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헐떡거리게 하는 호화 ‘스파’

2004-11-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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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마일 등산·3시간 요가·저녁엔 뜨끈한 마사지 ‘대 만족’

사막의 열기가 아직 깨어나기 전인 아침 7시20분, 유타주 세인트조지의 ‘레드 마운틴 스파’ 손님중 가장 어려운 코스로의 등산을 신청한 10명에게 안내인 카니 트리플릿은 4~5마일 거리의 이 코스에는 미끄러운 바위, 모래밭등 없는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사파리 가이드 복장의 트리플릿의 뒤를 따라 때로 나무 가지에 팔을 긁혀 가며 두근거리는 심장과 헐떡거리는 폐를 안고 돌아온 이들중 루이지애나주 코빙튼에서 온 세아이의 엄마 미셸 에반스(39)는 “생각했던 그대로다. 나는 그저 마사지나 페이셜만 받는 스파에 가기엔 너무 활동적”이라고 말한다.
요즘 미국엔 손님들을 두근거리고 헐떡거리게 만드는 스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때 ‘스파’라면 셀러리 조각이나 먹으며 몸무게를 줄이러 가는 곳이었다. 그러다 호화로운 환경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상냥한 대접을 받는 궁궐 같은 곳으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바로 에반스 같은 사람이 원하는 활동적인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제스파협회에 따르면 미국에는 각종 스파가 1만2,000개 가량으로 지난 10년 사이에 4배가 증가했다. 그 대부분은 데이 스파지만 일부러 찾아가 숙박까지 하는 스파도 2002년 이래 170%가 증가했다. 스파들도 차별화할 필요를 느끼게 된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활동적인 스파들은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산맥에 자리잡은 ‘아쉬람’ 같은 곳을 본땄다. 이 뉴에이지 훈련소는 1주일에 3,500달러를 내고 참가한 사람들에게 매일 5시간 등산, 3시간 요가를 시키며 식사는 채식으로만 조금씩 먹인다. ‘스파’ 잡지의 편집장 리즈 마주르스키는 “사람들은 마침내 하이킹이 자기들에게 좋다는 것, 휴일을 멋지게 보내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등산을 하고 나면 건강식을 꿀같이 달게 먹고 편안한 침대에서 곯아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한다.
그래서 브리티시 콜럼비아부터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 이르기까지 북미주 전역에서 스파들이 낮에는 고도의 야외활동을 시켜 밤이면 피곤해서 골아 떨어지게 하되 다양한 미용 서비스를 조심스럽게 가미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비용은 보통 하룻밤에 200달러가 넘는데 하와이의 ‘라스 올라스 서프 사파리’의 경우 여자들을 위한 서핑 캠프로 물에서 하는 레슨에 요가, 좋은 음식, 바디 콘디셔닝 클래스, 스파 트리트먼트가 포함되어 있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의 넬슨 인근 ‘마운틴 트렉’의 손님들은 매일 가이드와 함께 고도 4,000피트 이상을 올라가는 등산을 하지만 돌아와서는 마사지와 풍요로운 음식상을 받는다. 샌디에고 인근 ‘캘라비’의 경우 등산은 덜 힘들고 스파 트리트먼트는 더 호화롭다.
‘레드마운틴 스파’ 손님들이 아침 등산에서 돌아온 시간은 10시경. 점심 먹기 전까지 남은 한시간 남짓한 시간을 각각 스트레칭, 앱스, 카디오, 스피닝등 운동 클래스에서 보낸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하루를 이 클래스, 저 클래스를 다니고,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등으로 보내지 55에이커의 단지내 여기저기에 걸린 해먹에서 빈둥거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게 하루 종일 걸어서 지친 몸을 뜨거운 돌 마사지, 넙적다리부터 발까지 다리 마사지 후 진흙으로 감싸주기 같은 반사요법, 전신 진흙 마사지, 85분짜리 스포츠 페디큐어등으로 달래도록 레드마운틴의 스파는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 놓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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