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체 훼손장면 공개수위 ‘시끌’

2004-04-04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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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북부 팔루자에서 발생한 미국인 사체 훼손사건을 담은 비디오 장면의 적정 공개 수위를 둘러싸고 언론사들 사이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불에 그을린 미국인들의 시신을 현지인들이 철봉과 신발짝으로 난타하고, 머리와 사지를 절단한후 끈에 매달아 차에 끌고 다니다 교각에 교수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비디오와 사진을 입수한 언론사들은 공개 정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눈뜨고 보기 힘든 참혹한 장면을 모두 걸러낼 경우 언론의 자유와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난이 일 것이고, 모두 공개하자니 유가족들의 반발은 물론 공기능을 망각하고 품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질책을 받기 십상이었기 때문.
폭스 뉴스 대변인에 따르면, 여러 네트웍들은 당초 사건 장면을 TV에 보도하기에는 너무 끔찍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네트웍에서 점차 참혹한 장면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한편 여러 TV 및 신문사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매우 생생하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경고문과 함께 80초 길이의 AP통신 비디오 전체를 공개했다.
폭스 뉴스의 경우, 사체가 훼손되는 참혹한 부분을 제외하고 피살된 미국인 도급업자 4명이 탔던 차량이 불타는 장면과 이를 보고 군중이 기뻐하는 장면만을 방영했다. 폭스 뉴스 제작국의 빌 샤인 부책임자는 “너무나 끔찍해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앞으로도 더 이상의 생생한 화면을 방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CNN은 당국이 피해자 유족들에게 연락할 여유를 주기 위해 끔찍한 장면의 방영을 연기했을 뿐 갈수록 공개 수위를 높였다.
CBS방송과 ABC방송은 야간뉴스에서 일부 부분을 방영했으나 시신은 모자이크 처리해 잘 보이지 않도록 편집했다. ABC방송의 시사뉴스 프로그램 ‘나이트라인’의 책임 프로듀서 레로이 시버스는 “전쟁이란 원래 끔찍한 살생”이라며 “시신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너무 깨끗하게 처리한다면 전쟁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퍼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에 소재한 언론감시단체 ‘우수언론 프로젝트’의 톰 로젠틸 디렉터도 이라크 전쟁 초기부터 네트웍들이 전쟁의 참혹한 면모를 보도에서 삭제해 부시 행정부가 전쟁을 추진하는 노력을 도왔다고 비난한바 있다.
그러나 나이트라인 역시 그을린 시신들이 다리에 매달려 있는 모습만 방영했을뿐 더 충격적인 클로즈업 장면들은 빠뜨렸다.
한편 언론 관계자들은 팔루자 다리에 매달린 미국인 사체 모습이 이라크 전쟁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미국인들의 뇌리에 자리잡을 소지가 있다며 이 경우 대선을 앞두고 부시 행정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점쳤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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