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담배 끊은 제자보면 보람 ‘뿌듯’

2004-0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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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학교 운영하는 치과의사 최학선씨

신년 초 남자들의 가장 큰 결심 가운데 하나는 금연이다. 담배 끊기가 어디 쉬운 얘긴가. 올해 50에 접어든 중년 남성의 경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을 담배와 함께 해왔다는 얘기.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오랜 습관을 하루아침에 그만둔다는 건 대단한 충격요법을 동원해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삶의 혁명이다.
최학선씨(52세, 치과 의사)는 지난 10년 동안 혼자서 30여 차례의 5일 금연학교를 운영, 300명이 넘는 제자들을 둔 금연학교 선생님이다. 그 자신은 담배 한 대 물어본 일이 없지만 치과 의사인 관계로 남들의 입안을 들여다보며 담배의 폐해를 누구보다 심각하게 자각하고 있는 터였다. 5일 금연학교는 월요일에 시작해 금요일에 수업을 마치고 졸업식을 갖는다. 하루 종일 환자들 보느라 피곤할 텐데 그는 시간 들여 돈 들여가며 금연학교를 계속 실시한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치과 질환이 많아요. 잇몸도 나쁘고 치아도 잘 빠지고 입에서 냄새도 많이 나죠.”아내는 물론 자녀들도 고개를 돌릴 만큼 냉대를 받으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던 사람들은 그가 운영하는 금연학교에 등록하고부터 새 삶을 찾았다고들 고백한다.
10년 동안 운영한 금연학교의 학생들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 각계각층을 망라한다.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집안에서 몰래 뻐끔담배를 피기 시작하다 끊지 못할 지경이 된 아내, 담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죄의식으로 갈등하던 예비 목회자, 담배 냄새 때문에 교회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던 이들. 중독성이 있는 세상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즐겁고자 피우기 시작하던 담배는 어느새 그들의 목을 조이는 결박이 되어 있었다.
물론 참가 학생들 모두가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약 60퍼센트가 넘는 학생들이 담배로부터 자유로워져 새로운 삶을 누리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은 피곤함을 무릅쓰고 다시 금연학교를 운영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혼자 학교에 등록하는 것보다 아내와 함께 금연학교를 찾은 학생들의 성공률이 더 높다고 말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금단 현상들을 이겨 나가는데 아내들의 도움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그는 올해 첫 금연학교 졸업생들과 오랜만에 해후의 정을 나누었다. 담배를 끊고부터 까칠하던 피부가 뽀얗게 변한 학생들은 홍조 띤 얼굴로 고마운 스승을 맞았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진작 안 끊었나 몰라요.” 올해 초 금연학교를 졸업하고 금연에 성공한 김정현(63) 씨의 말이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고개를 돌리던 아내가 요즘은 다소곳하게 그를 맞는다니 금연은 부부 금술 회복에도 절대적인 것 같다. 하루 2갑 정도를 피웠으니 돈도 적잖이 들었었다. 담배를 끊으며 절약하게 된 약 300달러의 돈으로 김 씨는 적금을 들어 금연학교를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최학선 씨는 오는 3월 또 한 차례의 금연 학교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그의 치과가 들어서 있는 몰에 입주한 중앙은행의 이경재 지점장과 보바 로카의 스티브 문 사장 도움도 받아 클래스 룸도 좀더 여유 있어졌고 마실 거리도 풍부해져 더욱 힘이 난다.
한때 그들을 괴롭혔던 담배로부터 자유를 얻은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의 학생들은 기 별로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드는 일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불가능하리라고만 생각했던 금연은 함께 손을 맞잡음으로써 넘을 만한 높이의 벽이 되어 있었다. 최학선 씨가 운영하는 5일 무료 금연학교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은 전화 (714) 522-3734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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