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탠더’ (Stander) ★★★★

2004-08-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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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강도가 된 남아공 경찰간부 실화

남아공이 아직 아파트헤이드 정책을 실시하고 있을 때인 1970년대 후반 경찰간부로 지내다 돌연 은행강도로 전업한 화려한 성격을 지녔던 앙드레 스탠더의 실화.
이야기 진행이 매우 빠르고 카메라 동작과 스타일이 달리는 기차 엔진의 추진력을 지닌 시종일관 박진하고 힘찬 액션영화다.
카리스마와 권위를 지닌 스탠더(토마스 제인이 뽐내는 듯 화려한 연기를 한다)는 소웨토서 일어난 반정시위를 제압하다 젊은 흑인을 사살한다.
그는 이 일로 죄책감과 좌절감에 시달리다 경찰직을 반납한다. 이런 그를 격려하고 사랑하는 것이 스탠더보다 지적으로 계급적으로 한 단계 위인 아름답고 육감적인 아내 베키(실제로 두 사람은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헤어졌는데 베키는 스탠더의 사망 후 자살했다).
경찰을 떠난 스탠더는 경찰생활에서 익힌 기술과 정보를 이용하고 칠면조처럼 변장을 하면서 요하네스버그를 샅샅이 뒤지고 다니면서 은행을 턴다.
자신을 스스로 처벌하고 제도에 대한 앙갚음을 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는 은행을 26차례나 턴 뒤에야 처음 체포되는데 그동안 매스컴에 의해 로빈후드 같은 신사강도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스탠더는 이어 교도소에서 과감히 탈출, 교도소 동기 2명과 함께 ‘스탠더 갱’을 조직한 뒤 은행경비와 경찰을 비웃으며 신나게 강도질을 한다.
각본이나 배우나 여류감독 브론웬 휴스가 모두 재미있다는 식으로 ‘한탕 영화’를 즐기고 있는데 이런 재미와 함께 같은 종류의 영화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처럼 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사회에 관해 깊이 생각하도록 만든다.
장난기가 있고 충동적이며 또 역설적인 스탠더는 강도질을 하면서 자기 해방을 누리나 결국 사회에서 위안을 찾지 못하는 국외자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깊이 동정하고 응원하게 된다. R. 아크라이트, 그로브(323-69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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