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좌불와 수행 당대의 선승

2003-12-03 (수)
크게 작게
HSPACE=5

지난달 12일 입적한 전남 곡성 성륜사 조실 청화 스님을 기리기 위한 추모 대법회가 오는 14일 오후 3시 금강선원(주지 태호 스님)에서 열린다.

지난 92년부터 LA, 뉴욕 등 미주지역에서도 설법했던 스님은 지난 95년 팜스프링스 인근 배닝에 금강선원을 세우고 99년까지 주석했었다.

청화 스님은 24세 때인 지난 47년 출가한 후 하루 한 끼만 공양하는 일일일식과 눕지 않고 앉아서 잠을 자며 좌선하는 ‘장좌불와’ 수행을 한 당대의 선승으로 꼽힌다.


1923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난 스님은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메이지대 유학 길에 올랐으나 징병으로 1년만에 한국으로 끌려와 광복을 맞았다. 스님은 해방 후 좌우대립을 보며 심적 갈등을 겪다 부인과 아들 한 명을 두고 출가를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양사 운문암에서 금타 스님을 은사로 승려생활을 시작한 그는 대흥사, 사성암, 벽송사, 백장암, 상원암, 칠장사 등 선원과 토굴에서 수행 정진했으며 60세가 넘어서야 대중 설법을 시작했다.

계율을 엄격히 지키며 염불선 수행을 해온 스님은 참선을 할 때는 석달 열흘 동안 물만 먹고 정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은 늘 법문을 통해 참선을 잘 하면 내가 없고 네가 없고 미운 사람 좋은 사람도 없어지며 나날이 좋은 날이고 때때로 좋은 때이다라며 참선을 ‘가장 행복한 공부’라고 했다.

그는 또 불교의 어느 종파의 가르침도 버리지 않고, 다양한 교법을 서로 걸림 없이 회통하는 원통불교를 주장했다. 지난해 서울 도봉산에 광륜사를 열었던 청화 스님은 저서 ‘정통선의 향훈’ ‘원통불법의 요체’ ‘마음의 고향’ 등을 남겼다.

한편 다비식은 지난달 16일 불교신자 등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륜사에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열렸다.

금강선원은 이번 법회에 미주 각 지역에서 1,000여명의 불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LA와 오렌지카운티, 동부와 샌디에고 등 4개 지역에 대형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법회 후에는 스님이 주석했던 토굴과 유물도 공개될 예정이다.

문의 (909)922-9184 금강선원.

<김정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