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네델란드의 재산은 국민성

2003-12-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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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검소,정직으로 늪지대에서 기적 일으킨 히딩크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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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하면 한국 축구를 빛낸 히딩크를 연상한다. 튤립 재배로 유명하고 바다보다 육지가 낮은 나라다. 그리고 화가 렘브란트와 고흐를 배출한 나라며 유대인 안네 프랑크가 숨어살던 곳이다.

그 이외는 별로 연상되는 것이 없다. 스위스처럼 경치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로마나 파리처럼 찬란한 역사를 자랑할 만한 것도 없고 바르셀로나나 프라하처럼 화려한 건축물이 많은 것도 아니다.

지금도 암스테르담 교외 할렘이라는 곳에 가보면 간척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 근처 마을은 바다보다 낮은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기회가 있으면 이곳을 한번 들러봐야 네덜란드의 그림이 잡힌다. 그러니까 네덜란드는 침략 전쟁을 하지 않고도 끊임없이 영토를 넓혀나가는 셈이다.

근면검소한 국민성과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는 어느 나라보다 섹스에 개방적인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관광 명소에 속하며 여성들이 떼를 지어 구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지역의 공식 명칭 자체가 Red Light District로 되어 있다. 게다가 위치도 시내 중심가 왕궁 건너편이며 우데케르크라는 유명한 성당이 바로 이 홍등가 입구에 자리잡고 있어 악과 선의 심벌이 하머니를 이룬 기형적인 거리다.

매춘 여성들이 마네킹처럼 쇼윈도에 서있는데 젊고 멋있게 생겨 저런 정도의 얼굴과 몸매를 지닌 여성이 왜 이런 곳에 나와 있지? 하는 질문을 가이드에게 하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이 여성들은 자기 직업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며, 직장처럼 집에서 출퇴근하고, 노조까지 결성하여 정치적인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니 외국인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곳에서 사진 찍다가 발각되면 홍등가 마피아들에게 무슨 망신을 당할지 모른다고 가이드가 겁을 잔뜩 준다. 그 소리 듣고도 용기를 내어 몇 장 몰래 찍었다.

네덜란드의 면적은 미 본토의 1.5%, 남한의 절반에 불과하며 인구도 1,700만명밖에 안되지만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고, 노사 협조가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어 노무현 정부가 모델로 삼고 싶어하는 나라다.

태어나서 무덤까지 국가에서 생활을 보장해 주고 대학생들은 정부에서 생활보조비까지 받아 사회주의의 모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17세기에는 해양을 지배해 인도네시아와 카리브해의 서인도 제도를 식민지로 삼았고 뉴욕도 원래는 네덜란드가 인디언으로부터 사들인 땅으로 뉴암스테르담으로 불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요즘은 암스테르담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개역할에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특산물은 튤립말고도 맥주가 있다. ‘하이네켄’과 ‘암스테르’는 네덜란드 맥주의 상징처럼 되어 있지만 이곳에서는 Grolsch라는 맥주를 더 알아주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 리커 스토어에서도 파는데 값은 약간 비싸지만 부드러운 감각이 뛰어난 맥주로 버드와이저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풍부한 자원도 없으면서 근면검소로 잘 사는 나라, 유럽에서 유일하게 관광객의 영어가 통하는 나라, 벼락부자도 드물고 극빈자도 별로 없는 나라-네덜란드는 국민성 하나로 일어섰다. 정말 배울 것이 많은 나라로 생각된다.

사진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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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텔담의 관광명소인 홍등가.매춘여성들이 쇼윈도우에 서 있으며 여성 관광객들이 많은것도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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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인들의 고유신발 클롬펜, 나막신으로 비온후 질벅질벅한 거리를 걷는데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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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가 자랑하는 특산품은 치즈다.고전의상을 입은 치즈가게의 아가씨가 일하는 모습은 하나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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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텔담 왕궁 근처의 번화가 마그나 플라자의 먹거리 광장.영어가 통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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