라도 어떤 동사의 변화인지 짐작할 수 있으나 어간의 자음이 변하면 단어의 발음 자체가 원형의 발음과 연계가 쉽지 않고 생소하게 들려 어느 동사의 불규칙인지 감을 잡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 또한 무조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패턴이 있다.
과거 불규칙을 설명하면서 떠오르는 학생이 한 명 있다. 몇 년 전쯤 필자의 학생중에 ‘김 과거’란 별명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 6개월쯤 필자에게 수강을 했었는데 성적은 항상 클래스에서 맨 뒤 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른 것은 전혀 모르는데 과거의 규칙과 불규칙에만 빠삭하더니 어느날 홀연히 사라졌다가 6개월 후에 나타났다.
인사 후 첫 마디가 “선생님 스페인어로 저를 test 좀 해 보시죠”였다. “아니, 깡통 학생이 뭘 믿고 저러나?”하고 걱정이 되어서, “혹시 열이 많지 않아요?”라고 물었더니, 대답이 “아주 정상이예요”, 그래서 둘이서 스페인어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6개월 전에 단 한마디도 못하던 ‘김 과거’가 스페인어로 대화를 줄줄 엮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라서 정말 잘 한다고 칭찬을 했더니 기분좋다고 한 잔 쏜다고 한다.
그날 저녁, 저녁먹고 술먹고 잘 얻어 먹으면서 스토리가 궁금해 죽겠는 것 있지? 재촉에 못 이긴 ‘김 과거’의 ‘의지의 한국인’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선생님, 사실은 선생님깨 6개월 수강하면서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학교 가면 모른다고 구박이고, 그래서 ‘에이 평생 선생이나 해 먹어라’하고는 때려 치웠죠. 그런데 자바에서 장사를 하려니 말을 몰라서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그렇다고 쪽 팔리게 다시 갈 수도 없고. 고민 끝에 선생님께 수강하던 당시의 책을 펴놓고 보니, 혼자 공부할만큼은 배웠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6개월간 독하게 마음먹고 복습 하면서 매일 가게의 라티노 종업원과 공부한 것을 연습했죠. 그 결과가 지금 실력이고요, 제가 아마 스페인어로는 자바에선 제일 잘 나가는 편에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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