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원 가꾸기

2004-05-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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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기

지난 주말 온갖 꽃과 화분을 판매하는 ‘오시’를 찾아 집에 어울릴 꽃들을 찾고 있는 신영임씨. 정원이 계절의 옷을 입으면 집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계절’입은 뜰‘대화 꽃’활짝

베고니아 화분이 내 걸린 창문은 늘 아름답다. 조용필의 노래 ‘서울 서울 서울’의 가사를 썼던 시인 양인자는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에서 어딘가로 엽서를 쓰던 그녀의 고운 손을 대비시켜 우리들 관념 속의 베고니아 화분을 더욱 곱게 장식했다.
유럽의 하늘 밑이 그토록 그리운 것 역시 베란다에 내 걸린 수줍은 듯 화사한 빛깔의 베고니아 꽃 때문은 아닐까.
계절은 마법을 부린다. 겨울 내내 저 찬란한 색깔들이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제 모습을 드러내는 건지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자연의 신비다. 온 천지에 흐드러지도록 피어난 꽃들은 우리 사는 지구별을 어린 왕자의 혹성만큼이나 특별하게 꾸며준다.
“우리 마당도 새로운 계절의 옷을 입혀야겠어.” 커다란 커피 머그를 안고 창틀로 쏟아지는 햇살을 온 몸으로 느끼던 신영임(41, 여행사 운영)씨는 조금 휑하게 느껴지는 뜰을 내다보며 생각한다.
심심해 보이던 2층 베란다 창문에도 봄 화분을 몇 개 내걸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녀의 머리 속에 갑작스레 초등학교 시절, 학교 화단에 채송화와 팬지꽃을 심던 기억이 떠오른다.
꽃이 잘 자라라고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던 날, 유기농 비료에서 흘러나오던 찌릿한 냄새는 차라리 고향에서의 그리운 시절을 일깨워주는 향기가 되어버렸다.
정원 꾸미는 인구가 많은 곳이 미국이다. 전문 너서리를 갖추고 있는 웨어하우스들이 동네에만도 서너 군데. 오시(Osh) 매장에 발을 들여놓은 그녀는 봄을 정원과 베란다에 들여놓기를 희망하는 것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넓은 정원 섹션에 가득한 봄꽃들은 봄바람의 살랑거림을 춤을 추듯 작은 몸짓 하나 가득 표현하고 있었다.

수줍은 소녀 모양의 데이지, 경쾌하고 발랄한 팬지, 나팔꽃처럼 꽃잎이 넓은 페튜니아, 진분홍 화려한 꽃잎의 석죽, 황금처럼 빛나는 금잔화, 오색의 꽃잎이 함께 찬란함을 발하는 프리뮬라, 청순한 봄처녀 이미지의 튤립, 향기가 짙은 히야신스 등 형태도 색깔도 가지가지인 봄꽃들을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마음은 행복감으로 가득 차 오른다.
홈 디포, 암스트롱 가든 센터, 오시 등의 웨어하우스는 꽃모종은 물론이고 흙, 비료, 다양한 모양의 화분 등 정원 장식의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아놓았다.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연못을 비롯해 비밀의 화원(secret garden)을 만들어줄 만한 아이템들도 다양하다.
노랑, 보라, 빨강 원색의 조화가 모네의 그림만큼 아름다운 팬지와 프리뮬라, 베고니아를 사 들고 온 그녀는 뒤뜰에다 화분과 흙을 벌려놓고 봄날의 작업을 시작한다. 물 잘 주고 비료도 잘 줄 테니 잘 자라야 돼.
꽃들이 우리들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믿는 그녀는 꽃들을 향해 다정스레 이야기를 건넨다. 이전에도 몇 차례 꽃들을 사다 심었지만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 죽어가던 모습이 얼마나 안타까웠었는지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에서 손을 놀리던 그녀는 갑자기 샌드라 블럭이 주연했던 영화 ‘28 Days’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라 혼자 깔깔거리며 웃어 제친다.
플랜트를 잘 키울 수 있게 되면 강아지를 길러보고 이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소 애인을 사귀라던 재활원 테라피스트의 조언에 따라 일단 플랜트를 구입했던 남자 주인공이 누렇게 변해버린 화분을 꽃집에 들고 가 제발 바꿔달라며 읍소하던 장면 말이다. “나 이거 살려내지 못하면 평생 애인 못 만난단 말이에요.”
그녀는 화사한 색깔의 베고니아를 길다란 화분에 심어 2층 베란다에 내걸었다. 무심히 집 앞을 지나가던 행인이 고개를 들어 베고니아 화분을 보고 느낄 생의 환희는 이미 흙을 토닥이던 그녀의 가슴속을 하나 가득 채운 후다.



화분과 화단에 적당한 꽃들

봄에 싱싱한 녹색의 잎과 함께 아름다운 꽃잎을 볼 수 있는 꽃들은 거베라, 붓꽃, 데이지, 수선화, 아네모네, 은방울꽃, 철쭉, 튤립, 크로커스, 작약, 바이올렛, 프리뮬러 등이다.
브라질이 원산지지만 품종 개량이 많아져 종류는 물론 꽃의 색깔도 빨강, 분홍, 하양 등 다양하다. 물의 양을 일정하게 맞춰주면 그늘에서도 쑥쑥 잘 자란다.
2/3 정도 물을 채운 투명한 볼에 담아 햇볕 잘 드는 곳에 둔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깨끗한 물로 갈아주면 될 만큼 관리법이 쉬워 집안에서도 부담 없이 키울 수 있다. 방향제를 쓴 것보다 짙게 실내를 향기로 물들인다.
화장수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화초. 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 두고 잎에 물이 닿지 않도록 최대한 뿌리 쪽에만 물을 주는 것이 관리 포인트.
줄기 끝 부분에서 여러 개의 꽃을 피우는 가랑코에는 습도가 높으면 잘 자라지 못한다. 햇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빛이 잘 드는 곳에 두고 물은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뿌려 준다.
▲창가에 적합한 꽃-팬지, 데이지, 앵초, 수선화, 히야신스, 은방울꽃, 양귀비, 금잔화
▲공중에 매다는 행잉 화분-아이비, 고사리, 아스파라거스, 스프링겔리
▲계단이나 선반에 적합한 화분-양치식물, 옥잠화, 채송화, 석창포
▲수경재배에 적당한 화초-히야신스, 수선화, 아마라리스, 크로커스, 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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