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월 중순 꽃구경 절정 ‘봄빛 수채화’

2004-03-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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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한가운데 위치한 샌호아킨 밸리의 프레즈노는 서부 지역의 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세계적 곡창지대인 이 곳의 젖줄 킹스와 샌호아킨강 사이로 수만에이커의 과수원들이 구릉을 넘어 지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다. 3월이면 과실나무는 핑크와 흰색의 꽃들로 치장을 하고 벌들을 유혹한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곳곳으로 수출되는 캘리포니아 복숭아, 자두, 애프리컷(apricot) 등 ‘서머 프룻’(summer fruit)들의 올 시즌 풍작을 예고하는 꽃의 향연이 바로 지금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수십마일씩 이어지는 과실꽃 행진은 장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 꽃들이 지면 달디단 열매들이 맺히기 시작하리라.
중가주 꽃구경은 3월 중순부터 절정을 이뤄 4월초만 되어도 모두 끝나기 때문에 지금 떠나야 한다. 중가주는 물론 북가주 나파 밸리 등 3~4월이면 캘리포니아 곳곳에서 꽃을 주제로 한 각종 축제가 무성하다. 프레즈노 인근 센트럴 밸리를 비롯해 환상적인 꽃 잔치가 한창인 캘리포니아 각 지역으로 봄맞이 여행을 떠나자.

<백두현 기자>

중가주의 꽃 행렬은 99번 프리웨이 베이커스필드를 지나면서부터 눈부시게 펼쳐진다. 도로 옆으로 간간이 이어지던 핑크와 흰색의 과실꽃 물결은 프레즈노 남쪽 50마일 지점부터 마치 프리웨이가 꽃밭 중간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본격화된다.
꽃이 한창인 과수원 지대는 프레즈노 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약 10마일 떨어진 센터빌(Centerville)부터 시작된다. 시에라네바다 산악지역이 시작되는 밍클러(Minkler), 오렌지 코브(Orange Cove), 리들리(Reedley), 생거(Sanger) 지역 등을 도는 80마일의 길들이 그 유명한 ‘블러섬 트레일’(Blossom Trail)이다.
너무도 넓고 많은 지역에 꽃이 만개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을 찾아가는 것보다 일단 과수원 곳곳을 돌면서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꽃놀이를 즐기면 된다. 지역이 넓다보니 인적도 거의 없고 때때로 나무 위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와 꽃을 찾아온 나비들이 유일한 동무가 된다. 굳이 꽃이 많이 피어 있는 지역을 들자면 ‘Lincoln & Smith’ ‘410th & American’ ‘Reed & Manning’ 등의 도로가 만나는 지역이다.
과수원에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 복숭아, 자두, 애프리컷 등의 과실나무들과 아몬드, 호두 등 견과 나무들이 즐비하고 블루베리, 딸기, 앵두 등 베리류에도 꽃이 활짝 피고 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꽃에서 울려 나오는 향기에 흠뻑 취하게 된다.
블러섬 트레일을 한바퀴 도는데 3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별다른 준비물 없이 가는 길 곳곳의 안내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블러섬 트레일 지도 참조).
블러섬 트레일은 과일나무 외에도 언덕마다 야생화가 한창이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들과 언덕에 끝없는 야생화의 행렬이 봄바람을 타고 파도치는데 오후의 햇살은 어머니 가슴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블러섬 트레일를 자전거로 도는 투어도 꼭 권할 만하다.
프레즈노 관광청의 브라이언 피셔리어 홍보담당은 과실 꽃은 약 3주만 꽃이 피기 때문에 지금이 프레즈노를 방문하기 적기라며 3월말이면 꽃들이 거의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꽃나무의 만개와 함께 13일 우드워드 공원(Woodward Park)의 일본 정원에서 축제가 열린다. 프레즈노를 대표하는 우드워드 공원은 꽃구경이 아니라도 꼭 한번 이 곳을 지나면서 들러 볼만한 곳으로 공원 중간에 있는 호수에서 수백마리의 오리들이 한가하게 오후 봄 햇살을 즐기고 있다. 샌호아킨 강가에 조성되어 있는 공원은 한때 자연 동물 보호구역으로 일반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지금도 희귀종 조류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피크닉 시설이 뛰어나고 일본 정원의 우아함에 놀라게 된다.
세계적인 곡창지인 프레즈노에는 쌀, 보리, 밀, 목화 등의 필드와 곳곳에 포도 양조장이 있어 자녀들에게 농작물이 생산되는 산 교육장으로도 좋다. 시내에서 꼭 가 볼만 한 곳으로는 가주 농작지의 역사를 모아 놓은 캘리포니아 농예 박물관(California Agricultural Museum), 각종 행사와 축제 그리고 주말 장터가 열리는 카운티 페어그라운드, 희귀한 동물들과 식물들을 관찰하는 차피 동물 가든(Chaffee Zoological Gardens) 등이다.
프레즈노에 왔다 하면 인근 유명 관광지인 킹스캐년과 세코야 국립공원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프레즈노에서 자동차로 동쪽 1시간(42마일) 지점에 있는 이 곳에는 아직 추운 날씨에도 관광객들이 끊기지 않는데 이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화려한 설경과 야외 생활을 만끽하며 산 속에서 밤을 지샐 수 있는 통나무 캐빈 등의 독특한 숙박시설 때문이다.
프레즈노 인근에는 10여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샌호아킨강 옆으로 만들어진 리버사이드(Riverside·7672 N Josephine Ave. 559-275-5900) 골프코스는 아름다운 레이아웃과 저렴한 그린피(주말 15달러)를 자랑한다. 프레즈노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프레즈노 관광청 (800)788-0836 www.fresnocvb.org으로 하면 된다. 블러섬 트레일에 대한 문의전화는 (559)237-0988이며 주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가는 길
5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가다가 99번 노스로 갈아타고 2시간 정도 더 북상하면 프레즈노에 도착하게 된다. LA에서 215마일 북쪽, 드라이브로 3시간반 정도면 도착한다. 도중 레스토랑에 들려 점심식사를 할 계획이라면 4시간 가량 소요된다. 따라서 여유 있게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LA에서 늦어도 오전 9시 이전에 출발해야 한다.

▲주의점
△벌이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어린 자녀들과 동행할 때는 조심한다.
△사전허가 없이 과수원 내로 들어서거나 꽃가지를 꺾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거의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기 때문에 차들이 과속으로 달린다. 꽃을 구경할 때는 차를 갓길에 주차하고 조심해서 차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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