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겨울로 가는 가을 길목 마을
‘파인 마운틴’

2004-11-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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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파인 마운틴 빌리지. 한인들 정서에 꼭 맞는 늦가을 관광지로 추경과 설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하늘 높이 솔개가 곡선을 그리며 나는 곳이나 바람에 밀려난 차가운 산 안개가 물방울이 돼 얼굴에 부딪치는 곳을 찾아 복잡한 머리 속을 훌훌 털어 버리고 싶은 가을철이다.
이런 가을철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문의는 단연 ‘단풍 지역’이다. 안타깝게도 남가주에는 산등성이가 붉은 색과 노란 색으로 치장되는 단풍을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남가주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지역, 12월부터 4월 중순까지 백설로 뒤덮여 눈 구경과 눈놀이를 즐길 수 있는 로즈 파드레스 국유림 내 마운트 파이노스(Mt. Pinos) 인근 ‘파인 마운틴 빌리지’(Pine Mountain Village)에서는 현재 황홀한 황색 추경이 방문객을 기다라고 있다.
백설의 고깔모를 쓰고 있고 산봉우리 아래로 애스펜 트리들이 노란색의 가을 옷을 입고 쌀쌀한 바람에 잎새를 팔랑거리면서 겨울이 오기 전에 꼭 한번 찾아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단체로 투숙할 수 있는 캐빈도 많고 골프장 및 작은 호수들도 많아 한인 정서에 꼭 맞는 파인 마운틴 빌리지로 가을과 겨울을 같이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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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마운틴 빌리지에 있는 펀 레이크. 100여마리의 오리들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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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나 가족 단위로 렌트할 수 있는 캐빈들이 파인 마운틴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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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있는 레스토랑과 수준급 호텔이 모여 있는 파인 마운틴 빌리지.

한인 정서에 딱 맞는 ‘가족 소풍지’

공기좋고 호젓…눈과 단풍놀이 함께 즐겨
그림같은 에스펜 숲속 캐빈 ‘따스한 낭만’

태평양 연안 샌타마리아에서 시작되어 5번 골든 스테이트 프리웨이까지 동서로 길게 뻗은 시에라 마드레 산맥 최고봉으로 해발 8,831피트의 우뚝 솟은 마운트 파이노스. 이 봉우리 밑으로 조성된 동화에서 나오는 작은 마을이 바로 파인 마운틴 클럽(Pine Mountain Club)이고 타운의 중심부를 파인 마운틴 빌리지라고 부른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공기가 맑은 지역으로 선정되어 매일 하늘의 별들을 관측하는 천문학도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맑은 공기를 몸 속 깊이 담으면서 하늘의 정기를 듬뿍 받게 되는 곳이다. 남가주의 알프스라고 할 수 있는 이 곳은 12월부터 눈이 오면 겨울시즌 강설량이 6피트에 달하는 눈 고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로 눈이 마을 뒤덮기 전인 지금 이 곳을 방문하면 산골마을의 아름다운 노란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파인 마운틴 지역은 5번 프리웨이 노스 고먼 패스(Gorman Pass) 지역에 있는 프레이저 팍(Frazier Park) 지역을 지나서 나온다. 5번 도로 옆 고먼 패스부터 노란 단풍을 만나기 시작하는데 프레이저 팍 출구로 내려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서부터 단풍의 향연은 점점 깊어간다.
간간이 녹지 않고 남아있는 흰눈 사이로 늘어선 나무들은 붉은 색과 황색으로 물들어 있다. 곳곳에는 말과 소들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새김질을 하고 오래된 농가 옆에 방치된, 곧 쓰러질 듯한 헛간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끝없이 이어진 올록볼록 언덕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캐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노란 애스펜 나무 옆에 서있는 캐빈의 풍광은 그림엽서 속의 모습과 똑같다.
프리웨이에서 내려 10마일 정도 지점부터는 도로가 완전히 산길로 접어들면서 꼬불꼬불 헤엄을 쳐된다. 다시 5~6마일쯤 더 산 속으로 들어가면 드디어 파인 마운틴 빌리지에 도착한다.
고먼 패스에서 목격한 민둥산에 비하면 마운트 파이노스 지역은 울창한 참나무 숲의 깊은 산악지역인데 빌리지 들어서면 지형이 또다시 완만한 언덕으로 변하면서 애스펜 나무가 도로 옆을 장악하고 있는 산 속의 드림랜드로 눈에 들어온다.
“남가주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마치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으로 사방의 경치에 매료되게 된다. 빌리지에는 중형 사이즈의 호텔과 운치 있는 레스토랑이 있으며 외경을 즐기면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선술집도 있다.
빌리지를 마주보고 있는 9홀의 작은 골프장에는 골퍼는 없고 가을하늘 높이 원을 그리는 매 한 마리만 눈에 들어온다. 떨어지는 낙엽 사이로 멋진 티샷을 날리고 싶은데 골프채가 없다. 홀과 홀 사이로 수백 그루의 애스펜 나무가 노란 옷을 입고 있는데 일부 작은 나무들에는 잎은 없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곧 다가올 겨울을 미리 예고하고 있다.
파인마운틴 빌리지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골프장 동서쪽에 있는 펀스 레이크(Fern’s Lake). 둘레가 400야드도 안 되는 미니 호수지만 가을을 모든 경치를 한꺼번에 담고 있는 그림 같은 휴식처다. 듬성등성 호수 위에 떠있는 바위에 올라 낚시를 던지거나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깊은 명상에 잠긴다. 잔잔한 수면 위로 수백마리의 청동오리가 유유자적 호수를 돌고 있다. 사람들이 호숫가로 다가서면 뭔가 먹거리가 있는가하고 “퀘엑 퀘엑” 소리를 지르면서 사람들에게 몰려온다.
흔들리는 갈대 옆으로 피크닉 테이블이 있으며 호수 옆에 있는 캐빈들도 얼룩덜룩한 색채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호숫가를 한 바퀴 돌고 호수 옆으로 이어진 골프장을 따라 하이킹을 하면서 만추의 가을 속으로 더욱 깊숙이 빠지게 된다.
등산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인근에 있는 마운틴 파이노스로 오른다. 가을 구경에 이어서 겨울 구경도 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캘리포니아 희귀조인 ‘콘도르’(condor)를 관측하는 전망대도 만날 수 있는 이 곳은 정상까지 비포장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SUV 차량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
이 지역 최고봉답게 길이 가파르고 눈이 많이 오면 하이킹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곳 출라비스타(Chula Vista) 주차장 2,000에이커가 레크레이션 지역으로 선정되어 있어 눈이 많이 내리면 주차장은 크로스 스키장으로 변한다. 눈 구경과 고무튜브 타기에 적합한 스노 언덕이 수두룩하다. 스노모빌 타기도 유명하다.
인근 산록의 마을 프레지어팍은 스노 플레이를 위한 각종 렌탈이 가능한 ‘마운트 파이노스 원터 스포츠’가 마을에 있다.
눈놀이 외에도 인근의 수많은 계곡은 강태공들을 부르고 있으며 마운트 파이노스 로드 산길로 자전거 하이커들이 몰려든다. 여름철에는 피서객들이 프레이지어팍 등 산마을의 산장과 캠프 그라운드를 찾는다.

■ 가는 길 및 지역 정보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로 가다가 발렌시아와 케스테익 레이크와 프렌치맨스 플랫 그리고 피라미드 레이크를 지나면 테혼 패스(Tejon Pass)가 나온다. 헝그리 밸리를 지나고 나서 고갯길을 내려서자마자 프레지어팍 출구가 나오면 내린다. 내려서 좌회전, 서쪽으로 가면 프레이저팍 마을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쿠디 밸리 로드(Cuddy Valley Rd.)를 타고 서쪽 방향으로 계속 간다. 프리웨이에서 13마일 정도 가면 출라 비스타 피크닉장으로 향하는 마운트 파이노스 로드가 나온다. 이 길을 지나서 다시 5마일 정도 가면 파인 마운틴 빌리지가 나온다. 왼쪽으로 텍사코 주유소가 보이면 빌리지에 도착한 것이다.
프레이저팍에서 록우드 밸리 로드(Lockwood Valley Rd.)에 진입 남쪽으로 1마일 정도 가면 레인저 스테이션을 만난다. 이 곳에서 겨울에는 눈놀이 정보, 여름철에는 산행 안내 등의 유인물을 받을 수 있다. 눈과 날씨에 대한 정보는 프레이저팍 상공회의소(661-245-3731, www.shopoutdoors.com)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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