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사람의주말나기 식도락 즐기는 김원보한미문화협회장

2004-06-04 (금)
크게 작게
이 사람의주말나기 식도락 즐기는  김원보한미문화협회장

김원보씨는 소문 난 식당을 함께 찾아 다닐수 있는 사람들과 작은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3박자 갖춘 ‘맛있는 노후’

우리 인생에 3박자가 맞아줄 때는 극히 드물다. 젊은 때는 건강과 시간이 있지만 주머니가 가볍고 한창 일할 3-40대는 건강과 돈이 있어도 도통 시간을 낼 수가 없다. 돈도 좀 있고 겨우 시간도 날 때면 이 무슨 일인가.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나온 명언이 있다. 젊을 때 과부 달러 빚 내서라도 돌아다니라는 말.
김원보(65, 한미 문화협회 회장)씨는 행운아에 속한다. 옛날에야 환갑 지나면 대단한 나이였지만 요즘은 말 그대로 청춘.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그는 무엇보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해둔 덕에 청년처럼 은퇴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오페라와 뮤지컬 공연을 즐기는 것은 물론 해외여행도 자주 떠나 이제 전 세계 안 다닌 곳이 없을 정도인 그는 소문난 식도락가이기도 하다. 근 20년 동안 남가주 인근의 내노라하는 유명 식당들은 책까지 봐가며 부지런히 다녔다.
평양냉면, 가자미 식혜 등 깔끔한 이북 음식을 먹으며 뼈대가 굵어온 그가 어쩌다가 버터 발린 느끼한 음식들을 즐기게 됐을까 궁금하다. 1965년 유학 왔을 때는 이미 그의 미각 세포가 한식에 길들여지고 난 후였다. 하지만 그 후 40년의 세월 동안 그는 영어 발음만큼 혀에 이국적인 맛을 보여주는 것에 주력했다.
벤추라 카운티 라이온스 클럽에 활발히 관여하게 되면서 미국인들과의 저녁 식사 기회는 더욱 잦아졌다. 만약 그가 김치찌개에 된장찌개, 청국장만 고집했었다면 그의 사회생활은 현재의 모양새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전형적인 한국 입맛이어야 할 그가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즐기는 걸 보며 정말 입맛도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디 새로운 곳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곧장 달려가야 직성이 풀리는 그에게 요즘 참 행복한 일이 생겼다. 본보 푸드 섹션이 나오는 수요일 아침을 그는 주부들만큼 손꼽아 기다린다. 가끔씩 그도 가보지 못한 레스토랑이 소개될 때면 바로 그날로 찾아간다. 글쓴이가 권하는 음식을 그대로 시켜 맛보며 기사 내용과 비교해보는 시간도 즐겁다.
최근 소개된 샌타모니카의 신치라는 레스토랑도 아주 맘에 든다. 예전에 가봤던 곳이 실리면 또 기억을 되살려 찾아가본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한결 같은 맛을 대할 때마다 한인 타운에도 저런 장소가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몇 주 전에 소개 된 일본 분식점 고라쿠도 찾아가봤다. 일본 여행할 때 먹었던 라면 국물 맛이 여간 시원한 게 아니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맛은 없어도 분위기가 낭만적인 인 오브 세븐스 레이(Inn fo 7th Rey), 그리고 독특한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시누아 온 메인(Chinois on Main) 등이다.
그는 본보에 실린 레스토랑을 함께 찾아다니고 싶어 하는 이들과 함께 작은 모임을 만들기 원한다. 음식이고 사랑이고 나눠야 맛이기 때문이다. 연락처 213-500-1840.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