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김대중의 부동산 가이드] 주택마련하기와 부모마음

2004-11-06 (토)
크게 작게
김대중 <부동산 전문인>

부동산 시장의 현장에서 수많은 바이어들에게 서비스 하면서 많이 느끼게 되는 점이 있다면 특히, 우리 한인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면 부모들이 자녀들을 많이 배려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새로 마련하는 주택을 보러 다니든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던 간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많은 한인들이 그들의 자녀 의견과 그들의 취향을 존중해주려고 애쓰
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는 미국의 주류에 속하는 또는 다른 국적의 이민자들에게서는 흔치 않은 모습일 것으로 생각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우선 부모님들이 먼저 매물로 나와 있는 집을 보고는 본인들의 맘에 들 경우 바로 자녀들의 의견을 묻게 되는데 어떠한 경우에는 차라리 선택 결정권이 자녀들에게 있다고 생각되어질 정도로 자녀들의 결정은 절대적인 경우도 제법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자녀들의 나이가 중학생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들의 싫고 좋음이 바로 부모들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부모들이 아무리 마음에 드는 주택이라도 자녀들의 싫고 좋음, 즉 그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사항들, 예를 들면 동네가 싫다, 공원이 멀다, 그 동안 살던 동네의 친구들
과 헤어지기 싫다, 전학 가기가 싫다, 집이 오래 되어 보인다, 내 방으로 써야할 방이 너무작다, 잘 놀러 다니는 다운타운과 너무 멀다 등등의 이유가 어른들의 결정사유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 이민사회에서 부모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고 해서 그리고 이로 인하여 여러모로 나이 어린 자식들의 의견이 집안전체의 의견으로 대표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앞에서의 예처럼 부동산을 구입하는 일에서도 그러한 상황이 곧잘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렇듯이 틴에이저 또는 그 이상 나이의 자녀들의 의견이 우리 한인부모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을 중시하고 특히 이민자로서 자녀들의 주류사회 진입과 그로 인한 성공을 위하여 나름대로 즐겨야 할 본인들의 인생을 자녀들을 위하여 기꺼이 희생하려는 대부분의 부모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차라리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주택이란 우리의 일생 중 가지게 되는 가장 큰 재산 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큰 금액의 돈이 주택마련에 투입되며 이도 모자라 더 많은 양의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빌어 15년 또는 3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두고 원금의 두 배 또는
세배에 달하는 이자까지 합쳐서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실수가 발생하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더 많은 경험과 오랜 세월을 산 부모들의 판단이 어린 자식들 보단 더욱 현명할 것임은 자명한 노릇입니다. 그러므로 이들 자녀들의 의견을 존중하되 하나의 참고사항으로 받아들여 여러 가지를 종합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많은 부모님들이 그들의 자식들이 장성하여 부모 곁을 떠났다 하더라도 그래서 단 두 노인들만 살 주택을 장만한다 하더라도 방이 많고 마당 넓은 주택을 구입하길 원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 주된 이유는 장차 자식들과 사위, 며느리 그리고 손자 손녀들이 본인들을 찾아 왔을 때 그들에게 불편 없이 대해주고 싶은 부모님들의 한결
같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을 누군들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일 년에 수일 정도밖에는 부모를 찾아와 함께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일반인들의 공통된 현실이며 따라서 큰집을 장만하여 말년에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은 결코 권장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정적인 부담이 없다하더라도 커다란 집에서 자식들만 그리워하며 지내야하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도 이는 더욱 쓸쓸한 일이 될 것입니다.

수많은 교육학자들이나 아동학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한국인들의 자녀사랑은 남 다른 데가 있지만 반대로 이로 인한 낭비와 또한 지나치게 자식들의 고집만을 받아주며 키워오는 바람에 자식들을 독불장군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식들의 올바른 인생관 정립과 성공을 위해서는 내 자식만이 옳고 잘났다는 이기적인 가정교육보다는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보다 경쟁력 높은 원만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이들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필자 역시 이에 동감하는 바이며 부모로서의 현명한 설득과 자식들의 그릇된 의견을 고쳐주고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점을 부동산 시장의 현장에 비친 일부 자녀들의 잘못된 고집으로 인하여 좋은 선택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분들을 위하여 강조하여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