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쇼케이스 모델하우스 구경가세

2004-04-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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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디자이너가 꾸민 최신 인테리어 한눈에

가옥의 의미는 건물 이상이다. 집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휴식을 취하며 사랑을 나누는 공간. 우리 어머니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거하는 공간을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으며 살가운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꽃무늬 커튼과 식탁보로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해낼 줄 아는 프랑스 여인들, 윤이 반들반들 나도록 청소를 잘 해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의 기를 팍팍 죽였던 바바리아 여인들 모두 집안 가꾸기에 그토록 열심인 이유는 단 하나,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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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사디나 쇼케이스 하우스 오브 디자인’은 미국내 홈 앤 가든 투어로서 가장 규모도 크고 명성이 높다.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정성을 다해 꾸민 정원과 주택 내부를 구경하다 보면 쇼륨이 아닌 실제 집과 접목된 디자인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집꾸미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여인들만은 아니다. 남자들이 홈 디포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평생 몇 번 써보지도 못할 목공 기구를 기를 쓰고 구입하는 것은 자신들만의 성을 손수 건설해 보겠다는 소망 때문이 아닐까. 주말이면 거라지를 개조한 작업실에서 대패를 밀어가며 가구를 직접 만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고치는 기쁨은 그들 가족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터이다.
패사디나 ‘쇼케이스 하우스 오브 디자인’(Pasadena Showcase House of Design)은 집 단장에 관심이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연례 이벤트. 올해로 40년째를 맞는 쇼케이스는 미국 내의 홈 앤 가든 투어로는 최대 규모다. 그 동안 한인들의 저택도 다수 쇼케이스의 모델 하우스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 쇼케이스의 모델 하우스는 1918년, 건축가 마이런 헌트가 플린트리지에 설계한 그레고리안 식의 저택. 겹겹이 펼쳐지는 샌개브리엘의 빼어난 경치를 배경으로 들어선 이 저택은 본래 건축된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유서 깊은 장소다.
비영리 기관 ‘Pasadena Showcase House for the Arts’(이하 PSHA라 칭함)는 지난 40년 동안 패사디나, 샌마리노, 라카냐다, 사우스 패사디나, 아케디아 등지의 저택들을 쇼케이스에 소개해왔다. PSHA가 쇼케이스에 참가할 저택과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선정하고 나면 약 50여 명의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예술성을 한껏 살려 그 해 선정된 저택을 모델하우스처럼 꾸미기 시작한다. 약 4-5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일반에게 공개되는 쇼케이스에서 관람객은 아름다운 저택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물론, 쇼룸이 아닌 실제 주택에 응용된 건축과 인테리어, 정원 디자인의 최신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쇼케이스에 참가한 집 주인은 몇 개월 동안 다른 주거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 대신 업계 최고의 실력자들이 디자인 한 새로운 인테리어를 선물로 받게 된다. 자비 부담으로 쇼케이스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은 쇼케이스에 다녀간 잠재 고객들의 주문 쇄도가 이어져 즐거운 비명이다.


올해 쇼케이스의 동향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개성이 조화를 이룬다. 동양적인 색채가 강한 입구부터 살펴보자. 회색 벽지에 먹물로 대나무를 그려 넣은 리셉션 에어리어는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동양적 테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리브즈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설계한 가든 룸은 온통 오렌지, 노랑, 연두 빛으로 꾸며진 실내가 생동하는 생명의 기쁨을 표현해주고 있다. 침실과 거실은 자연의 색감과 소재가 은은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신부의 베일처럼 훤히 비치는 샤워 커튼과 빅토리아 스타일의 욕조를 내려다보며 리모델링을 계획하는 관람객도 많을 것 같다.
여러 개의 방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은 재나 힐드르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선보인 예술가의 다락방(artists loft/workshop).
꼭대기 층 낮은 지붕의 다락방은 라보엠의 주인공 미미와 루돌포가 살았던 곳처럼 낭만적이다.
박커스 리트릿(bacchus retreat)이라는 이름의 와인 저장고는 파두아 디자인 사의 작품. 와인 애호가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디자인이다.
드넓은 정원에는 여기저기에 나비 조형물을 배치하기도 하고 쏟아지는 폭포를 들여놓아 자연미를 한껏 강조했다.
넓고 아름다운 저택을 둘러보며 이 공간에 가족의 사랑이 없다면 얼마나 차가워 보일까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집을 진정한 집으로 만드는, 쇼케이스에서도 담을 수 없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와 아내의 사랑스런 미소가 아닐까.

쇼케이스 모델하우스 안내

▲쇼케이스는 오는 5월16일까지 계속된다.

수-금요일은 오전 9시~오후 8시, 화, 토, 일요일은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오픈하며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정원 가이드 투어는 매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1시30분, 두차례 마련된다.
▲정원에 마련된 레스토랑 The Oaks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과 함께 와인과 맥주를 즐길 수 있다.
간이 화장실은 레스토랑 뒤쪽에 마련돼 있다. 보석, 그림, 홈 앤 가든 액세서리, 여성복과 남성복 등을 판매하고 있는 마켓 플레이스를 둘러보는 것도 흥미롭다.
▲쇼케이스 저택의 주소는 공개되지 않으며 주차 공간도 없다.
패사디나 로즈 보울 주차장 I (Aquatic Center 근처)에서 쇼케이스 저택 행 무료 셔틀버스가 매일 오전 8시45분부터 쇼 끝난 뒤 1시간 뒤까지 운행된다. 주차장에서 쇼케이스 하우스까지는 셔틀버스로 약 20분이 소요된다. Aquatic Center 근처의 주차장 I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티켓 가격
토, 일요일 하루 종일, 화~금요일 오전 9시~오후 1시45분은 30달러. 주중 화~금요일 오후 2시~폐장 때까지는 25달러. 정원과 마켓 플레이스, 레스토랑은 티켓 없이도 들어갈 수 있다.
티켓 예약 (213)365-3500, (714) 740-7878.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저택 바로 옆에 티켓 부스가 마련돼 있다. 이 티켓 부스에서 예약한 티켓을 픽업한다.
티켓에 명시된 시각은 저택에 들어가는 시간. 주차장부터 셔틀을 타고 들어가는 20분 가량의 시간을 감안해 도착하도록 한다.
▲주의 사항
휠체어를 타고는 들어갈 수 없고 12세 이하의 어린이도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이힐을 신으면 들어가지 못하게 하니 평평한 신발을 신고 가도록 한다. 사진 촬영은 절대 금지다.
24시간 안내 전화 (626) 578-8500
www.pasadenashowcase.org.
▲그 밖의 사항들: 이 행사를 주관하는 PSHA는 LA 필하모닉을 비롯한 전세계 오케스트라에 티켓 판매액을 비롯한 1,100만달러 이상의 기금을 전달해 왔다.
지난해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만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PSHA는 앞으로 쇼케이스에 참가할 저택들을 찾고 있다.
대지 1.5에이커, 건평 9,000스퀘어피트 규모로 계단이 많고 건축적으로 흥미 있는 저택을 갖고 있는 이들은 benefit@pasadenashow case.org로 이메일 하면 된다. 내년 행사에 참가할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의 연락 역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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