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단주의와 신학교육

2003-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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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 (풀러신학교 교수)

교회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육이 저질화되고 상업화되었다는 사실은 교회나 사회 모두 잘 알고 있는 심각한 문제로서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민교회의 신학교 난립은 한국의 상황과 비교할 때 더 심각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이민교회 수를 감안할 때 비례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신학교가 있을 뿐 아니라, 자원이 부족하여 한국보다 훨씬 더 교수나 교육의 질이 열등하기 때문이다.

평신도의 교육수준은 갈수록 올라가는데 성직자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당연히 교회의 지도력 저하를 결과하여 교회의 위기와 퇴보를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학교의 난립과 저질화는 성토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저변에 도사리고 있다. 교회는 교단들로 나누어져 있으며, 교단은 각기 자기의 독특한 신학적 전통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 교단의 목사가 될 사람은 그 교단의 신학에 적합하게 교육받았는지를 판단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안수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각 교단은 수에 관계없이 자기 교단신학교를 만들어 자기 교단의 독특한 신학을 가르치게 되며, 그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교단 목회자 양성 방법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민교회에는 너무 많은 교단들이 있다. 한국의 거의 모든 교단이 있을 뿐 아니라, 거기에다 미국에서 새로 만든 교단, 그리고 미국 교단까지 합하여 그야말로 교단들의 백화점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신학교가 필요하겠는가. 이민교회가 적은데다 그 중에서 각 교단으로 나누어지면 그 수가 더 적어지며, 따라서 신학생수는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열악하고 따라서 좋은 교수나 좋은 시설을 갖출 수도 없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면 그런 신학교에서 배출된 목회자가 저질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지적으로 부족한 목회자가 되고, 그 결과 이민교회가 저질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신학교에서도 훌륭한 목회자가 배출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단지 소수의 예외적 현상일 뿐이다.

이민교단들은 기존의 수준 있는 신학교에 위탁하거나 한인 연합신학교를 만들어 목회자를 양성하고 교단별로 보충교육을 시키는 방법으로 이러한 악순환을 하루 속히 중지시켜야 한다. 그것은 열등한 교육의 피해를 입는 신학생들의 유익뿐 아니라, 이민교회의 하나됨과 이민사회의 연합된 발전을 위해서도 크게 공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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