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심속 가을정취 ‘호젓한 유혹’

2004-11-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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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가을정취 ‘호젓한 유혹’

지금 남가주 곳곳에 있는 가든이나 식물원을 방문하면 가을의 정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가든.식물원
LA주변 명소 안내

남가주에서 가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는 가을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깊은 명상에 잠기고 싶은 계절인데 마음에 드는 장소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가을의 향기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곳들이 도심에서 매우 가까운 우리 주변에 있다. 바로 남가주 곳곳에 있는 식물원들이다. 가을의 정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남가주의 가든과 식물원들로 주말 가을 나들이를 나서보자.

<백두현 기자>



LA 인근 밸리 웨스트힐스(West Hills)에 숨어있는 식물원 오컷 랜치(Orcutt Ranch)는 헌팅턴 도서관이나 LA카운티 식물원에 비해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오렌지·자몽나무와 떡갈나무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고 있는 200에이커 규모의 과수원 같은 식물원이다.
1929년 윌리엄과 메리 오컷 부부에 의해 문을 연 농장은 부부가 살던 스패니시 스타일의 저택과 정원이 당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다.
1966년 LA시가 매입해 현재는 공원으로 지역 주민의 훌륭한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곳은 스패니시로 ‘랜초 솜브레 델 로비에’(Rancho Sombre del Robie·떡갈나무 그늘의 농장)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여름 내내 푸름을 유지하는 수백년 된 떡갈나무들이 농장을 둘러싸고 있는데 가을철을 맞아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방문객을 맞는다.
남가주에서 가장 오랜 된 떡갈나무로 알려진 수령700년의 33피트 높이 나무가 정원을 압도하고 있다.
각종 캘리포니아산 식물들을 포함해 지중해 기후에 맞는 수천종의 식물들이 세계 각국에서 이곳으로 옮겨져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중간 중간에 대나무 숲들도 많아 동양적인 분위기도 연출하는 이 곳은 주말이면 결혼식이 때때로 열리고 할리웃 영화의 로케이션으로도 자주 이용되고 있다.

■ 가는 길

LA에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Topanga Canyon Bl.에서 내려 북상(우회전)한다. Roscoe를 만나면 좌회전 2마일 정도 가면 Woodlake를 지나 왼쪽으로 랜치가 나온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개장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이다. 주소 및 문의: 23600 Roscoe Blvd. (818)346-7449.

데스칸소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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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킨 등으로 아름답게 가을 정원을 꾸며 놓은 데스칸소 가든.


165에이커에 달하는 이 거대한 정원은 대낮에도 햇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참나무 숲과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10만여종의 식물로 뒤덮여 있다.
숲 사이로 꼬불꼬불 이어진 오솔길은 낙엽이 수북히 깔려 어디가 길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는 ‘사각사각’ 낙엽 스치는 소리와 발 밑으로 느껴지는 푹신한 감각은 신선한 자유와 안도감을 온몸 가득히 전해 준다.
‘졸졸졸’ 흐르는 개울을 지나쳐 조그만 연못가 벤치에 앉아 낙엽들이 물위에 동동 떠다니는 모양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한가한 오후가 권태롭다는 듯 ‘풍덩’ 용트림을 치는 잉어의 몸짓에 흠칫 놀라 다시 가을꽃이 만발한 꽃밭 쪽으로 자리를 옮겨본다.
산책하다가 지치면 일본 정원에 차려진 아담한 찻집에 들려 쉬엄쉬엄 차 맛을 음미 해보는 것도 독특한 멋이 있다. 차 한잔을 사들고 정자 난간에 기대 앉아 차가운 가을 대기와 함께 홀짝홀짝 차를 마시면 이렇듯 고즈넉이 가을을 즐길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을 듯 싶다는 한가로운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티 하우스 이외에도 동백 숲, 라일락 정원, 캘리포니아 식물원 등의 볼거리가 있으며 남가주 산악지대의 낮은 사면과 능선을 뒤덮은 떡갈나무의 생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학습용 코스인 샤파럴 네이처 트레일, 새들의 생태를 관측하는 버드 옵저베이션 스테이션, 결혼식을 비롯해 각종 행사가 열리는 파빌리언,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인공폭포 페더폴스 등이 있다. 또한 전 주인 바디 부부가 거처하던 언덕 위의 저택에서는 연중 미술전시회가 열린다.
160에이커에 달하는 가든을 자세히 돌아보기 위해서는 트램 투어를 이용하면 좋다. 트램 투어는 매 주말 30분마다 출발한다. 요금은 1인당 3달러.
LA 카운티 소유 정원으로 산책로와 꽃길이 잘 정돈되어 가족동반으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시민의 휴식공간인 이 곳에서는 때때로 각종 행사가 열리는데 이번 주말(13일)에는 ‘가을철 캘리포니아 스타일 정원 가꾸기’ 행사가 열리고 20일에는 추수감사절 테이블 센터피스(centerpiece) 만들기 강연회도 열린다.
개장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이며 입장료는 성인 5달러, 노인과 학생은 3달러.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2번 프리웨이 노스로 가다가 2번 프리웨이가 끝나는 라카냐다에서 나오는 Verdugo Bl.에서 내려서 우회전, 3블럭 정도 가면 데스칸소 드라이브가 나오고 이 곳에서 우회전하면 가든에 도달한다.
주소 1418 Descanso Dr. La Canada.
문의 (818)952-4400, www.descanso.com

LA 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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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새가 한가롭게 정원을 돌아다니는 LA 식물원.


이 곳은 광산업으로 거부가 된 럭키 볼드윈의 거주지였던 곳으로 명실공히 LA를 대표하는 정원이다. 유명한 TV 시리즈 ‘타잔’이 촬영됐던 곳인데 커다란 인공호수가에 들어선 빅토리아풍의 저택을 비롯, 시냇물과 폭포가 흐르는 나무 숲, 온갖 꽃들이 피어난 널찍한 화단. 진기한 열대 식물들이 가득한 대형 온실 등 볼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가을이면 식물원 정원을 장악하고 있는 메이플 트리들이 붉은 색으로 치장되면서 식물원 전체가 가을의 분위기로 물씬 빠져들게 된다.
가을꽃들이 만발해 있는 정원과 그 사이로 돌아다니며 고운 깃털을 활짝 펴대는 공작새들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식물원은 매일 오전 10시~오후 4시30분에 개장한다. 입장료는 성인 5달러, 시니어와 학생 3달러, 어린이(5~12세) 1달러. 식물원을 도는 트램(Tram)의 승차료 2달러.

가는 길

LA에서 210번 이스트를 타고 가다가 아케디아시 Baldwin Ave.에서 내려 남쪽으로 1마일 정도 가면 식물원에 도착한다.
주소 및 문의 301 North Baldwin Ave. Arcadia, (626)821-3222, www.arboret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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