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버니 뮤지엄 토끼의 모든 것… 동화나라 온듯

2004-04-09 (금)
크게 작게
버니 뮤지엄  토끼의 모든 것… 동화나라 온듯

TV 룸 가득한 토끼 인형 사이에 앉아 뮤지엄의 주인 캔디스 프레이지가 인형에 얽힌 사연을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티나(11), 강 조나단(5), 강수잔(8), 강이선(38), 캔디스.

벅스 버니·로저 래빗·이스터 버니…
인형등 관련 아이템 18,000여개 빼곡

HSPACE=5

버니 뮤지엄에는 1만8,000여개의 아이템이 테마 별로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HSPACE=5

버니 뮤지엄은 정원도 온통 토끼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번 주는 부활 주일. 매년 3-4월에 찾아오는 초대 교회의 유월절은 예수의 부활 이후 이교도의 봄 축제(Estre)와 때를 같이 해 부활 축일로 기념되었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해서 그렇지 부활절에 등장하는 토끼, 계란 등의 아이콘은 예수의 부활과 아무런 연관도 갖지 않는다. 토끼는 이집트와 페르시아 지방에서 부귀, 성애, 다산, 새 생명을 상징하는 신으로 숭배되었다. 신화에 따르면 에스트르 여신은 토끼가 되기 원하는 거대한 새를 토끼로 변화시켜 주었고, 아직 새였던 시절 알 낳는 방법을 기억하고 있던 토끼는 봄(Estre) 축제 기간, 자애로운 여신을 위해 아름다운 달걀들을 낳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부활절에 토끼와 달걀 모양의 장식을 매달고 그 모양을 새긴 과자와 파이를 만들어 먹는 전통은 이런 전설에 연유한다.
사연과 곡절이 어찌 됐던 토끼가 봄의 충만함과 새 생명의 상징이란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부활절을 앞둔 지난 주말 강이선(38, 뮤직 테라피스트)씨는 그녀의 어린 음악 제자들과 함께 패사디나의 버니 뮤지엄(Bunny Museum)을 찾았다. 살랑거리는 봄 날씨가 직접 연주하는 봄의 소리 왈츠는 레슨 시간보다 훨씬 느슨해진 그녀와 제자들의 감성에 봄비를 뿌려주었다.
분명 뮤지엄이라는 데 주소지에 도착하니 아담한 가정집. 입구에 토끼 모양으로 가꿔진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걸 보니 틀리게 찾아온 것은 아니지 싶다. 초인종을 눌렀더니 토끼 모양의 귀걸이를 한 여인이 문을 연다.
버니 뮤지엄은 스티브 루반스키와 캔디스 프레이지 부부의 살림집을 일반인에게 오픈 한 독특한 장소다. 입구 쪽 빨간색 하트를 들고 있는 토끼 인형을 가리키며 그녀는 꿈꾸듯 얘기한다. “연애 시절, 스티브와 저는 서로를 허니 버니라고 부르곤 했죠. 1992년 밸런타인스 데이에 그가 제게 사랑을 고백하며 한 선물이 바로 이 허니 버니 인형이예요.”
그 해 부활절 그녀는 스티브에게 도자기로 된 하얀색 토끼 인형을 선물했다. 그렇게 명절과 생일, 기념일 때마다 토끼 인형을 주고받다가 나중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또 새로운 토끼를 선물했단다. 첫 밸런타인스 데이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그들 집에는 18,000여 개의 토끼 관련 아이템들이 수북이 쌓이게 됐다. 1999년에는 토끼 관련 최대 소장품을 갖고 있다는 사실로 기네스 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 많은 토끼들은 구입한 장소, 테마 별로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뮤직박스 버니, 베이비 버니, 버니 인형, 버니 오너먼트는 물론이고 밸런타인스 버니, 이스터 버니, 크리스마스 버니 등 절기 별로도 분류를 해놓았다. 로즈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벅스 버니, 네스퀵 버니, 로저 래빗 등도 함께 진열돼 있다. 뒤뜰에도 버니들은 정원을 수호하듯 조화롭게 들어서 있다.

버니 뮤지엄에는 5마리의 토끼가 살고 있다. 화장실 가는 훈련이 되어 있는 토끼들은 부엌 한쪽 구석 자신들의 공간을 자유롭게 깡총깡총 뛰어다닌다.
토끼의 부드러운 털을 만져보던 조나단 강(5) 군은 단박에 빨간 눈의 토끼가 좋아졌는지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토끼와 이야기를 나눈다.
TV 룸에는 푹신푹신한 토끼 인형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캔디스는 토끼 인형을 들며 언제 주고 받은 선물인지 사연을 늘어놓았다. 토끼 인형 수집뿐만 아니라 실제 토끼를 기르는 그녀는 토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애완동물 기르기에 관한 강연회에 자주 연사로 초청되기도 한다.
만화 영화로 인해 우리는 토끼가 당근을 좋아하리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실제 토끼는 사과, 브로콜리, 케일, 셀러리, 바나나, 체리를 더 좋아한다고.
이 다음에 장소를 더욱 넓은 곳으로 옮겨 레스토랑과 함께 테마 공원을 꾸미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는 루반스키 부부는 그들이 좋아하는 토끼를 닮아서인지 아직도 서로를 허니버니라 부르며 애정을 과시한다.


버니 뮤지엄과 그밖의 부활절 행사들

▲뮤지엄은 루반스키 부부가 현재 살고 있는 살림집이다. 코트, 모자, 가방을 가져왔을 경우에는 입구에 두고 투어를 해야 한다.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지만 선물로 토끼 인형을 가져다 주는 것은 대 환영이다. 버니 뮤지엄은 알래스카 등 미국 내 30개의 주, 한국과 나이지리아 등 전세계 27개국의 관광객들이 다녀갔으며 미국 주요 언론에서도 여러차례 보도된 바 있다.
가는 길은 2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Hill St.에서 내려 좌회전, Whashington Bl.에서 우회전, Bellford Ave.에서 좌회전한 뒤 Jefferson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1933 Jefferson Dr. Pasadena, CA 91104. (626) 798-8848. 365일 오픈하지만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주요 공휴일에는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SILA88@aol.com
▲동화 전문 서점 스토리폴리스(Story Polis)에서는 부활절을 앞두고 달걀 찾기 행사를 마련한다. 10일(토) 오전 11시30분에는 달걀 찾기와 함께 앤젤라 로이드가 책을 읽어주는 스토리텔링 이벤트가 열린다. 참가비 6달러. 11일(일) 오후 2시에는 데이빗 스타인버그가 그의 신간 ‘Grasshopper Pie and other poems’를 읽어준다. 무료. 116 North Robertson Bl. Los Angeles, CA 90048. (310) 358-2500. 예약 필수.
▲라구나 니겔의 리츠 칼튼 (Ritz-Carlton) 호텔은 바닷가 앞의 언덕 뜰에 토끼들이 뛰어 노는 곳이라 부활절이면 찾고 싶어지는 장소. 16일까지 다양한 부활절 이벤트와 함께 1박, 235달러의 할인 가격을 제공한다. 오전 8시 30분, 정원의 알 프레스코에서는 종파를 초월한 부활절 예배가 마련된다. 부활절 아침 테라스 레스토랑과 파빌리온의 브런치는 (949) 240-5008로 꼭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85달러). 예약 (800) 241-3333 또는 (949) 240-2000
▲LA Bread에서는 부활절을 앞두고 달걀, 토끼 모양의 예쁜 쿠키를 준비하고 있다. 3119 Los Feliz Bl. Los Angeles CA90039. Los Feliz를 타고 글렌데일 방면으로 가다가 5번 프리웨이 입구를 지나 왼쪽에 있다. (323) 662-8600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