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의료시설 가장 시급

2003-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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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다녀온 법륜 스닙 인터뷰

이라크는 치안 유지가 급선무입니다. 긴급 구호는 필요치 않아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구호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구호활동을 위해 최근 이라크에 다녀온 법륜 스님은 지난 5일 순회 법회 차 LA를 방문, 이라크 정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도와 아프가니스탄, 중국, 북한 등지에서 구호사업을 펼치고 있는 스님은 올 5월부터 6월까지 정토회 산하 JTS 회원들과 함께 이라크에 들어가 긴급구호를 위한 답사를 벌인데 이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이라크의 바그다드와 모술 일대를 돌며 민심 파악에 주력했다.

이라크 민중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한국군 파병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곳 저곳을 돌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주민 대부분은 의약품을 필요로 하고 있더군요. 한국군 파병에 대해서는 ‘누가 오라고 했느냐’ ‘미국을 돕기 위해 총을 들고 오면 싫다’는 등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습니다.

법륜 스님은 이라크 현지에서의 긴급 구호활동은 필요치 않으나 충분한 의약품 공급과 의료시설 건설, 오물처리와 위생관리,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확충과 학용품 공급 등이 개발구호와 함께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님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복구사업을 펼치고 있다. 칸다르 난민촌에 천막으로 임시 학교 시설을 만들어 주는 한편, 카불 근교의 부서진 학교와 다리를 복원하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괜찮은 편입니다. 이라크보다 치안 상태는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칸다르의 난민촌에는 1만여명의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문맹퇴치를 위해 힘닿는 데까지 도울 작정입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 스님은 한반도에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며 남북간 평화협정이 조속히 체결돼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면서 북한의 2,000만 민중을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 의약품 등의 지원은 계속돼야 하고 인권개선을 위해 북한 당국에 문제제기를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법륜 스님은 이라크 답사 보고서를 마무리짓는 대로 한국 정부측에 파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방침이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합니다. 명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꼭 가야할 수밖에 없다면 의무부대 중심의 비 전투요원을 보내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미국은 이라크 통치권을 유엔에 넘겨야 하며, 유엔 관리 하에 수립된 민간정부로 하여금 국가 재건에 나서도록 해 야할 것입니다.

지난해 8월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법륜 스님은 ‘맑은 마음, 깨끗한 땅, 좋은 이웃’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정토회를 통해 중국과 인도,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오지에 학교를 세워 소외된 이웃을 돕는 한편, 탈북자 돕기 등 인도적인 구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북한의 나진, 선봉지역에서는 6년째 어린이 급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님은 지난 4일 LA를 시작으로 14일까지 시카고, 워싱턴 DC, 뉴욕 등을 돌며 ‘자기 운명의 주인되기’를 주제로 순회 법회를 가진 뒤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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