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체질화, 정말 어려운가?

2003-12-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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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호 목사(포틀랜드 임마누엘 장로교회 담임)

한의학에서는 건강한 사람은 체질을 건강하게 타고났기 때문이라 한다. 건강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건강한 체질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비록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체질이 허약하더라도 한약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육신의 체질은 바꿀 수 있다지만 사람 됨됨이의 체질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이 땅에 예수 믿는 사람들을 가는 곳마다 만날 수 있고 교회는 좋은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 신앙이 요구하는 신앙 체질이 교회 바깥 사람들에게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을까.


교회의 독특한 문화는 세상 사람들과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고 외치며 의식적인 보수만을 주장하는 것이 신앙체질화는 아니다. 세상은 악한 것이니 될 수 있으면 이들과는 격리되어야 한다는 경건 신앙이 기독교가 추구하는 신앙체질화인가. 신앙은 한편의 소설을 창작하는 것이 아니다. 추상적인 생각을 버리고 현실로 돌아와 세상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았으면 한다.

예수 믿는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하는 특수한 체질이 감지되지 않는 신앙 문화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교회는 많은데 신앙의 기준을 잡을 곳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저마다 특별한 교회, 저마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교회라고 소리치고 있지 않는가! 교회의 상업적인 광고는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는 과장된 광고를 닮고 있다.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종교비자 인터뷰를 담당하는 영사 및 이민국 직원들에게 내린 특별한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실제로 교회에서 일을 한 기록이 공증서를 첨부했더라도 반드시 사실증명을 직접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불법이 난무하며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방법 찾기에 급급한 모습이 교회 안에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동원된 숫자만 많으면 그 행사가 곧 성공으로 일축해 버리려는 교회의 모든 행사를 좀 더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교회가 많은 대중을 미끼로 일시적인 분위기 조성에만 치중하지 말고 내부적인 삶의 모습이 사회 깊숙이 체질화 되도록 각별히 신앙실천에 중점을 둔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삶의 전통이 내려져야겠다. 크리스찬들 만이 좋아하는 문화가 아니라 모두 함께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신앙 체질이 힘있게 흘러내렸으면 한다.

(기윤실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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