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Carnage ****

2003-11-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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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이요 여러 가지 갈래로 나뉘어진 이야기들이 절묘하게 서로 엮어지는 흥미 있는 작품으로 장르를 초월한 심오한 영화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투우장의 1,000파운드짜리 거대한 투우와 이제 소년기를 막 벗어난 듯한 젊고 잘 생긴 투우사가 정면 대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강렬한 리듬과 박자의 스페인 고유 음악이 가슴을 흥분시킨다.

HSPACE=5

투우의 이름은 스페인어로 ‘로즈메리’라는 뜻의 로메로. 그런데 스페인에서 로즈메리는 신통한 치유능력을 지녔다고 믿어지는 약초로서 이 투우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신비로운 영향을 광풍 같은 독창성으로 이야기한다. 프랑스 영화.

젊은 투우사가 로메로의 날카로운 뿔에 받혀 중상을 입고 로메로는 무참하게 살육되어 정육점으로 운반된다. 이어 간질을 앓는 초등학교의 어린 소녀 위니와 소녀의 부모는 애지중지하는 거대한 개 그레이트 데인을 위해 마켓에서 포장해 파는 로메로의 뼈를 사서 집으로 가지고 온다.


이 뼈를 위니의 부모에게 판 판매원은 배우로서 성공하려고 애쓰는 아름다운 젊은 여인(키아라 마스트로이안니-작고한 이탈리아의 수퍼스타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의 딸). 그리고 바람을 피우는 과학자와 그의 아기를 임신한 만삭의 부인은 로메로의 눈을 갖게 된다. 나이 먹은 어머니와 함께 트레일러에 사는 박제사는 어머니로부터 선물로 로메로의 뿔을 받는다. 또 한 스페인 여인은 식당에서 로메로의 고기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오락가락하며 이 사람들과 그들의 주변 사람들이 서로 전연 타인들이면서도 로메로에 의해 엮어지는 내용이 우아하고 또 우습고 비감하다. 여류 감독 델핀 글레즈의 데뷔작으로 그녀는 현대인들인 우리들의 삶의 즉흥성과 혼란의 저변에는 우리 모두를 연결지어 주는 어떤 길 안내 역할을 하는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무어라 형언하기 힘든 집중력과 사고력을 강하게 요구하는 영화로서 시각적 아름다움과 힘도 매우 강렬하다. 성인용. Wellspring. 20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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