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 그거 얼마예요?”

2003-10-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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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작가 최윤희씨가 지은 책의 제목이다. 겉표지 뒷면에 적혀 있는 글이 시선을 끌었다. 여기 행복 한 그릇 투고예요!…라고 전화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면 24시간 영업해도 모자랄 것이다. 행복의 원료는 돈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러기에 행복은 용기와 열정만 있으면 마구마구 만들어 낼 수 있다. 고통스러울수록 힘든 일이 많을수록 행복 발명가가 될 확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많이 들어본 말이지만 새삼스레 나의 마음을 자극하는 것은 왜일까?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두 마리의 개미 이야기이다. 두 종류의 개미가 있다. 개미들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렸을 때 화들짝 놀라며 아이고 난 죽었다. 내 인생 종쳤다구 한 개미는 소리쳤고 다른 한 개미는 오 마이 갓! 휴거다, 휴거! 나는 지금 들어올림을 당하고 있는 거야라고 좋아했다. 이번에는 종이컵 하나 분량의 물을 쏟아 부었다. 한 개미는 아이고 대홍수가 났다. 이것 천재지변이야라고 소리쳤고 또 다른 개미는 오 마이 갓! 대단한 파도가 찾아왔군. 내 수영 솜씨를 뽐낼 절호의 기회야 하며 즐거워했다. 마지막으로 ‘휘잇!’하고 강한 휘파람을 불어보았다.

처음 개미는 아이고, 나에게 이다지도 재앙이 끊이지 않는 거지?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라고 소리쳤고 다른 개미는 오 마이 갓! 시원한 허리케인이야, 우리는 달리기 연습을 할 수 있게 됐어. 인간들이 민방위 연습을 하듯이…라고 생각했다.


혼수상태! 라는 허리케인이 내게도 불어 왔다. 심한 출혈로 의식을 잃은 후 깨어보니 병원이었다. 왜 나에게는 이런 갖가지 고통이 찾아올까?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한 것이 많다고… 퇴원한 후 이튿날 또 다시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다. 두 번째의 혼수상태는 나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갔다. 이대로 나의 생에 마침표를 찍는 건가? 기가 막혀 말문이 열리지 않는 나에게 생명의 주인이신 그 분은 찾아 오셨다. 그리고는 나의 생각을 확! 바꾸어 놓으셨다.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그 분의 사랑을 느끼면서 나에게는 삶의 의욕과 열정이 다시금 불일 듯 일어나기 시작한다. 때로는 지구가 나를 위해 돌아가고 있는 것같이 느낄 때도 있다.

몸 안에 길고 가느다란 호수를 넣고 살면서도 마냥 행복해 한다. 또 하나의 행복을 만드는 자료를 만지작거리면서 말이다. 죽음의 문턱을 들락거리며 주운 것이기에 이 책이 나의 눈길을 더 끌어당기나 보다.

행복을 배달하는 여인

행복, 그거 얼마예요? 배달 좀 해 주세요 하는 이들에게 행복을 나누어주는 여인이 되고 싶다.

황순원(예향선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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