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원 <코코 디벨롭먼트사 대표>
무심코 뉴욕의 차이나타운을 지나가다 보면 `왜 이렇게 지저분할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도대체 상점마다 간판은 모두 초라하고 다닥다닥 붙어서 쳐다보면 숨이 막힐 만큼 정말 대책이 서지 않는 상점들을 많이 보게 된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퀸즈에서부터 후미진 브루클린까지 정말 세심하고 다양한 디자인이 잘 어우러지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 건축물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건축과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처럼 아름다운 건물들이 무심한 주민들에 의해 훼손되고 점점 할렘화 되는 모습에 그저 한숨이 나오기까지 한다. 그런데 본인은 요사이 노던 블러바드를 따라 늘어나는 한인 상점들의 새로운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업소를 거론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지어진 여러 점포들을 보다보면 간판에서부터 외관에 이르기까지 건물의 형태나 색깔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지어져 마치 디자인이 실종됐던 암담한 70년대의 한국 건물 형태로 되돌아가는 듯 싶은 느낌이 든다.
간판 또한 왜 그렇게 한글로만 대문짝만 하게 써서 외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지도 안타깝다. 우리가 이곳 미국 땅에서 타민족들과 잘 어우러져 편하게 지내려면 지켜야 할 규정은 지키면서 우리말과 글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디자인면에서 건축물을 살펴보더라도 도무지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상점 건축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가끔 미용실 정도가 조금 세련되게 치장되어 눈에 띌 뿐 대부분의 상점들은 자기 혼자만의 고집으로 자기 것만 잘 보이게 하려고 정체 불명의 건축 디자인을 내어놓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디자인이 뭐 그리 중요한가?’ 또는 `내 가게는 내 개성으로 이 정도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결국 비즈니스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실제로 몇 년 전 어떤 교우 한 분이 본인이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건축작업까지 직접 지휘해 가게를 꾸몄는데 그 결과 일반인들의 눈에도 조화롭지 못한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건축사무실에서는 가능하면 잡음 없이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주인이 준 도면 그대로 작업했다고 한다.
업주의 아쉬움 속에 결국 가게는 2년만에 문을 닫고 다른 비즈니스가 들어섰다. 건축 외관 디자인! 사실 그리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은 아니다.
건물마다 제각기 모양이 다르지만 디자인을 많이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서로 다른 요소가 색다른 디자인의 전개를 가능하게 하고 또 재미있게 표현할 재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우선 외형을 정할 때는 옆 건물과의 차이점, 그리고 내부의 조건들을 보면서 건축 기둥과 벽, 그리고 계단 동선 등을 잘 살펴본 후 우선 안전을 위주로 프리 스케칭을 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는 재료별로 대비해 보면서 어느 재료와 색감이 가장 잘 조화되고 힘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야간에 돋보일 수 있는 조명은 어떻게 배치하고, 간판과 장식문의 크기, 재료, 색채에 따라 종합적으로 코디네이트 하다보면 다른 상점보다 개성 있고 아름답게 꾸밀 수 있고 이는 곧 비즈니스 매출 증대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
노던 블러바드 선상을 따라 한인 상점이 늘어가는 동시에 중국인들도 계속 뒤쫓아오면서 건물을 사들이는 중국인들이 많다.
최근 한인들도 부동산과 빌딩에 관심을 가지면서 점차 한인 건물주들이 늘어간다는 사실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건물을 짓거나 개조할 때 디자인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준다면 앞으로 보다 밝은 노던 블러바드 선상의 멋진 한인타운을 탄생시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문의: 347-386-3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