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민권 파문후 크리스천 유승준

2003-11-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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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취득 파동이후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가수 유승준씨가 남가주 지역에서 찬양집회를 잇달아 열고 CCM을 통해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유씨를 만나 시민권 파동 이후 가수로서, 크리스천의 한사람으로서 느낀 그간의 심경과 최근 활동,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장인 문상 차 한국에 다녀온 게 지난 6월로 기억된다.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나?

▲연기수업을 하며 교회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올 4월 경은교회 찬양집회를 시작으로 5월에는 젊은예수 공동체 주최로 독일에서 열린 전유럽 찬양집회에 다녀왔다. 지난달에는 남가주 대은교회에서 유학생들을 위한 집회를 열었고, 이 달 9일에는 미주 한인교회 100주년 감사대축제 무대에 섰다. 연말에 여러 계획을 잡아 놓았는데 하나님의 뜻인지 지연되는 일이 많아 찬양의 밤 행사 등 주로 교회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시민권 취득 파동 이후 그간의 심경과 꼭 하고 싶었던 말을 해달라.

▲당시에는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상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던 상황이 아니었다. 정서적인 문제가 컸기 때문이다. 공인으로서 깊이 생각을 하지 못하고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시인하고 양해를 구한다. 군대 가겠다는 약속을 못 지키고 번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실망시켜서 죄송하다. 이로 인해 나 자신 그간 정말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내가 내린 결정은 기피가 아닌 선택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기피는 내 상황에서 도피하는 것이지만 나의 경우는 가족들도 다 미국에 있고 또 제일 중요한 것들이 미국에 다 있는 상황에서 시민권 취득은 선택사항 중 하나였다. 시민권 취득으로 해외에서 보다 자유롭게 활동하고 그것을 통해 조국에 대해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내린 선택이었지 기피는 결코 아니었다. 당시 이런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아니었고, 또 시민권 취득이 사회적으로 그렇게 크게 이슈화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 팬들은 배반감을 느꼈을 것이다. 반감도 크다. 어떻게 생각하나?

▲팬들에게 확실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려고 무리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시민권을 합법적으로 취득함으로써 한국 병역에 대한 의무가 자동적으로 말소된 것이지 군대를 기피하기 위해서 시민권을 딴 것은 절대 아니다.
최근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딴 사람은 한국 입국을 거부하는 법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미국 시민권 딴 사람들은 다 여기에 해당되는지 묻고 싶다.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것이 조국에 대한 사랑을 보답할 수 있는 일인가 고민하고 내렸던 결정이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는 해외에서 열심히 활동한 후에 내가 내렸던 결정에 대한 열매를 맺었을 때, 그 때 내 심정을 다시 한번 말할 수 있는 기회가 꼭 왔으면 한다.

△한국에서의 화려한 가수활동에 비해 현재는 활동영역이 제한돼 있다. 답답하지 않은가?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을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가수활동 당시 사람들은 나를 모범적인 크리스천이라 불렀고 또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이라고까지 하면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컸다고 생각된다. 1집에서 3집 음반 낼 때까지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또 감사하고 그랬는데 그 이후로 어린 나이에 부와 명예가 찾아오면서 하나님과 멀어지고 내가 나름대로 이룬 성취감에 만족하고 안주하면서 하나님이 허락하시고 보여주시는 비전에 대한 갈망과 도전이 없어졌다.

그래서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았지만 내 마음에는 감사가 없었고 또 많은 것을 잃은 것 같은 공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았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맘이 편하지 않았다. 바빠서 교회 갈 시간도 없었고 하나님과 동행할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항상 쉬면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기도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도 여러 가지를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응답하심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시민권 취득과 병역문제에 관련해서 말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 정부가 너무 경솔했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한국 언론이나 인터넷에서는 국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입국한 것이라며 비난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를 하나님이 주관하시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나를 연단하신 후에 정금 같이 하시리라는 말씀을 믿고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이 일을 통해서 더 큰 목표와 세계를 품을 수 있는 마음, 예전의 신앙에 머무르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신앙의 자세를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리라 믿고 있다.

△약혼자와의 결혼은 언제쯤 하게되나?

▲크리스틴 오(오유선)씨와 14년째 교제하고 있다. 가장 좋은 시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 나의 문제와 장인 사망 등으로 결혼이 조금 지연되고 있을 뿐이다. 계획은 내년 중에 할 예정이지만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실 지는 모르겠다.

△CCM 가수나 목회자의 길 등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본 적은 있는지? 인생의 최종 목표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해봤다. 시민권 파동이 있고 나서 걱정해 주신 분들이나 또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신 분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복음성가 가수나 목회자의 길도 그렇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 마음에는 내가 가진 달란트로 하나님을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본다. 목회자나 복음성가 가수의 길에 확신이 든다면 나의 일을 포기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나는 세상의 최전방에서 사역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종 목표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확실한 타이틀은 아직 생각을 못해 봤지만, 하늘 나라의 대사가 될 수 있는 그런 일 하고 싶다.

△가수 유승준? 하나님의 종 유승준? 어떤 사람으로 불리길 원하는가?

▲’유승준’ 하면 그냥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으로 알려지면 좋겠다. 잘 될 때나 잘 안될 때나 항상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만인이 다 인정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한국 진출은 언제쯤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그것은 내가 내릴 결정이 아니다.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 여러분께서 내려주셔야 한다고 본다. 언젠가는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런 나의 모습이 만들어지면 그때는 당당하게 한국에 다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들어간다는 것은 면목이 없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현재 영화 준비중이다. 내년 초 캐나다에 가서 랩 가수 래프티와 뮤직비디오를 찍는다. 1월에는 대만에서 드라마를 촬영하고 동시에 미국에서 미국 내 소수민족 갱 관련 인디 영화를 찍는데 베트남 갱 역을 맡게 됐다. 이후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며 내년 3, 4월께 젊은예수 공동체 주최로 독일에서 열리는 전유럽 찬양집회에 다녀올 계획이다.
한국 영화도 준비중이다. 현재 한국에서 시나리오 작업중인데 우리(이민 1.5세나 2세)가 보는 아메리칸 라이프, 유학생 이야기, 방황하는 젊은이들과 갱 문제 등 다큐멘터리 형식의 자전적 이야기가 될 것이다. 촬영은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진행된다. 또한 내년 9월에는 이라크에서 이스라엘까지 한국에서 온 청년들과 함께 현지에 모여서 전쟁지역 돌아보고 기도하는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꿈과 비전은 있지만 그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청년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나님을 믿고 따르고 싶지만 세상의 유혹에 넘어가고 세상과 타협하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미래를 짊어지고 갈 사람들은 바로 나와 여러분이 아닌가. 세상이 매우 악하지만 교회 안에서 확실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교회를 떠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그런 부탁을 하고싶다.

<글·사진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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