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심홍의 황금’ (Crimson Gold)★★★★

2004-0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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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피자 배달원이 왜 강도로…

테헤란시에 만연한 ‘현대화 병폐’
사실적 감성 담아 가차없이 고발

이란의 명장 자파르 파나히(서클)가 감독하고 또 다른 거장 아바스 키아로스타미(텐)가 각본을 쓴 실화에 바탕을 둔 매우 어두운 드라마.
영화는 빗나간 보석상 강도로 시작되면서 과거로 돌아가 어떻게 해서 과묵하고 뚱뚱한 피자배달원이 강도를 하게 되었는가를 캐든다. 나날이 현대화하는 테헤란이라는 도시의 사회적 불평등과 인간소외를 민감하면서 가차없이 비판한 훌륭한 작품인데 비배우인 주인공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성이 담겨 있는데 처음에 검은 화면 위로 음성이 강도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어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보석상 강도 후세인은 주인을 총으로 쏜 뒤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을 쏴 자살한다. 이같은 명암의 대조와 분석적인 관찰과 감정적 강렬성은 감독이 강도사건에 이르기까지의 과거 행적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일관해 작품에 반영되고 있다.
빈부 차가 자꾸 커지는 테헤란이라는 도시의 여러 가지 사건들이 과묵하고 예의 바른 후세인으로 하여금 보석상 강도를 하게 몰아가는 내용이 에피소드식으로 묘사된다. 후세인이 잘 사는 손님들의 집을 찾아 피자를 전달하면서 문틈과 창문들을 통해 바라보는 빈부의 차이와 부자들의 피자 배달원에 대한 멸시 등이 자세히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정직하고 근면한 후세인이 마침내 폭발지점에 이르기까지의 정신적 고뇌와 긴장감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데 빈부 차이뿐 아니라 이란사회의 남녀 차별 등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성인용. 뮤직홀(310-281-8223), 엔시노(818-981-9811), 패사디나 콜로라도(626-744-1224), 유니버시티 타운센터6(949-854-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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