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리(코코 디벨롭먼트 대표)
(1) 건축과 환경
고대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의식주로 대변되는 인간 환경의 주요 요소 중에서 특히 건축은 우리 인간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꼽힌다.
기후와 환경, 생활습관에 의해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 개발되어야 할 큰 분야이다.
본인이 건축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1983년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이다. 건물과 유명한 도시들을 접하게 되면서 다양한 건축 양식 등을 보게 됐는데 이때 동양과 서양 건축양식의 큰 차이점과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면서 나름대로 건축의 정의를 조금씩 알게 됐다.
(2) 건축학과 건축시공
한국과 달리 미국의 건축과는 대학교가 5년제로 되어 있고 과정 또한 힘들고 과제도 많아서 어떤 여학생은 이 시절에 흰머리가 다 생겼다고 할 정도로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간이 사는 건축물은 인간이 만물의 척도가 되어야 한다.
건축 구조는 물론, 배관, 급수, 조명, 환기, 냉·난방, 인테리어 집기 등 여러 가지 요소를 한치의 틀림이 없이 계산해서 만들어야 하는 학과로서 명석한 두뇌와 창조, 결단성까지 갖추어야 한다.
시공은 여기에다 건축학도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못 갖추었다 하더라도 견적서 작성, 매일 매일의 기후관계, 노임, 노무, 공사일정, 안전관리, 신속 정확 등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노하우를 가지고 일을 해도 적기적소에 일을 다 맞추지 못해 항상 `노가다’란 말을 들으면서 칭찬 한번 못 받는 아주 고된 직업 중의 하나다. 게으르고 정확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 직업을 택하면 평생 자기 만족을 얻을 수 없는 직업이 될 수도 있다.
(3) 시키는 자와 수행하는 자
건축주와 건축업자는 시작할 때는 아주 친한 친구로 시작해서 끝날 때는 원수 사이로 변할 수 있는 인간 관계다. 동상이몽이라고 할까? 실제로 건축주는 대개 1,000원 짜리 일을 예상하면서도 500원으로 완벽한 마무리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업자 중에서 제일 싸게 치고 들어오는 건축 업체를 택하게 된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 아닐까/ 건축업체도 인건비, 재료비, 각종 세금, 서너개의 종합 보험, 장비 감가 삼각비, 안전사고 등을 생각해서 적당한 견적을 내야 하는데 그냥 무작정 싼 업체만 선정하려고 하니 결국 편법을 쓰게 된다. 특히 악덕업자는 아예 견적을 낼 줄도 모르고 도면 또한 보지도 않고 값싸게 들어가서는 1~2주 후에 추가 요금을 요구하게 되고 이 시점에서부터 건축주와 건축업자간에 신경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급기야는 돈과 돈을 넘어 감정싸움까지 이르게 되고 법정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서로를 욕하고 한국사람들을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외국업체를 써 보면 좋은 업체도 있지만 한국업체보다 더 심하고 엄청난 요금을 원하기 때문에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한계성이 있기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시름시름 말도 못하고 고민하는 분들을 여럿 보아왔다.
(4) 기획에서 완성까지
수많은 인종과 언어, 피부색이 다른 여러 민족이 자기만의 자부심과 열성을 가지고 전쟁하듯이 열심히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뉴욕이다. 그래서 자세히 잘 살펴보면, 각 민족마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일하는 태도 등이 확연히 다르며 이런 점을 파악해서 현장 시공에 잘 적응하다보면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아 인건비나 공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건축주가 건축을 하려고 할 때는 모든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기획을 잘 세워야 한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예산(Budget)이 어느 정도인지, 주택 공사일 때는 이사에서부터 입주일정이 잘 맞아떨어지는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지, 디자인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만족할만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공사지 주위와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각종 민원서류에
서부터 허가증까지 완벽한지, 보험에 하자가 없는지 등 꼼꼼히 챙겨야 할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통 건축주가 다 안다고 하면서 참견하고 직접 처리하다가 예산을 훨씬 초과하고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면서 갈팡질팡 제자리를 못 잡는 공사들을 여럿 보아왔다.
이럴 때는 전문가와 초기단계에서부터 협의해서 건축사와 목수 엔지니어, 플러머, 전기업자, 그리고 메인 시공업체까지 총괄적으로 충분히 검토해서 산정하고 대우를 잘해주면 만족할만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건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돌발사고와 생각지도 않은 문제점들이 돌출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전문가와 상의해서 추가사항이 생길 때는 서류를 완벽하게 다시 만들어서 추가 지급하고 문제점은 직할 담당 부서와 연결해서 하나씩 하나씩 처리하면 해결 못 할 일이 없지 않겠는가?
(5) 인과관계
예로부터 건축물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이 잘 완성되었을 때는 건축주가 디자이너에게 덕담으로 `너무나 수고 많으셨고 잘해 주셨습니다’ 하면 디자이너는 건축주에게 이렇게 응답했다. `건축주가 너무 관대하시고 이해심이 많으셨고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셔서 이렇게 무사히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실제로 어느 건축주는 본인이 건축에 몇 번 잡부로 종사해서 잘 안다고 하면서 일일이 참견해서 현장을 다 망치고 작업자들과 분쟁을 일으켜서 작업을 중단하게 만들고 싸움도 일삼는 분을 보았다. 그는 결국 중간에 다른 건축업자를 수배해서 다시 공사하는 바람에 처음 견적보다는 2.5배 이상 예산을 초과해서 끝내고 공사기일도 훨씬 길어졌으며 잦은 분쟁으로 마
음 또한 많이 다쳐서 그 후유증이 크다고 들었다.
어는 건축주는 매일 10달러씩 모아서 몇 년 후에 조그마한 가게를 여는 기쁨으로, 어느 건축주는 큰 사업을 벌리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수십, 수백만 달러를 융자받아 희망에 찬 내일의 점포를 만들려다 큰 낭패를 보는 사례를 무척 많이 보았다.
이제는 실력 있고 양심 있으며 성실한 건축업체들이 일을 많이 해야 할 때이다. 대개 양식이 있는 분들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지내기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고 계신 분들이 많다. 건축주 또한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전문가와 잘 상의해서 자기 예산에 맞는 가게나 주택의 질, 공사기간, 그리고 예산이 모자랄 때는 디자인을 어떻게 변경해서 대체 방법 등을 가지고 잘 처리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한다면 큰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건축은 직업 중에서 정말 어려운 창작의 세계에 직면한 건축주와 건축업자는 상호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건축주는 항상 코디네이터를 먼저 찾아서 건축전반에 대한 기획과 시공을 협의한 후 일을 시작해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외국인들에게는 코디네이터가 일반적으로 잘 인식되어 있어서 건축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해서 좋은 결과를 보고 있다.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이제는 한 단계 발전된 건축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문의: 718-229-9112
♧찰스 리 대표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와 환경대학원을 거쳐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건축 및 인테리어를 전공했으며 서울예술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 및 역서로는 조명연출의 이해, 구조디자인 입문, 고대 건축양식 드로잉, 디자인 설계제도, 실전 디스플레이, 황금 분할의 미학 등이 있다.(문의; 718-229-9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