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사람의주말나기 캠핑 즐기는 사진작가 김영효씨

2004-05-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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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면 어때, 자연이 벗인데…”

3주 후 노동절 연휴면 본격적인 캠핑 시즌이 시작된다. 김영효(45, 사진 작가)씨는 1년 내내가 캠핑 시즌이라 할 만큼 캠핑을 자주 떠난다. 그가 캠핑을 좋아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상 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던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다.
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동행할 친구가 없다고 캠핑을 굶지는 않는다. 홀로 떠나는 캠핑이라니, 얼마나 적적하고 외로울까 싶었는데 그의 말을 들어보니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바람에 살랑거리는 길섶의 야생화들이 모두 그의 친구가 되어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내면의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일상 가운데 막히고 답답했던 문제들도 술술 풀려 나간다.
친구와 둘이서 떠나는 캠핑은 오붓해서 좋다. 평소 여럿이서 모이는 술자리에서는 결코 끄집어낼 수 없었던 속내를 드러내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짙은 우정이 생겨난다. 자연에서 서로를 보호해준다는 동료의식과 나란히 누워 별을 헤아리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나눈 친구는 자신만큼 소중한 존재가 되어 간다.
혼자서도, 친구끼리도 좋지만 캠핑은 역시 가족과 함께 떠나는 것이 최고. 가끔씩 선배의 가족들과 어울려 캠핑을 떠날 때마다 그의 이런 믿음은 더욱 굳어진다. 가족들의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텐트를 치는 믿음직한 선배의 모습, 저녁 식사를 마련하는 형수의 흐뭇한 미소를 지켜보는 것은 기쁨이다.
조카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장난을 치는 모습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빙 둘러 앉아 별과 달을 이야기하는 시간들을 그는 멈추고 싶어할 만큼 아낀다.
LA 근교에서 그가 특히 좋아하는 곳은 벅혼(Buck Horn) 캠프그라운드. Angeles Forest 하이웨이로 40분 정도 운전하면 나오는 이곳은 가까운데도 제법 깊은 산중 같은 풍경에 무엇보다 시냇물이 있어 좋다. 예약도 따로 필요 없다.
1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50분 정도 가다 보면 나오는 La Jolla Canyon 캠프그라운드 역시 자주 찾는다. 위쪽으로 산이 있어 하이킹하기에 좋고 아래 쪽으로 시원한 태평양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들고 다니던 이동용 오디오 세트를 더 이상 가져가지 않은 지도 꽤 됐다. 자연의 소리들이 얼마나 많은데. 솔바람소리, 시내물소리, 새소리처럼 좋은 음악이 또 있을까. 수 백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청각세포에 한껏 들여놓는 것은 캠핑의 또 다른 기쁨이다. 시계 역시 가져가지 않는다. 시계를 보지 않고 자연의 페이스에 맞춰 느림을 실행하는 캠핑은 즐겁다.
캠핑을 자주 다니다 보니 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의해야 할 점을 온 몸으로 실행하는 아름다운 자연인이 되었다. 땔감이 부족하다고 주변의 마른나무를 모아 태우는 것은 금물. 가져갔던 것은 모두 가져 온다. 자연에 속한 것은 돌 하나, 나뭇잎 하나도 가져오지 않는다. 추억만 가져와도 족하기 때문이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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