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가을. 경제는 만신창이었고 이란에는 52명의 미국인들이 1년 가까이 인질로 잡혀 있었다. 당시 정치 평론가들은 ‘10월의 깜짝쇼’ 없이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재선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깜짝쇼란 성공적인 인질 구출작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대선의 해인 올해도 당시와 상황이 여러 모로 비슷하다. 경기가 불투명하고 ‘테러와의 전쟁’이 명분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데다 늘어나는 미군 희생으로 여론도 등을 돌리고 있다. 빈 라덴의 행방이 묘연하고, 북한 핵문제도 해법이 나오지 않는 상태다.
이처럼 불확실한 국내외 상황은 선거판의 판세를 일거에 뒤집어 놓을 수 있는 휘발성 높은 돌발변수를 한가득 품고 있기 마련이다. 이들 X-팩토(미지 변수)의 폭발 여부와 시점에 따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대통령후보 존 케리의 11월 승부 결과는 ‘막춤‘을 추게 된다.
UC버클리의 넬슨 폴스비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9.11사태로 40포인트, 이라크 침공으로 15포인트, 사담 후세인의 체포로 7~8포인트의 지지율 상승효과를 보았다며 국내테러와 미국의 국익이 위협받는 상황이 닥친다면 선거판세는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빈 라덴 체포땐
부시 지지율 급상승
북핵 이라크 변수도
하지만 스팬포드 대학의 모리스 피오리나 교수는 미국을 겨냥한 테러는 부시 대통령에게 오히려 ‘죽음의 키스’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해외에서 우방을 겨냥한 테러는 유권자들에게 상존하는 테러위험을 상기시켜 부시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나, 국내 테러는 혼란을 불러올 것이고 자연히 정부의 대비 소홀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논리다.
돌발변수가 터지는 시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오사마 빈 라덴이 3월쯤 잡힌다면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상승할 것이지만 지속력은 불과 4주 정도가 될 것으로 피오리나 교수는 내다보았다. 이 동안 언론매체들이 호들갑을 떨며 대통령의 선거홍보를 대신해줄 것이기 때문에 선거자금을 크게 절약할수 있겠지만 11월 투표장에 나선 유권자들의 표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부시 행정부가 빈 라덴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해도 체포시점을 9월이후로 미룰 것이라는 추측이 나도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반면 이라크와 북한은 되도록 언론에 거론되지 않는 게 부시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가 무더기로 발견된다거나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나선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바에야 선거가 끝날 때까지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는 것이 부시 대통령에게 득이 된다.
경제는 사실 돌발변수가 나오기 힘들다. 그러나 경제여건이 크게 개선되면 부시 대통령이 웃게 되고 일자리부족 등 부정적 뉴스가 이어지면 케리 후보에게 유리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