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낭만이 살아 숨쉬는 도시 비엔나

2004-09-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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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 왕조의 문화

청년시절 히틀러의 꿈은 비엔나 예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것이었다. 그는 두 번이나 이 학교에 응시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당시 심사위원 중에는 유대인 교수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히틀러가 이때 받은 쇼크 때문에 후일 유대인을 증오하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가 비엔나 예술대학에 입학하여 소원대로 미술가가 되었더라면 세계 역사는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낙방 후 히틀러는 비엔나에서 빈둥빈둥 세월을 보내다가 사회민주당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되었고 그 경험이 독일에 가서 나치 당원이 되는데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비엔나는 근세 유럽 예술의 중심지였다. 음악, 미술, 문학을 전공하는 젊은이는 누구나 비엔나에 유학하는 것이 꿈이었다. 이는 합스부르크 왕조가 국가정책으로 예술을 장려했고 특히 프란츠 조세프 황제(사진)는 재위 68년 동안 링스트라세라는 거리를 만들어 이 곳에 오페라하우스 등 예술관계 건물들이 들어앉도록 도시계획을 짤 정도였다. 오늘의 비엔나는 프란츠 조세프 황제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럽의 어느 황태자가 부모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비관하여 애인과 함께 산장에서 동반 자살하는 영화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가 바로 조세프 황제의 외아들 루돌프 황태자다.
비엔나 사람들은 독일어를 사용하지만 독일 사람들과는 전혀 체질이 다르다. 독일 사람들이 과묵하고, 비사교적이고, 검소하고, 맥주를 좋아하는데 비해 비엔나 사람들은 상냥하고 친절하며, 낭만적이고 와인을 즐겨한다. 이곳 유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중인격적이고, 이해타산이 강한 면도 있는 모양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비엔나 출신인데 전혀 비엔나 사람 같지 않다는 것이 현지의 평이다.
비엔나인들의 풍습 중 재미있는 것은 장례식 문화다. 누구나 자신의 장례식이 화려하게 치러지기를 원한다. 비엔나의 공동묘지는 조각품 전시회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비석 옆에 대리석 조각들이 세워져 있다. 모차르트의 장례식이 초라하게 치러진 사실은 이 곳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화제며 비엔나 센트럴 공동묘지는 관광명소 코스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어느 나라보다 카페 문화가 발달해 있는 점이다. 이곳의 카페는 커피하우스를 의미하며 비엔나 커피는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다. 카페 문화가 발달한 것은 예술가들의 모임이 많았기 때문이며 모든 토의가 카페에서 이루어졌었다. 유명한 카페로는 란트만, 하벨카, 데멜 등이 있으며 관광객이 몰리는 데멜은 케익 예쁘게 만들기로 소문나 있는데 거의 예술품에 가까울 정도다.
합스부르크 왕조는 신성 로마제국의 400년을 다스려 왔고 전성기에는 헝가리, 폴란드, 유고,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시실리, 나폴리까지 통치해 명실상부한 제국을 이루고 있었으며 그 중심지인 비엔나가 꽃을 피운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비엔나에는 쉔부른, 벨베디어궁 등 여러 개의 아름다운 궁전이 있으며 수많은 박물관이 있다. 제대로 구경하려면 4박5일은 해야 한다. 시내 전체가 19세기 건물로 들어 차 있고 그 건물 안에서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적화한 로마와 다르다. 비엔나는 로마나 파리보다 선전이 덜되어 있지만 유럽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도시에 속하며 소프트웨어가 풍부한 관광도시다.

이철 주필


고색찬란한 건물많아 다운타운 거닐면 마치 19세기 살고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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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황제의 집으로 쓰였던 호프부르그성, 방이 2,600개나 되며 지금은 각종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마훈련소 스페니시 스쿨도 이곳에 있다.




18세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궁으로 꼽혔던 쉔부른 궁전. 현재도 정부의 파티는 이곳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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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노틀담으로 불리우는 세인트 스테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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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풍의 예술감각이 물씬한 임산부 진료소 안내광고가 거리에 나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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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번화가 ‘그라벤’의 야외카페. 비엔나의 카페는 술집이 아니라 커피하우스다. 왼쪽에 보이는 조각품은 세기의 비극으로 불려지는 1679년의 페스트 희생자 추모탑. 당시 비엔나 시민의 3분의 1이 페스트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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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같이 생겼지만 케익으로 만든조각품. 카페 ‘데멜’의 복도에 전시되어 있다. 데멜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카페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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