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체험! 그리스 문화

2004-05-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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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그리스 문화

그리스 축제에 참가한 김정환씨 가족이 어린이들의 민속댄스를 흥겹게 지켜보고 있다. 작은사진은 그리스산 대리석 장식품을 돌아 보는 김아라양과 동생들.

전통음식으로… 풍물로… ‘고대 신화와의 대화’

애나하임 성 요한 그리스 정교회 ‘민속축제’를 가다

제우스신에게 바치는 제전, 고대 올림픽은 종교, 예술, 군사훈련이 삼위일체를 이룬 헬레니즘 문화의 결정체였다. 드넓은 올림피아드 평원으로 모여든 그리스인들은 신전에 참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평화와 화합의 제전을 시작했다. 고대 올림픽에서는 종교의식 못지 않게 예술문화행사도 중요한 의미였다고 한다. 시인과 철학자, 예술가들은 올림피아드에서 문학, 시가, 예술, 연극을 발표했다.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아테네의 역사 연구를 처음으로 발표한 것도 바로 올림픽에서였다. 폴뤼클레토스의 ‘큰 창을 든 사내’와 미론의 청동 조각 ‘원반 던지는 사내’는 우리들의 상상을 올림피아드의 원형 경기장으로 끌고 간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출전한 선수들이 조각처럼 아름다운 육체로 경기를 벌이는 모습은 숱한 화가와 조각가들의 예술혼을 자극할 만큼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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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남작의 제의로 아테네에서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린 것이 1896년. 108년 만에 다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아테네로 돌아온 28회 올림픽이 열리는 8월이 되면 전 세계의 이목은 다시금 그리스의 작은 도시로 집중될 터이다.
찬란하게 꽃피었던 크레타문명, 미케네문명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을 것이며 영화 트로이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아킬레스와 파리스 그 외 신화의 주인공들의 이름이 한층 친근하게 들려올 게다.
올림픽을 앞두고 파르테논 신전과 아크로폴리스를 돌아보며 서양문명의 요람이자 고대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저 희망사항일 뿐.
하지만 인종의 용광로인 LA에 살고 있다는 특권은 이런 체험들을 어느 정도 가능하게 해준다. 지난 주말 김경환(46, 무역업)씨 가족들은 애나하임의 성 요한 그리스 정교회에서 열린 그리스 축제엘 다녀왔다.
동그란 돔 모양이 특징인 성당 구석구석을 안내자와 함께 돌아보며 천국을 바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여긴 그리스 인들의 정신세계를 읽을 수 있었다. 온통 파랑과 흰색으로 꾸며진 부스는 그리스의 자랑인 올리브 오일과 페타 치즈, 비잔틴 스타일의 십자가상과 대리석 조각 등 다양한 그리스의 풍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그리스 음악을 듣고 있자니 흥겨운 가락인데도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온다. 또롱또롱 굴러가는 듯한 느낌의 산추리 소리를 들으며 여자를 애무하듯 산추리를 연주했다는 그리스 인들의 영원한 우상, 조르바를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교회의 어린이들이 오랜 기간 연습한 그리스 민속 무용은 전통 의상 하나밖에 볼 것이 없었지만 함께 손을 잡고 공동체의식을 일깨우는 모습이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어린이들의 공연에 박수를 보내던 어른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며 흥을 돋운다.
축제에서는 그리스 요리를 직접 배우고 시식해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그리스 전통 요리 연구가라고 자신을 소개를 한 조르지아 클렌토스는 꼭 우리 식 호박잎처럼 생긴 넓적한 포도 잎사귀를 펴 밥을 얹으며 그리스 음식 돌마데스 만드는 법을 설명한다. 호떡처럼 쫄깃한 감촉의 피타 브레드를 찍어 먹는 후모스, 타라무 살라타, 자치키가 입에 맞는지 아들 동희(8)는 엄마 김정숙(43, 주부)씨에게 집에서도 만들어달라고 속삭인다.
꿀과 견과류 등을 섞어 어지러울 정도로 단 맛을 낸 바크라바와 쿠렘비에테스는 아라(17)와 아윤(14)이가 좋아해 한 보따리를 구입했다.
그들의 음식을 떼며 그들의 음악에 맞춰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고 나니 지중해 한 구석의 먼 나라로만 느껴지던 그리스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궁금한 게 많은 동희는 벌써부터 김경환 씨에게 그리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오기 시작한다.
내일은‘디오니소스의 두상’‘승리의 젊은이 상’ 등 그리스 시대 조각과 영웅들의 그림으로 장식한 그리스 도자기를 갖추고 있는 게티 뮤지엄으로 발걸음을 옮겨야겠다.
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은 신과 영웅을 이상으로 삼고 거기에 속해 있기를 염원한 고대 그리스인들의 조화로운 영혼이리라.

각지의 그리스 축제

▲까마리요 그리스 축제: 올해 26회를 맞는 행사로 6월 11일(금)부터 3일간 성 데메트리오스 그리스 정교회 성당에서 열린다. 그리스 음악 연주와 음식 장터등 다양한 행사로 꾸며진다.
400 Skyway Dr, Camarillo, CA 93010. (805) 482-1273. www.hellenicsounds.com
▲LA 성 소피아 그리스 정교회 성당의 그리스 축제: 오는 9월 10일(금)부터 3일간 LA 지역 최대 규모의 그리스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조르바의 밤’, 그리스 음식 장터, 올리브 시식과 요리 강습 코너도 마련되며 특설 무대에서는 그리스 민속춤인 제임베키코, 하사피코, 펜토잘리를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의 야외극장에서 희비극을 즐기던 후예들답게 특별 연극을 상연할 계획이며 신화를 재현한 ‘고대와의 대화’행사도 마련될 예정이다.
1324 So. Normandie.
(323) 737-2424
■게티 뮤지엄의 그리스 시대 유물:
게티 뮤지엄은 대리석 조각, 청동 조각, 테라코타와 도자기 등 다양한 그리스 고전 시대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보고. 기원 전 400년경에 제작된 대리석 아프로디테 여신상, 젊은 디오니소스의 청동 두상 등 조화와 균형을 추구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예술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돌아보자.
1200 Getty Center Drive, Los Angeles, CA 90049.
(310) 440-7330
■그리스 레스토랑
▲라치몬트 빌리지 안에 자리한 르 쁘띠 그릭 (Le Petit Greek): 그리스의 산토리니에도 지점이 있을 만큼 제대로 된 그리스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케팔 로티리 치즈에 그리스 술인 우조를 뿌려 손님 앞에서 직접 불을 붙여 주는 사가나키(Saganaki) 등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 7일 점심은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저녁은 오후 5시 30분~밤 11시까지이다. 한인 타운에서 3가를 타고 가다 Wilton을 지나 Larchmont에서 좌회전하면 1가를 지나 왼쪽으로 나온다.
127 N. Larchmont Bl. L 90004. (323) 464-5160
▲3가 길의 소피(Sofi): 매일 밤 그리스 음식과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심포지엄 (향연)이 열리는 곳. 레몬과 향료로 맛을 낸 문어 구이(Ochtapodi), 시금치와 양젖 치즈로 안을 채운 스파나코피타(Spanakopitakia), 고소하게 튀긴 미트볼(Keftedes)도 입맛을 돋워준다.
꼬치에 끼워 그릴 한 수블라키 (Souvlaki)는 새우, 생선,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 등 종류대로 마련된다. 런치는 월-금요일 11시 30분-2시 30분. 디너는 매일 저녁 5시 30분-11시까지 문을 연다. 8030 3/4 Third
St. 3가 선상, 패어팩스와 라시에네가 사이.
(323) 651-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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