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The Matrix Revolutions

2003-11-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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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초우스키 형제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혁신적 아이디어와 가공할 특수효과의 공상과학 액션 철학영화 ‘메이트릭스’의 제3편으로 완결판이다. 3편 중 제일 못 만들었는데 철저한 ‘메이트릭스’ 팬들 용으로 초대형 화면에 연출되는 전자 오락게임을 보는 것 같다. 특수효과와 온갖 카메라 테크닉을 사용해 보여주는 쿵푸액션 등은 볼만하지만 인물들의 성격 개발이 전무하다시피 하고(연기라곤 전연 볼 것도 없다) 내용이 너무 복잡해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것인지 시종일관 알쏭달쏭하다.

HSPACE=5

기계가 인간들을 지하로 몰아넣고 인류를 말살하려 드는 시대에 예수 닮은 니오라는 청년이 자신과 연인마저 희생해 가며 단독으로 인류를 구원하는 얘기. 서푼짜리 동양철학과 기독교철학을 짬뽕, 공연히 거룩한 티를 내고 있다. 1, 2편을 안 본 사람들은 볼 필요가 없겠다.

지하세계 자이언으로 대피한 인간들을 구원할 사명을 지닌 니오(키아누 리브스가 편을 거듭할수록 더욱 목석 같은 연기를 한다)는 제3편에서 메이트릭스와 기계세상의 중간지점(연옥?)에서 깨어난다. 그에게 인류구원을 위한 궁극적 안내를 해줄 사람은 집에서 과자 만들기를 즐겨하는 인자한 모습의 나이 먹은 여인 오라클(신탁이라는 뜻). 그런데 오라클은 메이트릭스가 니오를 기만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지도 모른다.


니오는 이런 의심 속에서도 오라클의 조언에 따라 연인 트리니티(케리-앤 모스)와 함께 인류 말살을 시도하는 기계세상의 궁극적 힘과 대결하기 위해 위험한 여행을 떠난다. 이들을 돕는 것은 용감한 두 남녀 투사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와 그의 연인 나이오비(제이다 핀켓 스미스). 한편 자기 분신을 수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 스미스(휴고 위빙-이 영화에서 볼 것은 이 사람)는 힘이 너무 커져 독불장군이 되면서 자기 세상인 기계세상과 인간세상에 모두 위협이 된다. 그를 물리칠 자는 니오인데 둘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장시간 벌이는 결투가 멋있다.

영화는 인간 대 기계가 휴전하는 식으로 끝나는데 4편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니오 대 트리니티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힘을 강조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니오가 빠져든 혼수상태 같은 영화. 특수효과 중 볼만한 것은 자이언으로 지하침투 공격해 오는 오징어 닮은 수많은 기계세상의 공격군 센티널 대 인간이 조종하는 로보트 닮은 초대형 기계간의 총격전. 영화가 시종일관 어두컴컴해 시력 버리겠다.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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