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드넓은 꿈의 정원이 ‘우리집 뒤뜰’

2004-03-05 (금)
크게 작게
데스칸소 가든 ‘1년 회원’ 노은미씨

노은미(40, 자영업)씨는 요즘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다. 뒷마당에 한 뼘의 정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이 바쁘다 보니 계절 따라 꽃이 만발한 화원으로 꾸미지 못한 것은 여느 한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2월 중순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는 데스칸소 가든에 나들이를 나선 이후 이제 그녀는 연 회원이 되어 그 드넓은 정원을 내 집 뒤뜰처럼 드나들고 있다. 동백꽃 향기 은은한 정원을 거닐며 그녀는 왜 진작 회원이 되어 좀 더 가까이 그리고 좀 더 자주 이 아름다운 정원을 즐기지 못했나 아쉽기만 하다.
집도 가까이 라 카냐다. 아침이고 점심이고 시간이 날 때면 그녀는 정원을 산책한다. 아침 일찍 가든은 또 다른 모습. 거의 방문객이 없는 정원에는 새들이 지저귀며 비발디의 사계 중 ‘프리마베라’와 같은 경쾌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120여 종이나 된다는 새들의 아름다운 깃털을 관찰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조금은 차가운 듯한 공기는 상쾌하게 그녀의 폐부에 와 닿는다. 정원에서의 조용한 산책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더 좋은 하루를 그녀는 알지 못한다.
이 시간은 온전히 혼자서 갖는 깊은 사색의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씨름하랴 비즈니스 운영하랴 바쁘게 하루를 지내다 보면 사색이라는 말 자체가 무척 호사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사업과 미래의 계획에 대해서도 그녀는 이 정원을 거닐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한다.
봄을 맞아 곳곳에서 화려한 색깔의 꽃망울이 터지는 요즘, 그녀는 친구들과의 점심 약속도 데스칸소 가든의 카페에서 해결한다. 조금은 색다른 점심 약속 장소에 의아해하던 친구들은 이내 ‘너무 좋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이 화려한 봄날에 정원으로 초대를 해준 그녀에게 감사를 보내온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이면 딸을 학교에서 데려다가 또 한 차례 정원을 걷는다. “엄마, 꽃이 너무 예뻐.” 하며 말을 건네는 딸의 앞길에 화사한 꽃길만 가득하길 바라는 것은 그녀 역시 여느 부모님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꽃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가며 그녀는 꽃의 덕목을 많이 되새기게 됐다. 저마다 다른 개성, 다른 색깔의 꽃들. 더 아름다운 꽃도 덜 아름다울 꽃도 없다는 깨달음은 40대에 들어서며 점점 커가던 외모에 대한 강박관념을 내려놓게 했다.
튤립 같은 싱그러움을 간직하던 10대에 이어 장미처럼 화려하던 20대를 지낸 그녀가 지금 도달한 모습은 동백일까, 아이리스일까. 데스칸소 가든의 1년 회원권은 1인은 45달러, 커플은 55달러다.
문의 (818) 952-4391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