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타클로스는 물러가라

2003-12-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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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환 (주님의 영광교회 부목사)

언제가 한번은 주인공이 불참한 생일파티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깜짝 파티를 한다고 해서 모두들 쉬쉬하면서 생일 집에 갔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아무 것도 모르고(당연히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밖에서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파티가 깨지고 말았다. 생일파티에 주인공이 빠지면 그건 당연히 맥빠진 모임이 된다는 것을 이 일을 통해 확실히 경험하게 됐다.

어느덧 12월이다.


추수 감사절을 지나면서 절기는 성큼 크리스마스를 향한다. 운전할 때 가끔씩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는 본격적으로 하루 종일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어놓고 있다. 그런데 그 방송을 들으면서 갑자기 주인공 불참으로 무산되었던 그 옛날 생일파티를 기억하게 된 것은, 방송 진행자들이 주절거리며 떠드는 말들이 온통 산타클로스와 선물, 샤핑 정보 일색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작 생일파티의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불참, 또는 주인공만 초대되지 않는 그런 맥빠진 생일파티가 될 것이라는 현실이 서글프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많은 경우 사물의 본질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실수를 범한다.
나무에 잔가지가 너무 많으면 중심 줄기가 가려지는 것처럼, 지엽적인 사고방식은 언제나 중심을 가리운다. 크리스마스의 본질은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가장 큰 명절이라는 사실에 불구하고, 매년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은 산타클로스가 되었으며, 가장 큰 관심사이자 두통거리는 누구에게 무슨 선물을 주고받을 것인가가 되었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교회 안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할 때 상업주의의 심벌이 된 산타클로스를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카콜라 선전용으로 지난 1930년대 제작된 아랫배가 터질 듯이 나온 붉은 옷 입은 산타클로스의 이미지와 2천년전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고귀하신 예수 그리스도와는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사망의 그늘진 땅에 거하던 자에게 빛을 비취기 위해(이사야 9:2) 이 땅에 오셨다. 크리스마스는 그분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이다. 그것이 크리스마스의 본질인 것이다.

2003년도 크리스마스는 세상에 빛으로 오신 주님을 기억하며 온전히 예수만이 주인공으로 인정받고, 초대되는 그런 참되고 복된 예수님 생일 파티가 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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