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교회 옮기기

2003-11-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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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가면 갈수록 교인들의 교회 옮기는 현상이 눈에 띄게 증가되는 것을 보면서 실용주의와 인본주의가 교회에서도 날개 치는 것이 안타깝게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언젠가 교인 한 분을 만나서 “교회 잘 다니시지요?” 라고 물었더니 “더 큰 교회로 옮겼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큰 교회 다니는 것이 무슨 큰 기업에 취직이나 한 것처럼 으쓱거리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성도의 본분을 잊어버린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무엇 때문에 교회를 옮기셨습니까?”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말씀이 좋아서” “찬양이 좋아서”라고 말하지만 편안하게 봉사 안하고 헌금부담 없이 믿어보려고 하는 얌체 같은 마음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어떤 성도는 오랫동안 이용하던 개스 스테이션이 있었는데 얼마 전 더 싸고 가까운 곳이 생겨서 “옮기고 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라고 말씀하시며 교회도 마찬가지로 “옮기는데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인 것을 기억한다면 몸의 지체가 이동되어지는 것이 그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다 같은 하나님의 교회이지만 교회를 옮기는 문제는 내가 좋은 말씀을 듣기 위해서나 내가 편하게 믿기 위해서가 아닌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머리되신 주님의 뜻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며 하나님의 자녀로서 신중히 기도하여 교회를 정하고 나면 도저히 멀어서 갈 수 없을 정도가 아니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 교회를 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어떤 성도는 일년에 네 번이나 교회를 옮기고 어떤 분은 65세가 넘어서 교회를 옮겨서 물어보았더니 “애들이 큰물에서 놀아야지요”라고 말씀하실 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의 영혼의 성장을 목사님 말씀에만 의지한다면 후안 까를로스 오르티즈가 “제자입니까?”에서 지적했듯 배고픔 때문에 방황하는 기저귀 찬 어린아이들로 현대교회는 넘치게 될 것입니다.
기라성 같은 목사님 말씀을 하루에 5편씩 인터넷으로 들어도 그것으로 신앙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을 섬김과 교회를 향한 봉사와 하루하루 주님을 만나는 말씀과 기도의 시간들이 우리를 참된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만듭니다.
오늘도 주일만 되면 기저귀 찬 장로, 우유병 물고 있는 안수집사, 안아 달라고 칭얼대는 권사님들이 큰 교회의 문을 두드리는 진풍경을 보며 웃어봅니다.

김 명 선
(샬롬한인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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