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날에 찾아간 여성건강 변화전

2004-05-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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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날에 찾아간 여성건강 변화전

가족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오용일씨가 임신 상태를 체험해 보고 있다. 여성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새 생명을 세상에 내보내는지 느껴볼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땀 뺀 ‘임신 체험’… 역시 엄마는 ‘원더우먼’

이번 주말은 어머니 날. 어머니는 신이 우리 모두를 보살펴줄 수 없어 보낸 수호천사란다. 어머니 날을 맞아 가슴에 꽃도 달아드리고 멋진 저녁 식사도 대접해야겠지만 우리들을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 그리고 나의 아들딸을 탄생시킨 아내의 건강을 되짚어 보는 시간은 그 무엇보다 의미 있을 것 같다. 지난 주말 오용일(42, 요식업)씨는 아내 윤희(39, 주부)씨, 그리고 종석(13), 은정(10)이와 함께 여성 건강의 변화(The Changing Face of Women’s Health) 전시를 마련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를 찾았다. 전시를 통해 오용일 씨 가족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여성의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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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바꾸어놓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13점의 청동 조각들.


우선 입구 가까이 인류 역사에 있어 여성의 이상적 아름다움의 변이를 설명한 전시가 눈길을 끈다. 구석기 시대의 풍요를 상징하던 지모신, 고대 그리스 시대 황금 비율이 적용된 여신상, 르네상스 초기 보티첼리의 그림에서 만날 수 있는 창백한 얼굴의 비너스, 르네상스 후기 루벤스가 표현한 육감적인 여인상,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여 가슴을 한껏 강조한 관능적 몸매가 이상적이던 세기말의 여인들.
그 후 마릴린 먼로의 관능미, 오드리 헵번의 청순미로 이어지기까지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는 미인의 기준에 자신의 육체를 짜맞추기 위해 기울인 여성들의 노력은 눈물이 날 정도다.
잘록한 허리를 만들기 위해 고래 뼈로 만든 코르셋을 입었던 시절. 남자들이 보기에는 아름다웠을지 모르지만 이로 인해 여성들은 골격이 변하기까지 했다. 코르셋을 착용하면 쉬 숨이 차오고 내장들도 압박을 받는다. 하이힐 역시 더욱 아름다워지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소품. 하이힐을 신음으로써 발이 기형이 되는 것은 물론 심각한 관절 질환을 앓기도 하지만 30퍼센트가 넘는 현대 여성들은 단지 건강 상의 이유만으로는 하이힐 신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응답을 했다.
바비 인형은 현대 산업 사회가 만들어낸 완벽한 미녀의 대명사. 오윤희씨는 딸 은정이와 함께 바비 인형을 사람 크기로 확대시킨 이미지와 실제 미국 여인들의 신체를 대비시킨 벽면에 몸을 기대본다. 실제 미국 여인들의 허리 둘레는 더욱 늘어가는데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접하는 바비 인형과 패션 모델들의 몸매는 더욱 가냘파졌다. 이상적 아름다움과 실제의 차이 사이에서 고통 받는 것은 바로 보통 여성들이다.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운동만이 건강미 넘치는 아름다운 몸, 건강한 영혼을 담는 몸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한 눈에 보여주는 조각을 보며 오윤희씨는 그녀와 딸을 위해 더욱 야채와 칼슘이 풍부한 식단을 꾸며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시는 오늘 날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차례차례 진단하고 있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여성 건강의 오류를 수정해주는 정보들도 많다. 2명 중 한 명의 여성은 심장 질환으로 목숨을 잃으며 4명 중 한 명의 여성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다고 한다. 별 증상 없어 보이는 골다공증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여성들이 가장 잘 거리는 암이 자궁암이나 유방암일 것이라는 짐작도 잘못된 통념이다. 실제 유방암으로 목숨을 잃는 수치는 상당히 낮다고. 여성의 생명을 가장 많이 빼앗아 가는 암은 폐암이다.
임신한 상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Empathy Belly’ 코너는 아주 흥미 있었다. 사이언스 센터의 앤디 해리먼이 가족 중 누가 체험해 볼 거냐고 묻자 오윤희 씨는 물론 아이들까지 모두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일제히 아빠를 지목한다.
임신 상태의 몸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숨을 다 내쉰 다음에 복대로 가슴팍을 조이는 일이다. 자궁의 아기와 늘어난 체중으로 인해 임신중인 여성들은 가슴팍을 조인 것처럼 숨이 차오른다.
다음으로 30파운드가 넘는 물 주머니 옷을 입는다. 몸짱 오용일 씨가 졸지에 배가 남산만하게 부른 임산부 모양이 된 것을 보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웃어댄다. 방광에 부담을 주는 물 주머니까지 붙이고 나니 이제 드디어 제대로 된 임산부 탄생.
가상 임신 상태 체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허리를 굽혀 구두 끈을 매보고 떨어진 열쇠를 주워 들며 그는 우리 어머니들이 만삭의 몸일 때 얼마나 불편함을 겪었는지를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앞에 마련된 벤치에 드러누웠다가 힘들게 일어나는 것을 체험해보며 그는 아내가 임신 중일 때 더욱 잘해주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기도 했다.
물 주머니가 방광을 눌러 화장실로 급하게 달려가기도 했다. 이런 불편함을 모두 견디며 생명을 탄생시킨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존경스럽다.
인류의 역사에서 여성들에게 요구되던 역할은 참으로 다양했다. 어머니, 누이, 친구, 딸, 연인, 아내야 가장 기본적인 것들.
가족의 식탁에 균형 잡힌 영양을 제공하는 요리사, 상처 받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카운슬러,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는 뮤즈, 사회와 남성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들을 늘어놓은 대목을 보고 있자니 숨이 막혀올 지경이다.
남성들이여, 여성들이 그대들에게 수퍼맨이 되어달란다고 불평하기 전에 여성들에게 원더우먼이 될 것을 요구하지 마시기를.


The Changing Face of
Women’s Health는…

▲전시 시간: 오는 6월 6일까지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
▲장소: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700 State Dr. Exposition Park Los Angeles, CA 90037).
▲가는 길: 한인타운에서 Vermont Ave.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Exposition Bl.를 만나면 좌회전, Figueroa St.에서 우회전하면 오른쪽으로 나온다.
▲입장료: 무료.
▲주차: 6달러.
▲문의 전화 (213)744-7400
▲웹사이트 www.casciencectr.org.
또는 www.whealt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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