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 묻어나는 ‘ 알밤줍기’ 제철

2004-10-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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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틸로프 리틀록 밤농장 우리농원을 찾아서

풍성한 곡식과 열매가 모든 이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가을, 자연 속으로 파고드는 생태체험 여행의 시즌이 찾아왔다. 어린 시절 밤 밭에서 온 가족이 냄비를 쓰고 옹기종기 모여 알밤 줍기를 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다시 떠올려지는 계절이다. 뭔가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은 계절에는 옛 추억을 되살리는 밤 줍기가 어떨까?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밤을 줍는 재미란 소득이 있는 만큼 여행의 기쁨도 두배가 된다. 남가주에서 유일하게 밤 농장이 있는 앤틸로프 밸리 리틀록(Littlerock)으로 ‘밤 따기’ 주말 여행을 떠나자.


10에이커 과수원에 밤나무 1,500그루
긴소매 티·면장갑·모자는 기본준비물

매일 늦여름 무더위가 계속되더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의 초입에 들어섰다. 남가주에는 사과, 배, 감, 대추, 체리, 복숭아 등 각종 농장이 많은데 유일하게 밤 농장만은 찾기가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가주 사막기후가 밤 농장 운영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둘러싸고 있는 가시 때문에 밤은 수확하기가 일반 과일보다 힘들다. 다른 과실에 비해 수확에 필요한 인건비가 적지 않다.
이렇게 어려운 요건 속에서 용감하게(?) 밤농사에 뛰어든 한인들이 있다. 바로 무어팍에 거주하는 로이와 티나 김씨 부부. 20여년간 의류무역업에 종사했던 로이 김씨는 초자연 환경에서 은퇴할 장소를 물색하다가 우연히 리틀록 밤 농장을 발견하고 지난해 사과, 복숭아 그리고 밤나무가 함께 있는 10에이커의 과수원을 중국인으로부터 인수했다.
1,500그루의 밤나무가 ‘우리 농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투둑 투둑’ 고동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알밤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려 떨어지고 있다.
밭을 따라 아이들과 정신없이 밤을 줍다보면 등이 땀에 흠뻑 젖는다. 시간이 넉넉하고 널린 게 밤인지라 밤을 주울 땐 토실토실한 알짜 밤만 주워 손에 든 바구니를 금방 가득 채우게 된다.
밤중에서도 가장 달다는 아메리칸 하이 마운틴종인 알밤은 벌써 끝물. 쩍쩍 벌어진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한다. 김씨는 “햇밤과 묵은 밤의 차이는 밤 끝 뾰족한 곳을 보면 알 수 있다.
햇밤은 이 곳이 흰색이고 잔털이 나 있다”며 “일반 마켓에서 판매하는 밤들은 원산지가 동부 지역으로 톱밥에 물을 넣어 1년 가량 저장한 다음 소비자에게 판매된다”고 말했다.
밤 줍기는 어른에겐 동심을 되살리고 아이에겐 자연학습의 기회. 집게나 막대기로 흔들어 밤송이가 땅에 떨어지면 양발로 밤을 벌려 속에서 터져 나온 밤을 바구니에 집어 담는다.
밤 가시에 찔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긴소매 티와 면장갑은 기본이다. 여기에 모자나 안전모까지 챙기면 더할 나위 없다. 김씨는 “밤 가시는 찔려도 크게 아프지 않고 신경을 자극하는 침술 효과가 있다”며 “반바지보다는 청바지를 입고 오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사과밭도 있다. 사과 품종은 후지. 너무 열매가 작다고 푸념했더니, 김씨는 크다고 맛있는 게 아니라며 잘 익은 열매를 따 먼지만 털고(이 곳의 모든 과일은 유기농이다) 건네준다. 우습게 봤는데 아! 달디단 것이 꿀에라도 절여 놓았던 것 같다.
얼굴이 온통 과즙으로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과 맛을 실컷 향유했다. 껍질 색이 녹색에서 노란 빨간 색으로 바뀌려는 때가 가장 잘 익은 것이라고 한다. 시식해 봐서 맛있는 열매가 하나 있으면 그 나무의 것은 모두 맛있을 가능성이 많다.
밤을 따러갈 때는 햇볕이 따가울 수 있기 때문에 선탠 로션을 준비한다. 밤을 딸 때는 가지를 자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밤나무에 올라가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주의를 준다. 자연과 농장 주인이 일년의 세월 동안 공들여 맺은 열매들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땄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버리는 몰지각한 행위를 해서는 안되겠다.



가는 길

LA에서 101번 노스→170번 노스→5번 노스→14번 노스로 갈아타고 앤틸로프 밸리 초입인 Pearblossom Hwy에서 내려서 5마일 정도 직진한다. 14번 프리웨이에서 내려서 5번째 신호등에서 모빌 주유소가 나오는데 이 지점에서 Pearblossom Hwy가 Ave. T로 갈라진다. Ave. T로 들어서 2마일 정도 직진하면 92nd St.과 만난다. 이 지점에서 우리 농원 사인이 나온다. 92가에서 좌회전 200여야드 북상하면 농장이 나온다.
문의: (213)268-0201


토속 음식점 ‘과수원 길’

밤을 따고 인근에 있는 토속 음식점인 ‘과수원 길’에 들러 요기를 해결한다. 멧돼지 삼겹살, 오리찜, 닭백숙 등 맛깔스런 음식들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화학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든 재료와 반찬을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에 손님상에 올린다.
메인 메뉴는 멧돼지 고기. 쫄깃쫄깃한 맛과 부드러운 맛이 한 입 가득 느끼게 된다. 각종 나물과 잡곡밥도 그만이다. 가라오케도 있어 단체가 방문하기 좋으며 체리, 봉숭아, 배, 대추, 감나무도 있다. 가격은 메뉴 당 1인분에 18~20달러선.
주소 및 문의: 35005 72nd St. East Littlerock, CA 93543, (661)944-6111, (213)999-6111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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