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술입은 정원... 삶의 예지 번뜩

2004-1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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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 가든 쇼케이스는 베벌리힐스 대저택의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베벌리힐스 가든 & 디자인 쇼케이스

정원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정원은 수잔나와 알마비바 백작이 밀회를 약속하는 장소다. 프랜시스 일라이저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을 처음 읽던 순간의 가슴 설렘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기억된다. 세상 떠난 아내를 기억하기 위해 10년 동안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잠가두고 열쇠도 땅에 묻었다는 금단의 정원, 주인공 메리가 그 비밀의 화원 입구를 알아냈을 때의 감격은 이를 읽는 우리들의 것이기도 했다.



명물 그레이스톤 저택 옛모습 복원
야외 가든 마켓선 분재·석상등 팔아

산책을 나왔다가 저 멀리 너울을 쓰고 총총 걸어가는 무수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주상이 넌지시 현관을 불러 저 여인이 누구인가를 물었던 곳이 어디 경희궁뿐일까. 창백한 달빛, 산들거리는 바람, 달콤한 꽃향기, 정원은 여러 요소들로 우리들 마음을 여리게, 또 들뜨게 만든다.
파리 근교의 베르사이유, 끌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빈의 쇤부른, 뮌헨의 님펜부르크, 포츠담의 산 스시, 레닌그라드 근교의 페트로토베레츠 등 오늘날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화사한 정원은 모두 정원이 우리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를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정원을 근사하게 꾸미고 싶어 한 것은 유럽 귀족과 왕족 뿐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 베벌리힐스에서 열리는 제3회 베벌리힐스 가든 앤 디자인 쇼케이스(Beverly Hills Garden & Design Showcase)는 남가주의 유명한 조경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한 이벤트로 정원 꾸미기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정원 꾸미기 아이디어를 보여주기 위해 주최측이 선택한 집은 그레이스톤 에스테이트(Greystone Estate). 베벌리힐스 역사상 가장 큰 저택이었던 그레이스톤 에스테이트는 유명한 도헤니가가 살던 집이었다.
1927년에 건축된 이 집은 4만6,000평방피트의 거주 공간 안에 개집, 테니스 코트, 볼링장, 수영장, 극장에 소방서까지 갖추고 있었다.
오늘 날 이 곳은 아주 독특한 역사적 기념 장소로 일반인들에게는 문화적 이벤트를 위해 임대되거나 영화 촬영에 이용되곤 한다.
이번 행사를 위해 이 역사적인 그레이스톤 저택과 정원이 디자인 쇼케이스로 전환이 됐다. 정원은 남가주의 최고 조경 건축가들이 나무를 심고 조경을 디자인했으며 저택 내부는 ASID (미국 인테리어 디자인 소사이어티)의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곳곳을 꾸몄다.
이로써 그레이스톤 에스테이트는 1920년대 당시처럼 장대한 모습으로 탈바꿈됐다.
영국 클래식 스타일의 정원, 가을의 정원, 조각 정원, 요리와 미용에 이용할 수 있는 허브 정원, 투스칸 정원, 사계의 정원 등 다양한 테마로 꾸며진 정원들을 보고 난 후 당신의 뒤뜰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지도 모른다.
행사에는 야외 가든 마켓플레이스도 마련된다. 양란, 에콰도르 장미, 분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들여온 아주 독특한 나무와 꽃들을 구입할 수 있는 플랜트 마켓도 들어서고 석상, 분수, 정원 가구, 화분 등 최상의 꽃과 정원 물품이 판매된다. 마켓플레이스 위쪽으로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와 야외 다이닝 공간도 마련된다.
이 행사를 위해 남가주 최고의 정원 전문가들이 연사로 초대됐다. 타이 과일과 야채 조각 시범, 꽃 케이크 장식 시범, 할러데이를 위한 꽃꽂이 시범, 초컬릿 꽃 장식법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조경 건축가와 디자이너들, 아티스트들의 시범도 있게 된다. 일반인이 베벌리힐스의 잘 가꿔진 역사적 맨션의 내부와 정원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아서인지 작년 이벤트의 경우는 완전 매진됐었다고 한다.
우리는 정원에서 많은 일들을 한다. 정원에서의 오수만큼 달콤한 잠은 없다. 정원에서 읽는 책의 구절들은 얼마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삶을 밝혀주는 등대가 되던가. 정원에 차 주전자와 스낵을 가져다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생활의 작은 악센트가 된다. 여름 저녁 정원에서의 바비큐 파티가 있어 삶은 살만한 것이 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정원을 가꾸며 흙을 만지다보면 점점 메말라 가는 우리들의 정서는 어느 틈엔가 촉촉하게 젖어들어 있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 강의 스케줄

11월 5일(금)
오전 11시30분~오후 12시30분: 셸리 스파크스, 하모니, 평화, 번영이 조화된 정원, 정원의 풍수(Feng Shui in the Garden)
오후 1~2시: 버지니아 로빈슨 가든의 소장 팀 린제이의 강의, 도헤니 여사의 친구 로빈슨 여사의 정원.
오후 2시30분~3시30분: 고고학자 캐더린 하이먼의 강의, 도헤니의 유산, 그레이스톤(Greystone, a Doheny Legacy)

11월 6일(토)
오전 10시30분-11시30분: 마크 워너메이커, 그레이스톤과 베버리힐스 저택에 대한 역사 강의.
오후 12시30분-1시30분: 가주 분재협회의 크리스토퍼 스콧이 이끄는 분재에 대한 강의, Big Party, Little Trees
오후 2시30분~오후 3시30분: 헌팅턴 가든의 장미 큐레이터 클레어 마틴이 이끄는 ‘LA 정원을 위한 차와 차이나 로즈(Tea and China Roses for the Los Angeles Garden)’

11월 7일(일)
오전 10시30분~11시30분: 마크 워너메이커, 그레이스톤과 베벌리힐스 저택에 대한 역사 강의.
오후 12시30~1시30분: CJ 포레이가 이끄는 허브 화장품 기르는 법과 만드는 법, 그리고 사용하는 법.
오후 2시30분~3시30분: 전 LA타임스 정원 섹션 편집자였던 로버트 모스가 이끄는 정원의 해(The Gardener’s Year) 강연.


■ Kinder-Garden

어린이들이 새집을 만들기도 하고 정원과 관계된 공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코너가 행사장 내 Marketplace 위쪽에 마련된다. 참가한 어린이들은 정원에 꽂는 깃발, 새집, 화분 등을 만들어 보게 된다. 일요일에는 Ladybugs Forever에서 나온 연사가 정원에 곤충이 있으면 어떤 점들이 좋은 가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한다. 첫 75명의 어린이들에게는 정원에 풀어놓을 수 있는 무당벌레를 선물로 준다. 공작품 만드는 것은 무료.
행사는 11월 5일(금) 오전 11시-오후 4시. 6일(토)과 7일(일)은 오전 10시-오후 4시. 티켓은 성인 25달러, 베벌리 힐스 주민은 20달러, 11-17세 어린이 티켓은 12달러, 20명 이상 단체는 20달러, 10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티켓에는 무료 주차와 그레이스톤 이스테이트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포함된다. 금요일 티켓 구입과 주차는 로빈슨스 메이 주차장(Robinson’s May Parking Lot, 9900 Wilshire Blvd. 베벌리 힐튼호텔 바로 옆). 토요일과 일요일은 333 North Crescent Dr.의 주차 시설에서 티켓 구입과 주차를 할 수 있다.
문의 (310) 550-4753. www.beverlyhills.org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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