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사람의 주말나기 패사디나 아이스링크서 스케이트 즐기는 ..

2004-06-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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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변·이바 팬양

더위 쫓고… 우정 쌓고…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어휴 더워, 불평만 했지 시원한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생각을 하지 않았던 자신이 오랜 지병을 운명처럼 끌어안고 살던 주름살투성이의 할머니처럼 여겨진 오후였다.
패사디나의 아이스케이팅 링크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동장군이라도 밀어닥친 것처럼 찬기운이 온 몸에 쫙 퍼진다. 밖은 말 그대로 8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혼자 눈발이 흩뿌리는 겨울 속으로 빨려 들어온 느낌이다. 시원하다 못해 춥다. 이보다 더한 피서가 있을까.
주디 변(16, 아케디아 고등학교) 양은 총명하다. 에어컨디셔너를 켜도, 수영장에 첨벙 하고 들어가도 여전히 시원함을 느낄 수 없던 그녀는 요즘 주말이면 스케이트를 어깨에 매고 아이스링크로 향하며 시원함을 만끽하고 있다. 코끝에 쨍 하며 다가오는 아이스링크 안의 공기는 알프스의 겨울처럼 신선하다.
짧은 치마를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린, 한 눈에 봐도 꿈나무 타냐 하딩인 소녀들처럼 한쪽 다리를 들거나 팽팽 도는 묘기를 펼치지는 못하지만 그녀는 단짝친구 이바 팬(16, 아케디아 고등학교) 양과 함께 손을 잡고 링크를 도는 시간을 아주 좋아한다.
아이스링크에 들어서는 순간은 온 몸에 추위 때문에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반팔을 입고 있어도 괜찮은 이유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온 몸을 움직이는 전신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스케이트를 타고 나면 다리가 뻐근해지며 기분 좋은 노곤함이 온 몸에 퍼진다.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겨울철 논두렁의 물을 얼려 만든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전설적인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묵과 호떡 등 먹을 거리가 더 기억에 남는다는 어머니의 추억 담은 추운 이야기였는데도 따뜻하기만 했다.


▲남가주 인근 아이스케이팅 링크
■Iceoplex: Kings’의 전용 아이스링크. 8345 Hayvenhurst Place, North Hills, (818) 893-1784.
■Pasadena Ice Skating Center: 올드 타운 내 아이스링크. 310 E Green St, (626) 578-0800
■Oxnard Ice Skating Center: 패밀리 스타일의 아이스링크. 830 Wagon Wheel Rd, Oxnard, (805) 988-4440
■Civic Center Plaza: 450 N Rexford Drive, Beverly Hills.
▲아이스케이팅 이벤트
The World According to Snoopy On Ice 6월 26일(토). 장소, Knott’s Berry Farm (8039 Beach Blvd. Buena Park, CA 90620) 전화 (714) 220-5200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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