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이근만의 건축칼럼] 공사 계약서의 중요성

2004-09-08 (수)
크게 작게
필요에 의해 건축공사를 진행할 때나 이전에 별 생각 없이 해놓은 건축공사로 인해 갑작스럽게 문제에 접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건축공사는 큰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므로 사전에 많은 준비와 지식이 없이 접근했을 경우 잘못 지어진 방향으로 인해 커다란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런 문제들 중 대부분은 공사 과정의 지불 문제와 공사의 질에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또 흔히 접하는 문제로는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위반티켓에 관련된 사항이 많습니다. 좀더 쉬운 이해를 위해 최근 있었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날 한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뉴저지에서 가게를 꾸미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던 중 큰일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사비는 80%이상 지불했고 공사는 반이상 진행됐는데 공사업자가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계약을 취소하고 철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난감했습니다. 계약취소뿐 아니라 매달 비싼 렌트를 내야했고 시간은 경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공사업자를 불러서 공사를 마무리하게 되면 계약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므로 고소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단 계약을 했고 공사진행 이상의 비용을 이미 받았으므로 공사업자로서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좀더 자세한 상황파악을 위해 기존 공사계약서에 관한 내용을 물어보니 처음 계약시에 공사비의 30%를 계약금으로 지불하고 공사시작 1주일 후에 30%를 지불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상황으로 봐서 적절한 선에서 절충하는 것이 좋고 담당 설계사에게 공사의 진행에 따른 성과와 지출 내역을 비교해 줄 것을 부탁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설계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모든 설계와 허가 서류에 관계된 일을 공사업자에게 모두 일임하였다고 합니다.

과연 문제는 어디에서 발생한 것일까요? 우선 계약서 내용이 잘못됐습니다.

첫째 계약서에서 공사 일에 대한 내용과 선이 분명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각 조목별로 내용과 금액이 자세하게 기입되어야 나중에 시비가 생겼을 때 근거의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이란 일과 지불의 관계이므로 일에 대한 명시가 분명해야 나중에 추가공사비를 요구해도 이전에 포함된 일인지 아닌지 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공사의 지불 방법을 제대로 명시해야합니다. 계약시 얼마, 1주일후 얼마, 이런 식의 지불 방법은 시작부터 문제가 됩니다. 지불 방법은 기간이 아닌 일의 성과량에 비례하여 행해져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공사기간을 명시해야 합니다. 보통 공사계약은 공사기간, 공사의 진행 정도, 공사의 질, 이 세가지가 함께 기입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보통 공사의 질은 판단 경계가 모호하기에 믿을 수 있고 실력 있는 공사업자를 선정함과 동시에 공사기간과 진행 정도를 확실하게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공사가 연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공사기간이 늦춰지는 것에 대한 조항과 그에 대한 책임소재(벌금)를 기입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다음으로 주인이 잘못한 사항은 건축설계 및 허가 과정 일체를 공사업자에게 맡긴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공사주, 건축 설계사, 공사업자는 삼각형의 관계를 이루며 협력 내지는 견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사주와 공사업자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공사주는 설계사에게 전문 분야의 조언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사주가 설계사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
태에서 어떻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겠습니까? 설계사가 공사업자에게 고용이 되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다른 문제는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위반 티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당황할 뿐 뉴욕시에서 규제하는 내용을 알고 있으면 이러한 일을 미리 예방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우리가 받게 되는 위반 티켓은 무허가 개조입니다. 보통 건축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벽 하나 없애는 일이라도 뉴욕 건축시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한 승인이나 허가 없이 공사를 하게 된다면 위반티켓을 받게됩니다.

공사뿐 만 아니라 모든 건물은 그 건물에 맞는 사용용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용용도가 주거인데 상업용으로 쓰이고 있다면 그것 또한 불법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주거의 지하(CELLAR)를 개조해 임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하는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되어있으므로 그것 또한 불법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은 우리의 환경을 보다 좋게 하기 위해 뉴욕시에서 규제하는 것이며 이는 지역규정(ZONING REGULATION)이라 하여 그것에 저촉되었을 경우 티켓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받으면 위반티켓에 적힌 법원 주소와 날짜에 맞춰 공청회에 참석해야 합니다. 만약 참석하지 않으면 30일이라는 재심사기간이 주어지며 불참석 이유를 제출해야
합니다. 벌금은 내용에 따라 다르며 벌금을 내고 난 후 불법사항을 정정해야 합니다.

해결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허가 없이 개조한 집을 원래대로 복구시켜 놓는 것과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상태를 합법적으로 만들기 위해 도면을 그리고 법적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개조를 합법적으로 만들려고 계획해도 법에 저촉돼 받아들여질 수 없다면 철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공사 이전에 확실히 알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