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패러글라이딩 클럽

2004-0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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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리 새가 되어
‘무한 자유’만끽

와! 놀랍다. 이런 경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한인 패러글라이딩 클럽(Corea Paragliding Pilot Club. 약칭 PCCP) 회원들과 함께 난생 처음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해 본 오후 육체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떠있는 한 마리 새가 되어 제한 없는 ‘자유’를 만끽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터이지만 한인 패러글라이딩 클럽은 9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레저 동호회. 한국에서부터 패러글라이딩을 즐겨온 베테런부터 이곳에서 면허를 새로 따 비행을 즐기는 신참내기에 이르기까지 하늘과 바람과 비행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데 모였다.

실마에서의 크로스컨트리 비행에 나선 주말 오후. 활공장에서 캐노피를 펴 바람에 띄어보며 장비를 점검한 후 울퉁불퉁한 산길을 따라 산꼭대기에 섰다.
헬멧과 비행복으로 무장을 하고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니 겁이 더럭 난다. “멈추라고 할 때까지 계속 뛰세요”라는 지도 교관의 지시는 공포를 더한다. 아니, 이 낭떠러지 계곡에 어디를 향해 뛰라는 건가.
하지만 나의 몸은 캐노피에 연결돼 있고 혼자도 아닌 교관이 옆에 타고 있어 안전이 보장된 상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폭신한 구름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멋지겠니.”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천길 낭떠러지 계곡을 향해 냅다 뛰었다. 교관의 “자! 이제 그만.” 이라는 소리가 들려와 달리기를 멈추었다. 어느새 몸은 붕 공중에 떠 있었다. 교관을 따라 하네스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무지개 넘어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바람에 몸을 맡기며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가슴은 세상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었던 뭔가 막힌 듯한 답답함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난, 날고 있어요.(I am flying)” 오늘 처음 처녀비행에 나선 한 미국인이 바로 옆에서 세상이 다 들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외친다. 중력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었던 육체가 바람을 타고 부상한다. 이보다 더 큰 감격과 스릴이 어디 있을까.
한인 패러글라이딩 클럽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비행에 나선다. LA 인근에 있는 마샬(Marshall)과 실마(Sylmar)를 자주 가지만 가끔씩은 토리파인이나 샌타 바바라 등지로 원정 비행도 하고 있다.
LA 근교에는 활공장이 여럿이라 다양한 환경에서 비행을 할 수가 있다. 푸른 태평양 바다를 눈에 들여놓으며 비행을 즐기고 싶을 때는 토리파인이나 말리브 해안가로, 열 기류를 이용한 크로스컨트리 비행을 하고 싶을 때는 레이크 엘시노어와 샌타바바라로 발걸음을 향한다. 캘리포니아만큼 비행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도 없다고 회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패러글라이딩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멋진 낭만과 스릴이 있지만, 또한 사고의 위험도 있는 레저활동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에 의해 갑자기 닥칠 수 있는 돌발사태에 대한 전문성 결여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초부터 차분히 배워 가며 안전수칙을 지킨다면 어떤 아웃도어 스포츠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레저가 바로 패러글라이딩이다.
한인 패러글라이딩 클럽의 문의 전화는 (213) 268-7759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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