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코야 곰사냥

2004-10-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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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코야 곰사냥

캘리포니아의 곰 사냥이 시즌이 시작됐다. 사냥 동우회인 에이스 클럽은 곰 사냥 시즌을 맞아 매주 세코야 국유림 등으로 사냥을 나서고 있다.

에이스 사냥 동우회 곰 사냥기

쫓고 쫓긴 추격전 5시간
곰 봤다
과포화 방치땐 멸종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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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회원들이 세코야의 캐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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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냥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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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웅담과 발바닥.

에이스 사냥 동우회 회원들이 LA 한인타운을 떠난 것은 지난 10월8일 오후 4시. 이진택 총무 (46)가 운전하는 4×4 서버번 트럭으로 3시간만에 세코야 국유림의 울창한 삼림 한가운데 위치한 사냥 캐빈에 도착한다. 900스퀘어피트의 전형적인 헌팅 캐빈은 에이스 클럽이 사냥을 목적으로 한 시즌 전부를 렌트한 곳이다. 일행은 서로의 사냥 무용담(?)을 듣느라 자정이 넘어서야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새벽 4시. 간단하게 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한 회원들은 헌팅 전문 가이드 업체인 마이크 베리 가이드 서비스(Mike Berry Guide Service)의 전문 곰 사냥 몰이꾼 앨빈과 루이스를 약속 장소인 캠프 넬슨(Camp Nelson)에서 오전 6시에 만났다.
곰을 쫓는 사냥개도 오랜만의 사냥에 흥분되어 몰이꾼 트럭 위에서 컹컹 짖어된다. 굽이굽이 가파른 산길을 따라 운전하는 곰 몰이꾼 트럭 뒤를 쫓아가기 2시간 남짓, 곰 몰이꾼 트럭 위에 묶어 놓은 사냥개가 갑자기 미친 듯이 짖기 시작한다.
트럭 위에서 뛰어나온 몰이꾼은 뒤따르던 회원들에게 자동차 시동을 즉시 끄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몰이꾼 적재함 위에 있는 리더 사냥개 한 마리를 풀어 길 바로 옆에 나 있는 곰 발자국에 코를 갖다 대었다.
리더 사냥개가 앞장서고 나머지 네 마리 사냥개는 일렬로 뒤쫓으며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깊고 깊은 소나무 숲 계곡으로 사라진다. 백두산만큼이나 높고 험한 해발 9,000피트의 세코야 삼림은 짖어대며 사냥개들의 산울림으로 가득 메워진다.
점점 멀어져가는 개 짖는 소리에 곰 몰이꾼의 얼굴에 긴장이 감돈다. 사냥개들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곰이 멀리 있고, 그렇게 되면 몰이꾼이나 회원들은 곰과 사냥개를 찾아 산 속을 더욱 헤매게 된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가 금방이라도 소나기를 퍼부을 것 같다. 비가 쏟아지면 사냥은 더욱 힘들게 된다. 길도 없는 산 속을 진흙을 밟으며 걷는 것이 그것도 45도의 경사길을, 얼마나 힘든지 군대에서 유격훈련과 야간훈련을 받아본 사람은 잘 안다. 얼마나 큰곰이 어느 쪽에 있느냐는 일행 중 한 사람의 질문에 가이드 앨빈은 팔을 크게 벌리며 자기 몸무게의 2배는 넘을 것 같다며 계곡 넘어 먼 산으로 손가락을 지켜 세운다.
사냥개가 벌써 첫 번째 산을 넘어 두번째 산 중턱에 가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곰과 사냥개는 산과 계곡을 가로질러 나무 사이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곰 몰이꾼과 사냥꾼들은 지그재그로 나 있는 산 속 비포장 도로로 질주해 그들을 따라잡아야 한다. 사냥개들이 곰을 쫓아 나무 위로 오르게 한 뒤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사냥개들이 지쳐서 나무 위의 곰을 감시할 수 없게 된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서 운전하기를 한 시간, 가까이서 짧고 높은 사냥개의 소리들이 들려오자, 몰이꾼 앨빈은 일행 중에게 누가 첫 포수가 될 것이냐고 묻는다. LA 다운타운에서 제조업을 운영하는 최훈(39)씨가 자신 있게 손을 든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육군 장병 출신의 최씨는 군복무 중 늘 사격 일등상을 받았다고 한다. 사냥 신발을 다시 졸라 메고 총탄을 장전한 최씨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 같이 긴장된 모습이다.
45도의 경사진 산은 따로 길이 나 있지 않다. 나뭇가지를 자르고, 때로는 육군 훈련소 같이 낮은 포복으로 나무 밑을 기고, 바위를 넘고, 시냇물을 건너고, 쓰러진 수많은 거목들을 넘어가기를 1시간30분. 드디어 큰 소나무 밑에서 위를 보고 짖는 사냥개를 보았다. 시계는 이미 10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무 밑에서 으르렁거리는 개들을 하나 하나 묶어 격리시킨 후, 앨빈은 우리들에게 O.K. 신호를 보내었다. 30야드 높이의 소나무 위에서 미련한 곰은 나무 아래쪽의 사냥꾼을 째려보고 있었다. 깊은 산 속에서 머루, 달래, 도토리나 따먹고 민가로 내려오지 않았으면,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을 것을…
긴장되고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곰의 급소 목을 겨누었다. 조준 망원경의 중앙 십자가에 곰의 목이 들어오자마자 반사적으로 최씨는 방아쇠를 당겼다. 온 산을 울리는 총성과 함께 그 육중한 곰은 우지직 나뭇가지를 부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아직 살아있는지 절명했는지 알 수가 없다.
가이드가 44구경 권총을 빼어들고 조심조심 곰에게 접근했다. 총구를 곰의 머리에 가까이 대고 막대기를 쥔 다른 한 손으로는 곰의 가슴을 찔렀다. 아무런 요동이 없다. 사람과 곰의 싸움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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