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 선물도 예술이잖아

2004-1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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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스트 겨울 팬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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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팬터지 스노필드에 매일 날라 오는 5톤의 신선한 자연설에 파묻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

독특한 연말축제와 샤핑… 하루종일 즐거운 ‘환상 광장’


추수감사절 다음 날부터 세월은 연말연시를 향해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하는 것 같다. 이뤄놓은 것 하나 없는데 벌써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느낌은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 이제 또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과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고 또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갈 터이다.
여름이면 소더스트 페스티벌로 예술적 향기가 바람에 날리던 라구나 비치, 겨울엔 소더스트 겨울 팬터지(Sawdust Winter Fantasy)라는 아주 독특한 연말연시 축제와 크리스마스 마켓플레이스가 이곳에 들어선다.
하얀 눈이 가득 쌓인 언덕에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영롱한 빛을 발하고 초록 망토를 두른 합창단이 소리를 모아 ‘북치는 소년’을 부르는 곳. 빨간 옷을 입은 산타할아버지는 꼬마들을 무릎에 앉히고 올 해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가를 묻는다.
사랑하는 이들의 품에 안겨 주고 싶은 독특한 선물을 전시하는 가판대는 한나절을 거닐며 구경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한가로이 거닐며 라이브 음악과 축제를 즐기다 이도 지치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에그녹 한 잔을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곳.
이는 취리히 반호프스트라세의 성탄을 맞은 풍경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마법과 같은 장면이다. 올해로 14번째를 맞는 소더스트 겨울 팬터지 축제는 남가주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할러데이 이벤트다. 이미 지난 20일 점등식을 마친 이곳의 크리스마스트리는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우리들의 겨울을 더욱 따뜻하게 장식해주고 있다.
소더스트 축제가 열리던 3에이커의 대지에는 매일 공수해 오는 5톤 분량의 신선한 눈이 은빛 겨울을 연출해준다. 눈을 볼 기회가 그리 흔치 않던 어린이들은 장갑과 털 코트로 중무장을 하고 눈사람을 만드는가 하면 눈싸움을 하고 놀기도 한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준비해 온 크리스마스 장식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25그루의 성탄 트리를 밝히는 5만5천 개의 전구는 천상에 속한 듯 영롱한 빛을 발한다. 15피트가 넘는 포인세티아, 12피트 이상의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빼곡 들어선 축제 현장은 마치 소나무 향 가득한 숲에 들어앉아 있는 느낌을 준다. 이 가운데 12그루의 나무는 마을 어린이들과 예술 단체에 의해 현장에서 장식될 예정이다.
올해 타운 광장에는 예년보다 더 멋진 산타의 집이 세워졌다. 어린이를 위한 실물 크기의 진저브레드 플레이하우스 역시 특별하다. 이를 방문하는 어린이들은 얼마나 달콤한 꿈을 꾸게 될까. 래리 그릴이란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8피트 높이의 분수도 성탄을 맞은 겨울 왕국을 더욱 품위 있게 꾸며준다.
소더스트 윈터 팬터지의 가판대에서는 그림, 장신구, 염색, 도자기,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목공예, 유리공예, 옷, 가구, 성탄 오너먼트 등 연말연시 선물로 좋은 독특한 예술 작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라구나 비치에 거주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만 전시하는 여름 소더스트 페스티벌과는 달리 윈터 팬터지에서는 아티스트 거주지에 제한을 두지 않아 훨씬 다양한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몇몇 아티스트들은 이번 축제에 자신의 그림을 그려 넣은 아름다운 책을 선보인다. 유화 전문 화가인 셉탬버 맥지는 ‘Let’s Sail Away’란 제목의 동화책을 직접 그린 그림들로 가득 채웠다. 아름다운 배를 선물 받은 두 소년이 바다로 모험을 떠나려다가 바다 생물들을 직접 만나면서 바다와 해양생물 보전의 중요성에 눈을 뜬다는 내용의 책장을 넘기며 우리는 환경 보전에 대한 작가의 강한 메시지를 읽게 된다. 종이 공예 전문가인 크리스털 잭슨은 실제 손으로 만든 작품들로 꾸민 책을 냈다.
올해 윈터 팬터지에는 마련되는 공연도 다채롭다. 전통 캐럴 합창으로부터 핸드 벨 콰이어의 연주, 꼭두각시 인형 극단과 죽마 광대의 공연, 저글러와 무언극 등 눈을 어디에 두어야 좋을지 모를 만큼 다양한 볼거리들이 펼쳐진다. 산타의 꼬마 요정 로지와 죠우도 이틀 간 산타 하우스에 모습을 보인다. 3개의 무대에서는 로컬 밴드들이 블루스, 소프트 록, 어린이를 위한 캐럴, 재즈 등 여러 장르의 라이브 뮤직을 쉬지 않고 연주한다.
유리를 불어 작품 만드는 것을 비롯해 아티스트들의 작품 제작 과정 시범을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그림그리기 교실로부터 도예 공방 클래스까지 다양한 웍샵과 무료 아트 클래스도 마련된다.
3개의 레스토랑과 살롱에서는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판매한다. 사람들의 표정이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밝아지는 것을 지켜보며 커다란 기쁨을 느꼈다는 아티스트들의 고백에는 과장이 없는 것 같다. 활기찬 연말연시의 분위기는 루돌프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들이 가난한 현실을 잊고 성탄 전야를 즐겼던 파리 라틴 쿼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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