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크엔드 핫 스팟 로스펠리츠 ‘사이코 버블 커피하우스’

2004-04-30 (금)
크게 작게
밤문화 꽃피는‘동네 사랑방’

로스펠리츠 지역은 주말의 밤이 살아 있는 곳이다. 영화 스윙어에도 소개된 바 있는 드레스덴 바(Dresden Bar & Restaurant)에서 한 잔을 마신 젊은이들은 인근의 다이너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주말의 뜨거운 만남을 마무리한다.
찻잔 부딪히는 소리,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 거기에 가끔씩 섞여 나오는 웃음 소리는 함께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하는 듣기 좋은 노래다.
평상시보다 주말 저녁 훨씬 많은 발길이 찾아 드는 사이코버블 커피하우스(Psycho Bubble Coffe House) 역시 로스펠리츠에 위치해 있다.
길가를 면하고 있는 야외 좌석에는 이 동네 단골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장기를 두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장 받아, 이 사람아.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는 건 아니지만 장기 판을 내려다보는 이들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그저 판을 물끄러미 관조할 뿐 입 간지러운 훈수를 아낀다.
아티스트들의 로프트처럼 높은 천장 아래 펼쳐지는 카페는 그라지 세일에서 주워 온 듯한 의자와 테이블들로 꾸며져 있다.
케이크 한 쪽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대 여섯 명의 친구들, 혼자서 랩탑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인터넷 삼매에 빠져 있는 네티즌, 앞에 앉혀 놓은 여자 친구를 스케치 하는 화가 지망생, 두꺼운 교재에 하이라이트를 쳐가며 공부를 하는 대학생, 스타인벡의 소설을 들고 눈을 떼지 않는 중년의 남자 등 사이코버블 커피하우스를 찾는 이들은 뮤지컬 캣츠의 주인공 고양이들만큼이나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포함한다.
갈 곳 많고 할 일 많은 이들이 주말 저녁 사이코버블 커피하우스를 찾는 이유는 무얼까. 대부분의 카페가 문을 닫은 새벽 2시까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베이글과 크롸쌍, 샌드위치 등 간단한 먹거리가 있다는 것은 아마도 가장 기본적인 이유일 터.
랩탑을 가져오면 무료로 하이 스피드 인터넷(DSL)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컴퓨터와 뗄래야 뗄 수 없을 만큼 가까운 젊은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이유일 것이다.
주말 이곳에서는 가끔가다 심심치 않은 이벤트도 펼쳐진다. 배우 지망생들의 코미디 무대가 꾸며지는 금요일 저녁, 가수 지망생들의 라이브 무대가 마련되는 일요일, 제도화 되지 않은 아마추어들의 순수한 무대는 파릇하고 신선하다.
새내기 화가들의 그림들이 돌아가며 전시되고 있는 것은 물론 요가 스튜디오, 외국어 개인 교습, 룸메이트, 중고 물건 판매에 관한 광고도 게시판을 잔뜩 차지 하고 있어 이 동네 문화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1866 N. Vermont Ave. Los Angeles (323) 664-7500. 월-토요일은 오전 7시-새벽 2시. 일요일은 오전 8시-새벽 2시까지 문을 연다.

<박지윤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